[소설] 이반 일리치의 죽음

2023. 4. 4. 15:29 | Posted by 꿈꾸는코난

< 이반 일리치의 죽음 > | 레프 톨스토이 지음 | 윤우섭 옮김 | 현대지성

 

톨스토이의 작품을 읽다보면 종교적인 색깔이 아주 강하게 묻어나는 것 같다. 예전에 읽었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책에 소개된 여런 단편, 다른 대표작을 읽었을 때 유사한 느낌을 가졌던 것 같다.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그 안에는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면이 다양하게 드러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종교와 죽음은 따로 떼어내어 생각하기 어렵지만 특히 톨스토이의 작품에서는 이 둘의 관계가 항상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이반 일리치의 죽음, 주인과 일꾼, 세 죽음이라는 세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각각의 작품이 죽음과 관련된 주제를 포함하고 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죽음을 맞이한 주인공이 죽음을 느끼는 감정이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신체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시시각각 변하는 심리적인 변화를 통해 사람이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이 어떤 형태인지 짐작하게 한다. 마지막 순간으로 치달으며 주인공은 영적인 탐구에 매달리고, 자기 삶을 어떻게 바로잡을 수 있는지 깨닫는 순간 마지막 순간이 된다. 또한 주인공인 이반 일리치 이외에 주변 인물들의 묘사를 통해 인간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죽음이 자신에게 오지 않은 것에 대한 안도감, 장례식장에서의 가식적인 행동과 말들을 통해 현재의 우리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는 모습을 느끼게 된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죽음을 생각하고 마주하는 법이 필요한지 잘 못느끼고 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통해 삶의 의미를 깨닫고 우리가 인간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생각하게 하는 것 같다.

<주인과 일꾼>은 주인인 바실리 안드레이치 브레후노프와 하인인 니키타가 계약을 위해 다른 동네로 가는 과정에 생기는 일이다. 눈이 오는 날씨에, 조급함으로 지름길로 가다가 길을 잃고, 겨우 다른 동네를 찾아가지만 빨리 계약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다시 길을 나서지만 다시 길을 잃고 추위에 의해 주인이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준다. 전반적으로 주인과 하인은 사뭇 상반된 생각을 가지고 있다. 주인은 신을 믿지만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면 하인은 죽음을 눈앞에 둔 순간 진정으로 신으로 향한다. 마지막 순간 주인은 자신의 몸으로 하인을 감싸고 하인에게 온기를 전달한다. 주인은 죽음의 순간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희생, 연민,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거듭나게 된다. 이 작품은 1880년대 톨스토이의 윤리적, 종교적 사상의 예술적 구현이라고 한다. 제목에 작품의 핵심 사상을 담고 있는데 주인은 하느님, 일꾼은 사람이며, 결말은 이웃 사랑, 하나님 찾기, 진리의 깨달음을 내포한다.

<세 죽음>은 귀부인, 마부, 나무의 죽음을 차례대로 보여준다. 인간과 자연의 죽음의 차이, 신분에 따른 죽음의 차이를 엿볼 수 있지만 크게 와닿지는 않았던 것 같다.

죽음에 대한 심오한 진리나 사후 세계를 제시하지는 않지만 죽음을 마주하는 인간 본연의 모습을 충분히 엿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죽음을 마주한 주인공들의 심리와 행동 하나하나에 대해 공감이 되고 죽음에 대해 다시끔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인문] 에피쿠로스 쾌락

