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우리 역사 속 전염병

2023. 8. 12. 23:21 | Posted by 꿈꾸는코난

< 우리 역사 속 전염병 > | 신병주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전염병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과연 우리나라 역사에서도 다양한 전염병이 끊임없이 나타나고 사라졌을 텐데 그 당시에는 어떻게 대처했는지 궁금해졌다. 이 책은 향약집성방, 동의보감, 마과회통 등 조선시대 대표적인 의서를 넘어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일성록 등 객관적인 기록서, 양아록, 미암일기, 이향견문록 등 개인적인 삶이 묻어 있는 다양한 일기와 문집을 통해 우리 역사 곳곳에 나타난 전염병의 흔적을 보여준다. 예상대로 팬데믹은 과거에도 있었고,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크고 작은 전염병을 극복하며 끈질기게 삶을 이어나가고 있다. 철저한 고증과 역사적 사실에 주목하여 조선시대 전염병의 모든 것을 이 책에 담겨 있는 것 같다.

정약용 자신 또한 두 살 때 두창을 앓았다. 다행히 가볍게 지나가 큰 흔적이 없었지만, 오른쪽 눈 위에 조그만 흉터가 남아 있어 눈썹이 세 개로 나뉘게 되었다. 그래서 정약용은 어린 나이에 자신의 호를 스스로 삼미자三眉子(눈썹이 세 개인 사람)로 지었다. 그리고 일곱 살 때부터 짓기 시작한 시를 모아 열 살 무렵에는 삼미자집이란 책을 내기도 했었다. 정약용은 마진도 앓았다. 그때 그를 구해준 사람이 이헌길이라는 의원이다. 이헌길은 마진에 대해 독자적인 연구를 펼쳐 치료서인 마진기방을 1759년에 저술하기도 했다. 그가 살린 아이들이 거의 만 명이나 된다고 했다. 즉, 정약용은 어렸을 때 마진으로 사망할 뻔했다가 이헌길의 도움으로 살아난 적이 있다고 술회하면서, 이에 은혜를 갚고자 책을 저술하게 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이헌길이 제시한 승마갈근탕은 지금도 응용되고 있는 처방법이다.
- 5부 정약용과 마과회통 중에서 -

마마와 더불어 조선시대 사람들에게 가장 흔하면서도 공포의 대상이 되었던 질병은 학질이었다. 학질은 사람이 견디지 못할 정도로 포악스러운 질병이라 해서 붙은 이름이다. 19세기 후반에 조선에 온 의료 선교사 알렌이 1885년부터 1년 동안 제중원에서 진료한 후 작성한 보고서에 의하면 조선에는 학질 환자가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난다. 학질은 말라리아에 감염된 모기가 사람을 물면 모기의 침샘에 있던 말라리아 원충이 사람의 핏속으로 들어가 감염되는 전염병이다. 학질에 걸리면 설사, 구토, 발작 같은 증상이 나타나며 특히 열이 심하게 나면서 땀을 많이 흘렸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학질에 대해서 “처음 발작할 때에는 먼저 솜털이 일어나고 하품이 나고 춥고 떨리면서 턱이 부딪치고 허리와 등이 다 아프다. 춥던 것이 멎으면 겉과 속이 다 열이 나면서 머리가 터지는 것 같이 아프고 갈증이 나서 찬물만 마시려고 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또한 병원충이 몸 안에 잠복하고 있다가 수시로 재발하여 치료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학질은 시간 간격을 두고 증상이 주기적으로 일어나는데 이를 ‘직直’이라고 표현했다. 임진왜란시기 피난 상황을 일기로 남긴 오희문의 쇄미록에는 “아들의 처도 학질에 걸려 지금까지 10여 직을 앓았다”고 표현하고 있다. 병에 걸렸을 때도 고생이 심할뿐더러 그 병이 낫는 것도 여간 힘든 게 아니었기에, 지금도 괴롭거나 힘든 일에서 벗어나느라고 진땀을 뺄 때 ‘학을 떼다’는 말을 사용한다.
- 10부 시기별 전염병의 유행 중에서 -

'꿈꾸는 책들의 도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제] 투자의 구원자들  (0) 2023.08.24
[인문] 나이가 든다는 착각  (0) 2023.08.24
[경영] 일터로 간 뇌과학  (0) 2023.07.31
[IT] 프로덕트 매니지먼트  (0) 2023.07.20
[인문] 책은 도끼다  (0) 2023.07.07