2023. 1. 6. 09:29 | Posted by 꿈꾸는코난

< 에피쿠로스 쾌락 > | 에피쿠로스 지음 |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제목 그대로 메피쿠로스하면 생각나는 것이 쾌락이다. 그리고 쾌락이라고 하면 연상되는 것은 대부분 육체적이 쾌락이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방탕하게 즐기는 것 등이다. 학교 윤리시간에는 에피쿠로스에 대해서는 쾌락주의라고 배웠으니 우리가 일상적으로 생각하는 쾌락을 연상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당연하게 에피쿠로스는 일상 생활에서 쾌락만을 추구하는 생활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생각이 완전히 무너지게 되었다. 일단 이 책은 에피쿠로스의 생애와 서신, 그리고 주요한 이론들에 대한  설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에피쿠로스의 생애애 대해서도 많은 철학자들이 에피쿠로스를 비방하고 헐뜯는 상황이 많이 언급되고 있다. 하지만 에피쿠로스에게 많은 제자들이 있었고 에피쿠로스 자신도 아주 방대한 저작을 남긴 철학자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에피쿠로스가 헤로도토스와 피토클레스, 메노이케우스에게 쓴 편지를 통해 자연학, 천체현상, 인간의 삶에 대한 그의 통찰을 알 수 있다. 편지 형식이기는 하지만 다양한 에피쿠로스의 견해을 알 수 있고 특히 원자에 대한 통찰은 현대의 우리가 읽어봐도 그 논리와 견해는 놀라운 수준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천체현상에 관련한 그의 견해도 놀라운 수준인 것 같다. 다양한 천체현상에 대해 나름의 견해를 언급하고 있는데 짧게 짧게 언급하고 있는 천체현상에 대한 세밀한 관심과 탐구가 있었는지 잘 느껴지는 듯 했다. 에피쿠로스가 남긴 책들만 봐도 자연학 37권에 자연학에 관련된 탐구가 담겨 있는 것을 봤을 때 자연학에 대한 그의 관심을 엿볼 수 있는 것 같다. 그 당시가 자연의 근본 원리와 구성에 대해 탐구하던 시기라고 생각하더라도 에피쿠로스가 남긴 자연학은 다른 철학자에 결코 뒤쳐지지 않는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에피쿠로스주의자들은 느낌은 쾌락과 고통이라는 두가지라고 언급한다. 느낌은 모든 살아있는 것에서 생기는데 본성에 고유한 것은 쾌락을 낳고 본성에 이질적인 것은 고통을 낳는다. 쾌락과 고통에 근거해 선택과 회피가 결정된다. 탐구하는 것 중에서 어떤 것은 실제와 관련되고 어떤 것은 단지 말과 관련된다. 이것이 철학의 구분과 진리의 기준에 관한 에피쿠로스주의자들의 기본 입장이다.
- p.39 -

쾌락에 관해 에피쿠로스는 견유학파와는 다른 견해를 보인다. 견유학파는 정적인 쾌락을 인정하지 않고 오직 동적인 쾌락마을 인정한것에 반해 에피쿠로스는 둘다 인정을 한다. 에피쿠로스는 자신의 책과 서신문에 쾌락은 몸과 관련된 쾌락이 있고 마음에 관련된 쾌락이 있다고 언급한다. 또한 평정심과 고통의 해방이 정적인 쾌락이라면 기쁨과 환희는 운동에 따른 동적인 쾌락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런 여러가지 면을 볼때 에피쿠로스의 쾌락에 관련하여 우리가 여태 많은 부분을 오해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남긴 다양한 철학적 견해는 무시되고 오로지 쾌락에만 초점을 맞춰서 바라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이라도 에피쿠로스의 현존 원고 그리스어를 완역한 이 책을 통해 그 오해를 풀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참고로 에피쿠로스의 어록 중 몇 가지를 보면 그의 통찰을 좀 더 엿볼 수 있는 것 같다.

죽음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아니다. 해체된 것은 감각이 없고 감각이 없는 것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자연을 탐구할 때 나는 대중의 견해에 영합해서 대중에게서 자주 박수갈채를 받기보다는 아무도 내 말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 되는 것을 솔직하게 말하겠다.

우리는 한번 일어난 일은 무효화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감사함을 통해 지난날의 잘못을 치유해야 한다.