[인문]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2023. 6. 29. 12:45 | Posted by 꿈꾸는코난

<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 | 오후 지음 | 동아시아

 

요즘 미국에서는 펜타닐 남용에 따른 문제가 사회 이슈가 되고 있다고 한다. 제목 그대로 마약에 대해 잘 모르지만 워냑 사회적인 이슈가 되다 보니 펜타닐이 무엇이기에 문제가 되고 있는지 궁금해 졌다. 마약에 관련한 중독 및 사건 사고는 여태까지 계속 있어 왔기 때문에 새삼스럽다고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펜타닐은 여태까지 존재했던 마약 중 가장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이다. 너무 강하기 때문에 직접 흡입하거나 주사로 맞지 않고 패치형태로 공급이 된다고 한다.

 

마약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금기 가운데 하나다. 마약은 어떤 경우에라도 허용되어서는 안 되며 마약 사용자도 결코 용인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분위기다. 이 책은 단순히 마약이 좋다, 나쁘다라는 가치판단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마약이 무엇인지, 마약이 왜 금지되고 어떻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지, 그런데도 사람들은 왜 마약에 빠지는지 고찰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입장은 마약에 대한 무지와 편견을 강화하는 효과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마약은 법적인 개념이다. 똑같은 물질도 어느 나라에서는 마약으로 분류되고 어느 나라에서는 마약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마약이라는 하나의 범주로 묶어서 부르고 있지만 사실은 제각기 다른 물질들에 대해 알아본다. 다양한 종류의 마약과 그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재미있는 사례들을 엮어가며 발랄하게 설명한다. 마약은 제조 방식에 따라서는 대마, 아편, 코카 같은 천연마약과 히로뽕(필로폰), LSD, 엑스터시 같은 합성마약으로 나뉜다. 합성마약의 경우 대부분 일반 약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명되었다는 것이 흥미롭다. 효과에 따라서 약의 특징을 분류할 수도 있다.

이 책에서는 마약의 종류와 위해성을 분류하면서 급진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결코 마약 사용을 권하거나 마약이 안전하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마약에 대한 인식, 국가가 나서서 마약을 강력하게 통제해야 한다는 인식에는 반기를 든다. 그러한 주장의 근거는 네덜란드의 마약 정책이다. 네덜란드는 대마를 비범죄화한 나라로 유명하다. 네덜란드에서는 마약중독 때문에 사망하는 경우보다 주사기를 돌려쓰다가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착안해 아무 조건 없이 무상으로 주사기를 교체해주고, 마약 엑스터시의 불량 여부를 출장해서 감별해주는 등 파격적인 마약 정책을 시행했다. 결과적으로 네덜란드는 미국이나 영국 등 마약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나라들보다 마약으로 인한 피해를 덜 입는 나라가 되었고, 이후 다른 나라들도 이런 정책 노선을 따라가고 있다.

마약 사용자를 범죄자로 낙인찍는 식의 정책은 마약을 음지로 숨어들게 하고 범죄 조직의 이득을 크게 만들어서, 실제적으로는 마약 사용자를 양산하고 그들의 환경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마약에 중독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마약 사용이 범죄이기 때문에 수렁에 빠지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이야기다. 이 책은 마약이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는 상황과 그 까닭을 통찰력 있게 그려내고 있다.

< 실리콘밸리에선 어떻게 일하나요> | 그리스 채 지음 | 더퀘스트

 

1. 보텀업 컬처 Bottom-Up Culture
“가까운 사람에게 책임이 더 크다”

보텀업은 새로운 프로젝트의 A to Z 전 과정에서 개인에게 주도권과 책임을 주는 문화다. 이는 만족도, 책임감, 소속감을 위해서도 중요할 뿐 아니라, 실제로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위해서도 유리하다는 판단으로 메타가 오랫동안 지켜온 문화다. 특히 다음 세대가 강력히 요구하는 문화이니 제대로 이해하고 설계해서 인재를 모으고 성과도 올려보자.

2. 피드백 컬처 Feedback Culture
“망하는 회사의 공통점은 직원들의 피드백이 없었다는 것”

메타 전 COO 셰릴 샌드버그가 매년 팀장 대상의 리더십 강의에서 했던 말이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다가 지금은 사라져버린 회사들의 공통점도 바로 이 한 가지를 실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회사에 말들이 많은 것과 건설적인 피드백이 안전하고 투명하게 오가는 것은 다르다. 회사생활의 존폐와도 연결됐다고 할 만큼 중요한 피드백 관리의 모든 것을 살펴보자.