젊은이가 구원받기 위해 할 일은 자신의 젊음을 감시해서 광분하는 욕망때문에 모든 것을 망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 > | 이나다 도요시 지음 | 황미숙 옮김 | 현대지성

 

한때 주말마다 영화 소개하는 TV 프로그램을 보곤 했다. 신작뿐만 아니라 예전 영화도 자세하게 소개를 해주는데 다 보고 나면 마치 내가 영화를 실제로 본 듯한 느낌이 들때가 많았다. 그래서 어느 순간 내가 그 영화를 본 것인지 아니면 소개 프로그램에서 본 것인지 헷갈릴때도 종종 있었던 것 같다. 실제 영화를 보지 않고도 마치 본듯한 느낌이 들고 다른 사람들과 얘기할때도 그 영화를 아는 척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OTT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나타나는 현상 중의 하나가 1.5배속 이상으로 빨리 보는 현상인 것 같다. 그리고 스킵(10초 앞으로, 10초 뒤로 등) 기능도 종종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것일까? 그리고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것과 책을 속독하는 것은 같은 의미로 봐야 할까? 이 책을 통해 그 의미를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다.

예전과 달리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가장 큰 이유 중 몇 가지는 보고 싶은 영화 수와 가성비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한해 쏟아지는 영화의 수가 워낙 많고 사람들의 관심사가 각각 다르다. 따라서 영화에 대한 대화에 끼어들기 위해서는 적어도 대략적인 영화 줄거리와 인상적인 장면을 알 필요가 있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봐야할 영화의 수는 많기 때문에 어쩔수 없는 선택으로 빨리 감기를 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유튜브 등을 통해 아주 짧게 줄거리를 요약하고 있는 동영상도 많기 때문에 더더욱 영화를 건너뛰어 볼 수 있게 된다.

다른 한편으로 OTT 서비스의 출현으로 인한 동일한 요금으로 무제한에 가까운 영화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예전에는 영화를 볼려고 할 때마다 돈을 지불했기 때문에 천천히 음미하며 봤지만 현재는 영화 편수에 상관이 없기 때문에 되도록 많은 영화를 볼려고 한다. 따라서 가성비 측면에서 보면 진지하게 한 영화를 오랫동안 보는 것보다는 빠르게 여러 영화를 보는 것을 더 선호한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이런 측면 때문에 요즘 영화와 같은 컨텐츠를 본다는 표현보다는 소비한다는 용어가 종종 사용되는 것 같다.

빨리 보기 측면에서 보면 책과 영화가 다른 점이 무엇이냐고 반문할 수 있다. 책은 글자와 문맥을 얼마나 잘 읽어내느냐에 따라 속독으로도 충분히 저자의 뜻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영화는 감독의 세심하게 배치한 장면 하나 하나가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빨리 보기로 그 장면을 건너뛰어 버린다면 감독의 의도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거나 왜곡시킬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빨리 보기라는 행위는 같지만 책 읽기와 영화 보기는 큰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영화 빨리 감기로 보는 현상과 같은 컨텐츠 시청 습관을 현대인의 라이프 스타일과 인간 관계 측면에서 잘 분석해 놓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를 빨리 보는 습관을 무심코 지나쳤지만 그 안에는 미디어의 변화와 인간 관계와 같은 복잡한 사회 전반적인 현상이 내포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우리는 모두 다른 세계에 산다 > | 조제프 쇼바네크 지음 | 이정은 옮김 | 현대지성

 

최근 방영한 드라마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비롯해 예능과 영화에서 자폐를 가진 사람의 이야기를 종종 들려준다. 많은 사람들이 자폐에 대한 이야기를 드라마와 영화 속 이야기 정도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종종 자폐를 가진 아이를 둔 부모를 걱정하거나 안쓰럽게 바라보곤 한다. 하지만 대부분 자폐를 가진 사람 자체에 대해 크게 관심을 가지지는 않는 것 같다. 이미 우리와는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나 선입견을 강하게 가지고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의외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사람들 중에 자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 스티브 잡스, 아인슈타인, 빌 게이츠, 일론 머스크 등 이름만 들어도 누군지 아는 이들도 자폐의 일종인 자폐스펙트럼장애(아스퍼거 증후군)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일반적으로 자폐를 가진 사람이라고 하면 자신이 좋아하는 특수한 관심사에 집중하고 다른 것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는 사람으로 간주한다. 어떻게 생각하면 세상과 동떨어져 사는 사람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 자폐를 가진 사람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얼마나 자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지를 잘 알수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조제프 소바네크는 아프퍼거 증후군에 걸려 만 6세까지 말을 하지 못했고 항상 지적장애인 취급을 받고 했다. 간단한 인사나 전화도 버거워했으며, 사소한 일상 생활도 힘들어 했다고 한다. 하지만 우수한 성적으로 바칼로레아를 통과하고 10개의 언어를 습득하고 프랑스 명문 시앙스 포 졸업 후 철학 박사학위를 취득한다. 하지만 한때 진지하게 정신과 상담을 받고 향정신 약을 먹으며 자신을 정신병자로 생각하고 정신병원 갖힐 뻔한 적도 있지만 잘 이겨냈다고 한다. 궁극적으로 저자는 자폐증은 장애가 아니라 개개인을 설명하는 하나의 특징일 뿐이라고 언급한다.

책 전반적으로 일반인이 가진 자폐에 대한 오해와 자폐를 가진 사람이 가지는 인식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 일반인이 보기에 자폐인의 비상식적인 생각과 행동이 악의를 가진 것이 아니라 그 사람들 관점에서는 실제로 몰라서 그렇다는 것을 설명한다. 특히 규칙은 규칙이기 때문에 꼭 지켜야 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더더욱 그렇다. 상대가 누구냐와 무관하게 규칙이라면 누구나 지켜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교사나 장학사, 부시장이라고 하더라도 규칙에 어긋나는 또는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있는 그대로 말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자폐를 가진 자신 사람이 쓴 글이라고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이 말 자체도 자폐를 가진 사람에 대한 선입견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만큼 우리는 자폐에 대해 편견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자폐를 포함해서 다양한 마음의 병을 가진 사람이 많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그들이 우리와 다른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만의 고유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야 하기에...

[인문] 해밀턴의 그리스 로마 신화

2022. 4. 26. 15:00 | Posted by 꿈꾸는코난

< 해밀턴의 그리스 로마 신화 > | 이디스 해밀턴 지음 |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

 

적어도 한번쯤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책을 읽어 본 적이 있을 것 같다. 아님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 중에서 잘 알려진 신은 한두명은 알고 있을 것이다. 같은 신이더라도 그리스식 표현과 로마식 표현이 다르다는 것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비너스는 로마식 표현이고 그리스식 표현은 아프로디테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들은 초기 신화와 마지막 신화를 살펴본다면 약 1200년이라는 긴 시간 간극이 존재하고 어찌보면 서로 상이한 이야기들이 함께 섞여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시간적인 간극과 서로 다른 이야기들을 하나의 책으로 묶어 낸다는 것은 온갖 문학을 한권에 책에 담아내는 것과 별 차이없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들을 묘사한 자료를 분석하고 연구한 결과로서 그중 최고의 작품만을 엄선해 추린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각각의 신화를 전해준 각기 다른 자가들의 차이점을 독자가 구별할 수 있는 정도로 언급하는 수준에서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 책은 총 6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 카테고리를 나누어 세부적인 신들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 놓는다. 1부는 신들, 세상의 창조, 초기의 영웅들이란 주제로 각각에 맞는 신들을 나열한다. 2부에서는 사랑과 모험 이야기라는 주제로 우리가 익히 아는 큐피드의 프시케, 오르페우스와 에루리디케, 그리고 페가수스와 벨레로폰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3부에서는 트로이 전쟁 이전의 위대한 영웅들이라는 주제로 페르세우스와 헤라클라스 등의 영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4부에서는 트로이 전쟁의 영웅들이란 주제로 트로이 전쟁과 오디세이스 및 아이네이아스의 모험을 펼쳐 놓고 있다. 5부에서는 신화에 등장하는 위대한 가문들에 대한 주제로 아트레이스 가문, 테바이 왕가, 아테네 왕가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6부에서는 기타 신화들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우리가 알고 있는 미다스와 기타 인물들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옛 고대인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을 느끼며 살았는지 우리에게 여실히 보여주는 것 같다. 신화를 쓴 그리스와 로마 작가들의 저서는 대부분 아우구스투스 치세 동안 작품 활동을 한 로마 시인 오비디우스에 많이 의존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 오비디우스가 바로 신화를 집대성한 인물이며 거의 모든 이야기를 자세히 서술하고 있다. 하지만 오비디우스는 독자들에게 있는 그대로의 사실보다는 독자의 구미에 맞도록 근사하게 윤색해서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이 책에서는 되도록 오비디우스가 쓴 이야기는 인용하지 않고 있다. 이 이외에도 신화를 우리에게 전해 준 중요한 작가로 일리아스와 오디세아를 쓴 호메로스를 들 수 있다. 그 다음으로는 신화만 전적으로 다루고 있는 신들의 계보를 쓴 헤시오도스이다. 이 이외에도 여러 작가가 신화를 소개하고 그 이야기를 전해준 작가들이 존재한다.