3. 플랫 컬처 Flat Culture
“모두에게 변화에 기여할 기회가 있다”

보텀업이 직원들과 리더 사이에 존재하는 다이내믹이라면, 플랫 컬처는 직원들 사이의 동등한 역할과 책임 문화를 뜻한다. 프로젝트의 시작점에선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와 참여권을 제공하여 다양한 아이디어와 피드백을 수집한 다음, 객관적인 결정 구조를 통해 목표를 달성함으로써 플랫 컬처를 성과로 연결할 수 있다. 동등한 기회로 시작을 하더라도, 최종적으로는 성과에 직결되는 기여를 한 사람과 안 한 사람의 임팩트를 냉정하게 구분하고 평가하는 것이 자율성과 성과 보장의 비결이다.

4. 매니지업 Manage-Up
“내 상사는 내가 관리한다”

나의 팀장을 내가 관리한다는 조금 낯선 개념일 수 있다. 나의 일과 커리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 자신인 만큼, 나에 대한 많은 정보들을 팀장에게 제공하고, 팀장이 나를 잘 도울 수 있도록 내가 팀장을 도와야 한다는 개념이다. 팀장이란 존재는 늘 일이 많고 바쁘고 완벽하지 않다. 우리는 어쩌면 팀장들한테 비현실적인 기대를 갖고 언제나 답을 줄 거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팀장을 포함한 내 상사들을 어떻게 매니지업해야 나의 성과와 만족도가 높아지는지 알아보자.

5. 평행 트랙 Parallel Track
“승진의 길은 한 가지가 아니다”

관리자(People Manager)는 ‘사람에 올인’하며 조직을 성장시키고, IC(Individual Contributor)’는 ‘실무에 올인’하며 최고 전문가로 성장하는 두 가지 커리어 트랙이 존재한다. 즉, 관리자(팀장)는 세계 최고의 팀을 만들고, 그 팀의 실무 리더인 IC는 최고의 프로덕트를 만든다는 목적으로 서로 대등한 파트너십을 맺는다. 팀에 대한 모든 관리와 책임을 관리자가 쥐고 있기 때문에 팀의 IC들은 전문성을 키우고 난이도 높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

6. 강점 기반 컬처 Strength-Based Culture
“잘할 뿐 아니라, 즐기는 그 일을 하라”

모든 분야가 중간 정도의 레벨까지는 어느 정도의 기술과 실력이 있어야겠지만, 시니어가 될수록 자신의 독보적인 강점을 살려서 한 사람이 한두 분야에 최고가 되는 것이 회사에도 유리하다. 팀 내에 5가지 기술을 적당히 하는 5명과, 1가지씩의 기술을 마스터한 5명이 경쟁을 하면 당연히 후자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회사는 모두가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일과 커리어를 선택하기를 권장하고 지지한다. 단, 메타가 정의하는 ‘강점’은 단지 ‘잘하는 일’이 아니라 ‘좋아하고 즐기는 일’이다.

7. 임팩트 드리븐 컬처Impact Driven Culture
“마지막 열쇠, 결과에 대한 책임”

자율성이 강한 조직문화가 성과로 이어지도록 하는 중요한 열쇠가 바로 ‘책임’이다. 먼저 모두에게 성장할 기회와 환경을 충분히 마련해주고, 그 후에 결과의 임팩트를 평가해서 성장을 더욱 장려하든지 아니면 회사 밖에서 다른 길을 찾도록 도와준다. 그렇기 때문에 메타도 지금껏 실력자들을 유지해왔고, 그들에게 충분히 자율적인 조직문화를 믿고 조성해줄 수 있었다. 이쯤에서 누군가는 ‘책임제도는 너무 엄격한 거 같은데?’ 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직원과 회사 모두 윈윈인 이유를 공개한다.

[과학] 야밤의 공대생 만화

2023. 1. 31. 08:13 | Posted by 꿈꾸는코난

< 야밤의 공대상 만화 > | 맹기완 지음 | 뿌리와이파리

 

한때 인터넷에 올라온 만화로 가끔씩 봤는데 북클럽에 이북으로 등록되어 읽기 시작한 책이다. 다양한 학자들에 대한 이론과 그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과학 만화책이다.