 

 

 


이 책에는 컬러 도판 100여장이 포함되어 있다. 이를 통해 그리스 로마 신화를 시각적으로 느낄 수 있고 글로만 볼때보다 훨씬 풍부한 느낌을 가질 수 있는 것 같다. 또한 해밀턴이 가진 남다른 탐구열과 섬세한 분석력으로 고대 원전 중 최고의 작품만 엄선하고 있는 면도 이 책의 진가를 빛내준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는데 도움이 되는 다양한 자료(그리스 로마 신 이름 비교, 주요 신들, 가계도 등)가 같이 수록되어 있어서 확실히 정리된 느낌을 가질 수 있는 것 같다.

이 책이 가진 또 다른 매력중의 하나는 각각의 이야기마다 그 이야기의 출처가 어디인지 특징이 무엇인지를 간단히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읽기 전에 대략적인 윤곽을 이해할 수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아마도 저자가 가진 섬세한 분석력이 녹아든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신들과 영웅의 이야기도 있는 반면 생소한 이름의 신들과 영웅 이야기도 펼쳐진다. 적어도 이 책을 읽고 나면 상당히 많은 신들에 대한 이야기를 알게 되고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에게 뒤지지 않는 해박한 지식을 가지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해 보다 깊이있는 정보를 얻기 원한다면 이 책이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기계발] 감사의 재발견

2022. 1. 27. 12:31 | Posted by 꿈꾸는코난

< 감사의 재발견 > | 재러미 애덤 스미스/키라 뉴먼/제이슨 마시 / 대커 캘트너 지음

| 손현선 옮김 | 현대지성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일상에서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다. 습관적으로 감사를 표시하는 사람도 있고 진정 마음에 내킬때만 가끔씩 감사를 표시하는 사람도 있다. 또한 국가마다 또는 민족마다 감사에 대한 다른 반응을 보인다. 그리고 남자와 여자의 경우 그 차이를 많이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감사에 대한 이러한 차이는 어떤 부분에 기인하는 것일까? 이 책은 감사에 대한 다양한 연구 결과를 제시하면서 뇌과학에 기반한 감사 실천법을 알려준다. 감사가 개인, 가족, 이웃, 학교, 직장 등 다양한 관계를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를 통해 감사가 개인 및 조직, 사회를 바꿀 수 있는 강력한 무기임을 제시한다. 또한 감사는 성별이나 문화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여성이 남성보다 감사를 더 많이 느끼고 표현한다. 문화권별로도 그 차이가 있는데, 미국 아이들은 주로 언어로 감사를 표현하고 한국과 중국 아이들은 받는 사람이 좋아할 만한 일로 되값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총 6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감사의 정의와 다양한 분야의 연구(인간 행동, 생물학, 뇌과학)를 검토해서 감사의 뿌리를 찾는다. 특히 감사는 구성원들간의 감사를 통해 상호유대를 강화하는 메커니즘으로 진화해왔다고 언급한다. 2부에서는 감사의 사회적, 신체적, 심리적 유익에 대해 언급한 여러 연구자와 언론인의 연구 결과와 감사의 까다로운 면을 제시한다. 특히 감사를 통해 느끼는 부정적 방어 기제를 설명하며 그 원인을 밝힌다.

3부에서는 좋지 않는 상황에 마주하더라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감사는 타인과의 연결을 강화하는 친사회적인 행동이며, 이 연결성은 언어로 가시화된다고 한다. 사별이나 고난 등 부정적 사건이나 감정과 부닥쳤을 때도 감사의 마음으로 이겨낸 사람들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4부에서는 친밀한 동반자 사이에, 자녀들 가운데, 확장형 가족 안에서 감사를 가꿔갈 수 있는지 보여주며, 5부에서는 학교나 직장 등 조직에서 감사하는 법을 다루고 있다. 6장에서는 여러 대담을 통해 감사가 가지는 잠재성을 살펴본다. 물질주의를 약화시키고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며 정치 참여를 독려하는데 감사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이를 통해 다양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더 나은 세상으로 도약할 길을 모색할 수 있다고 본다.

이 책은 감사가 가지는 다양한 유익함을 실생활에서 잘 활용할 있도록 한다. 자신과 주변사람, 그리고 세상에 대한 감사를 키우고 다양한 상황에서 감사하는 법을 가르쳐 준다. 성별 및 민족 등 특성에 따라 감사를 표현하는 방식과 빈도는 다르지만 이 책을 통해 감사에 대한 진정한 유익과 의미를 알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인문] 퓰리처 글쓰기 수업

2021. 11. 25. 21:20 | Posted by 꿈꾸는코난

< 퓰리처 글쓰기 수업 > | 잭 하트 지음 | 정세라 옮김 | 현대지성

 

글쓰기에 관심이 많다보니 다양한 글쓰기 책을 읽었던 것 같다. 매번 관련된 책을 읽을 때마다 책에서 중요하다고 지적하는 포인트는 좀 달라던 것 같다. 물론 그 지적하는 포인트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워낙 다양한 시각에서 글쓰기에 대해 언급하다 보니 책을 읽을 때마다 생각해야 하는 부분이 매번 추가된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읽은 글쓰기에 관련한 책 중에서 이 책이 손에 꼽을만 한다고 생각한다. 글을 쓴다는 것은 그 글을 읽는 독자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글을 읽는 독자를 잘 이끌어 나가서 글에 몰입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이 책은 글을 어떻게 써야하는지에 대해 많은 것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책의 중간중간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이 종종 언급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은 시학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당시 그리스인의 삶에 아주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잡았던 '비극'을 집중적으로 탐구하여 시의 본질과 원리를 제시한 책이다. 여기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여러 행위와 사건을 엮어 통일된 전체로 구성한 플롯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반복해서 강조한다.

당시 그리스인의 삶에 깊게 뿌리내린 비극과 서사시가 단순 유흥거리가 아니고 삶에서 철학의 목표를 이루어나가는 인간의 행위로 여겼다. 따라서 시학은 인간이 본능적으로 행하던 모든 것 속에서 진리와 선의 실체를 발견하고 철학이 추구하는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책도 또한 글쓰기에 필요한 여러 주제로 나누어 설명한다. 그리고 그 설명과 더불어 저자가 생각하기에 참고할 만한 글을 예제로 덧붙이고 있어서 개념과 글을 동시에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참고 자료가 되는 것 같다.

스토리로 부터 시작해서 시점, 캐릭터, 그리고 주제까지 글을 구성하고 어떻게 하면 글을 읽는 사람이 길을 잃지 않고 저자가 제시한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는지 꼼꼼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이 가지는 가장 큰 장점 중의 하나가 글쓰기 스킬이 아니라 글쓰기를 위해 필요한 구성요소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이 구성요소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과 연결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픽션과 논픽션은 글쓰기가 많이 다른 것 같다. 저자가 마음대로 시점과 구조를 변경할 수 있는 픽션과 달리 논픽션은 실제하는 인물과 사건을 기반으로 움직여야 하는 제약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 제약 안에서도 글을 어떻게 구성하고 서술하느냐에 따라 독자의 몰입도는 천지차이인 것 같다.

책이 전반적으로 언급하는 내러티브 포물선이라는 주제는 글쓰기를 시작할 때 미리 고민해야 하는 중요한 요소인 것 같다. 이 내러티브 포물선에 대한 개념없이 글을 쓰는 것은 일관성있는 글쓰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독자의 입장에서 혼동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글쓰기를 위해서 생각해야 하는 다양한 주제를 잘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굳이 다른 사람을 위한 글쓰기가 아니더라도 글을 쓰기 위해서 어떤 것을  생각해야 하는지 잘 보여주는 책이라고 생각이 들고, 글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 책이라고 생각된다.