'꿈꾸는 책들의 도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에세이] 엄마와 물건  (0) 2023.02.11
[경제] AI 2041  (0) 2023.02.03
[인문] 퇴근길 인문학 수업 : 전환  (0) 2023.01.30
[자가계발] 5초의 법칙  (0) 2023.01.30
[역사] 모자의 나라 조선  (0) 2023.01.18

< 아인슈타인이 괴델과 함께 걸을 때 > | 짐 홀트 지음 | 노태복 옮김 | 소소의책

 

아인슈타인과 괴델이라는 두 인물때문에 읽기 시작한 책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아인슈타인과 괴델이 함께 한 내용은 책 극 초반에만 잠깐 나온다. 전반적으로 과학적인 이슈에 대한 다양한 견해가 담겨 있다. 잘 알고 있는 상대성 이론, 양자역학, 튜링의 계산가능성 등이 나오며, 잘 알려지지 않은 수학자 에미 뇌터(얼마전 이 수학자에 대한 책을 따로 읽었다) 등 심호한 지식도 전달한다. 좀 읽기 어렵기는 했지만 다양한 주제를 읽을 수 있어서 좋았던 책이다.

< 구글이 목표를 달성하는 방식 OKR > | 크리스티나 워드케 지음 | 박수성 옮김 |

한국경제신문사

 

OKR에 대해서는 다양한 경로로 언급되고 있는 것 같다. 마치 OKR을 적용하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지는 조직인것 처럼 느껴질떄도 있는 것 같다. OKR은 개념적으로는 어렵지 않는데 실제 업무에 적용하기에는 노력이 필요한 부분에 제법 있는 것 같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실제 상황을 빗대어 OKR을 적용하고 검토하고 업데이트하는 형태로 OKR을 설명하고 있어서 조금은 현실적으로 와 닿는 것 같다. 여전히 자신에게 적용하기는 어렵지만 어떤 부분을 고려해야 하고 적용해 나가야 하는지에 조금의 개념을 잡을 수 있는 것 같다.

[소설] 불편한 편의점 2

2022. 12. 2. 17:12 | Posted by 꿈꾸는코난

< 불편한 편의점 2 > |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지난번에 읽었던 불편한 편의점 2편이다. 일부 등장인물은 그대로 유지되고 몇몇 줄거리도 이어져서 전개되고 있다. 전체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1편과 동일하지만 점섬 자신만 생각하는 시대 환경속에서 불편한 편의점이 어디든 한곳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 나는 멈춘 비행기의 승무원입니다 > | 우은빈 지음 | 애플북스

 

코로나로 인해 한동안 멈췄던 비행기가 다시 세계 각지로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2년여 넘는 기간동안 항공기 운항이 제한되어 있어서 이미 많은 승무원들이 자리를 잃게 되었다. 이 책은 항공사를 그만 둔 전 승무원이 쓴 에세이이다. 승무원하면 부러운 시선으로 많이 바라본다. 일의 힘듦보다는 전 세계 각지를 다닐 수 있고 장거리 노선의 경우 해당 도시를 돌아다닐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때문에 그런 것 같다. 하지만 기내에서 승무원이 하는 일 및 일부 승객들의 갑질, 그리고 비행 준비를 위해 항공사에서 요구하는 다양한 제약들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거나 무시했던 상황인 것 같다.

국내 한 신생 항공사는 2020년 젠더리스 유니폼을 도입하며 성 상품화를 지양하고 안전에 중점을 두겠다는 뜻을 밝혔다. 2019년 영국의 A 항공사는 승무원이 화장해야 한다는 조항을 삭제했다. 그리고 내가 면접을 봤던 국내 한 항공사는 여전히 최종 면접에서 자사의 치마 유니폼을 입혀 지원자를 같은 기준으로 두고 면접을 진행한다. 유니폼을 입은 다음 면접관들의 가까이 오란 말에 반 팔 간격으로 다가가 멀뚱히 서 있던 나는 나의 생각과 의지가 아니라 몸뚱이로 평가받고 있다 느꼈다.
- 벗어날 수 없는 승무원상의 늪 중에서 -

이 책의 저자는 여태 본 승무원들과는 다르게 승객과의 대화를 중시하는 사람이다. 대부분 승무원들이 기내에서 업무에 치이고 승객 요구사항을 맞추기 위해 정신이 없기 때문에 일일이  승객을 바라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사이에도 승객과 짧게라도 대화하려고 노력하는 저자의 모습이 새삼 머리속에 그려지는 것 같다.