[인문] 군중심리

2021. 11. 5. 08:32 | Posted by 꿈꾸는코난

< 군중심리 > | 귀스타브 르 봉 지음 | 강주헌 옮김 | 현대지성

 

흔히 집단 지성이라는 말을 하곤 한다. 개개인의 판단이나 아이디어는 부족하지만 여러 명이 협력하여 얻은 결과는 개개인의 지적 능력을 넘어서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군중에도 이런 논리를 적용할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은 여러 명이 모인 군중은 개개인보다는 현명하고 논리적인 결과를 얻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군중을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특히 많이 배우고 경험이 많은 사람들로 구성된 군중도 그보다 부족한 사람들로 구성된 군중과 별반 다르지 않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결과를 보면 놀랍기까지 하다.

그러면 군중은 왜 집단지성과 같은 좋은 결과가 아니라 한계를 드러내는 것일까? 이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서는 군중에 대한 특성과 정신구조에 대해 먼저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군중이 가지는 의견과 신념에 영향을 주는 직간접적인 영향이 무엇인지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또한 군중에 대한 종류와 어떻게 분류할 수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1890년대에 서술된 책이다. 100여년도 전의 책이지만 군중을 바라보는 시각과 군중에 대한 개념은 지금의 생각과 별반 다르지 않는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그 당시보다 지금이 더 군중의 시대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군중의 힘이 더 강해지는 시기라고 볼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군중심리 및 행동은 기대에 못미칠 때가 많은 것 같다.

대표적인 사례는 히틀러 시대의 독일국민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집단 최면에 빠진 듯이 히틀러에 의해 온 국민이 영향을 받은 것을 볼 수 있다. 또다른 사례를 이단으로 언급될 수 있는 종교집단이다. 또한 특정 정치집단도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여러가지를 들 수 있지만 그 중 공통적인 특징이 논리적으로 접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누가봐도 터무니없는 주장과 논리에 빠져드는 것을 보면 한심하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특성이 바로 군중이 가지는 대표적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군중심리는 정치인이나 종교인들이 많이 활용하는 것 같다. 상식적으로는 어떤 주장을 할때 논리를 가지고 질서정연하게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군중에게는 이런 논리가 무의미한다. 군중의 정의상 애시당초 논리적인 설명이 불가능하고, 그 설명을 제대로 이해하려는 노력과 능력이 부족하다. 따라서 군중을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은 다양한 이미지나 화법, 그리고 형상을 가지고 군중을 하나로 모으고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나간다.

곧 선거철이 다가 온다. 많은 정치인들의 터무니없는 주장과 논리가 다양한 사람에게 통하는 것을 보고 어이없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데 이 책을 통해 그럴수 밖에 없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나 자신도 이미 내가 생각하는 군중에서는 맹목적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되었다.

군중이라는 주제로 된 책을 읽어본 적은 없지만 군중에 대해 생각하고 그들만의 독특한 심리에 대해 궁금하다면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역사] 독살로 읽는 세계사

2021. 10. 9. 14:31 | Posted by 꿈꾸는코난

< 독살로 읽는 세계사 > | 엘리너 허먼 지음 | 솝희 옮김 | 현대지성

 

시대를 막론하고 독살에 대한 우려와 의심은 지속되어 왔다. 특히 왕이 존재했던 시대 그리고 중세시대에는 독이 섞인 음식이나 물건을 알아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아이러니한 것은 비소나 수은과 같은, 현재는 위험물질로 알려진 것을 섭취하거나 바르는 일이 종종 있었다.

이런 습관은 사후 독살 여부를 가리는데 상당한 장애물로 작용하기도 한다. 생전 습관으로 생긴 비소나 수은인지, 누군가가 고의로 독살하기 위해 음식이나 포도주에 넣은 것인지 모호한 면이 존재하는 것이 있다.

이 책은 철저한 고증과 최신 법의학 지식을 토대로 당대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독살 사건의 진상을 추적해나간다. 들키지 않는 독을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독을 개발해 온 가문, 유독물질을 이용한 화장품이나 습관들 등 현재라면 상상조차하기 힘든 다양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이러한 독살은 중세뿐만 아니라 불과 얼마전 김정남의 죽음을 통해 현재 진행형임을 알 수 있다.

중세시대 실제 독살로 의심된 다양한 인물 사례와 실제 해부해서 실제 독살여부를 검증하는 과정을 잘 설명하고 있다. 해당 인물이 어떻게 사망했는지와 주변 인물과의 관계를 보이면서 독살 의심 정황을 제시한다. 그리고 그 당시 판정결과를 설명하고, 현대 다시 부검한 결과를 바탕으로 독살 징후에 대한 판단을 보여준다.

책을 읽어 가다 보면 우리나라 왕도 기미상궁을 두면서까지 음식에 조심했는지 잘 알게 된 것 같다. 독살에 대한 걱정은 시대와 나라를 불문하고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세계사에서 중요한 인물들에 대한 독살과 그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되는 책인 것 같다.

[인문] 뼈의 방

2021. 7. 5. 21:35 | Posted by 꿈꾸는코난

< 뼈의 방 > | 리엔첸 지음 | 김세영 옮김 | 현대지성

 

[ 뼈의 방 ]
기증받은 유골을 모아둔 법의인류학자의 특별한 공간.
신원을 알 수 없거나 가족인 이수하지 않으려 하는 시신, 혹은 단체에서 연구 용도로 기증한 시체

시간이 한참 지나기는 했지만 법의학자가 쓴 책을 몇 권 읽어본 적이 있다. 법의학자가  사건이 발생했을 때 시체로 부터 사망 원인을 찾는 내용이 간략하게 소개되어 있었다. 처음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같은 법의학자가 기술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책을 읽어가면서 법의학자와 법의인류학자의 차이점을 설명한 부분을 보고 내가 착각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법의학자가 주로 시체에서 사망원인을 찾는다면 법의인류학자는 뼈에서 사망의 종류와 사망 원인을 관찰해 낸다. 따라서 법의학자들은 연조직이 남아있는 시체를 다루기 때문에 부패 단계에 들어서거나 백골화된 시체를 접할 일이 별로 없다. 그에 비해 법의인류학자는 이미 부패가 진행된 시체를 다루며 경우에 따라 미라화된 시체를 접하기도 한다.

사망한 사람에 대한 사망원인을 찾는다는 목적은 비슷하지만 시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사람이 죽고 오랜 시간이 흘렀다면 뼈말고는 남아 있는 것이 없을 것이다. 그마저도 근육이 사라지고 다양한 원인에 의해 모양이 헝클어지고 변형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법의인류학자는 시체의 성별 및 연령, 사망원인과 사망시기 등을 관찰해 내게 된다.

책에서는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면서 법의인류학자가 오래전에 사망한 사람의 신원 및 사망원인을 밝혀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특히 시대적 상황까지 반영하여 사망 시기를 추정하는 과정을 보면 단순 의학적인 지식뿐만 아니라 인류 역사의 흐름까지도 잘 알아야 제대로 원인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단 무덤들, 뼈가 녹아 내린 사람들, 몸에 남은 삶의 증거들 등 다양한 현상에 대한 원인을 밝히는 데는 그 사람이 살았을 당시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 사람들의 뼈에 나타난 현상을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이 책에서는 시체가 상황에 따라 시간이 흐르면서 어떻게 변화하는지 설명한다. 계절에 따른 변화, 땅과 물속에서의 변화 등 다양한 환경적 상황을 고려해야 제대로된 분석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적어도 그 죽음이 다양한 차별에 의한 죽음이 되어서는 안되는 것 같다. 시간이 흘러도 죽음에 대한 원인을 찾고 그 원인을 통해 현재와 미래의 사람들이 꼭 배워야 할 교훈으로 남기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여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법의인류학자의 연구인 것 같다. 죽음과 뼈를 통해 과거와 연결시켜 현재와 과거가 순환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둔다. 이를 통해 우리는 학습하고 앞으로 한걸음 나아갈 수 있는 미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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