도쿄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사탕 하나를 입에 물었다. 내 돈 주고 사 먹어본 적 없는 홍삼 사탕. 캐리어 끄는 소리가 울려 퍼지는 거리에 할머니가 해주신 말이 작게 깔리는 듯했다.
“먼저 정 주는 겨. 먼저 잘해주고, 정 주고 그랴.”
누군가는 그렇게, 그 사람이 했던 말이나 이야기로 기억에 남는다. 그날의 할머니 승객은 내게 이 대사로 남아 있다. 나는 누군가의 기억에 어떤 말을 한 사람으로 남을지 잠시 생각했다.
- 그렇게, 먼저 정 주는 일 중에서 -

승무원을 목표로 하는 예비 승무원뿐만 아니라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재미있게 이 책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기내 서비스를 담당하는 승무원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 것 같다. 그들도 한명의 소중한 사람이며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 같다. 

‘승무원’이라는 단어는 ‘외모’라는 표현과 붙어다닐 때가 많다. 면접 준비에서도 외모 관리가 큰 비중을 차지하며 그렇기 때문에 대학의 관련 학과에서는 외모 지적을 서슴지 않는다. 외모를 중시하다 보니 일터에서의 환경은 열악해진다. 유니폼은 일하기 편하고 실용적이기보다 예쁘게 보이도록 디자인되었고, 구두를 신고 장거리 비행을 하고 나면 발은 퉁퉁 붓게 마련이다. 항공사에는 외모 및 복장 규정이 있어 항상 매니큐어를 발라야 하고, 머리도 정해진 방법으로 스타일링해야 한다. 이런 환경에서 승객의 편안하고 안전한 비행에 충분히 신경 쓸 수 있을까?

저자는 승무원으로 일하는 자신뿐 아니라 승무원이 되어 앞으로 함께 일하게 될 후배와 준비생을 위해서도 전현직 승무원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하며, 외모 관리보다 더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한다.

[과학] 보이지 않는 침입자들의 세계

2022. 10. 17. 12:41 | Posted by 꿈꾸는코난

< 보이지 않는 침입자들의 세계 > | 신의철 지음 | 21세기북스

 

예측불허의 바이러스들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이 책은 내 몸속에서 나를 위협하는 바이러스, 그것으로부터 우리의 생명을 지켜내는 면역 그리고 인류가 가진 최강의 방패이자 무기인 백신 등 3가지 키워드를 통해 내 몸을 이해하고, 나아가 면역의 사회적 의미를 통해 삶의 인사이트를 얻는 책이다.

바이러스는 어떻게 내 몸에 침입해 나를 공격하고, 면역은 어떤 원리로 나를 지켜낼까? 지금 이 순간에도 보이지 않는 무수한 적으로부터 나를 지켜내는 것은 바로 우리 몸속 면역이다. 면역은 우리 몸을 지키는 복잡하고 공고한 방어 네트워크이다. 면역을 발견함으로써 현대 의학이 발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인간의 기대수명을 기하급수적으로 높인 것도 바로 면역반응의 원리를 응용한 백신이다.

 1강과 2강에서는 바이러스가 우리 면역 시스템에 침투해 변신과 은폐를 하며 살아남는 과정과 그것을 막아내는 항체 이야기가 펼쳐진다. 면역반응의 원리를 발견하여 바이러스를 막아낸 역사부터, 바이러스를 정복했다고 자신한 순간 전 세계를 덮친 팬데믹을 통해 인류에게 주어진 과제까지 바이러스를 둘러싼 의학 상식과 함께 역사적·인문적 통찰이 펼쳐진다. 변이 바이러스에도 백신은 효과가 있을까? 백신 접종은 개인의 문제인가 사회적 문제인가? 3강과 4강에서는 백신이 인류의 기대수명 연장에 현격하게 기여한 사실을 되새기고, 백신이 작동하는 원리와 집단 면역을 이끌어내는 백신의 사회적 의미를 발견함으로써 우리가 함께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돌아본다.

우리 몸은 나와 남을 어떻게 구분할까? 우리 삶에 있어 면역의 의미는 무엇인가? 5~8강에서는 면역에 대한 저자의 통찰이 펼쳐진다. 본능적으로 나와 다른 것을 구분한다고 여겨지던 우리의 몸. 하지만 현대의 면역학 연구를 통해 그 정의는 수정되고 있고, 다양한 우리 삶의 모습만큼이나 면역계에 대한 입체적인 연구들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저자는 ‘전지전능한 면역력은 없다’고 말하면서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면역력을 과하게 권장하는 사회 풍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면역과 백신에 대해 잘 알 수 있는 책이었다.

<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 | 이주영 지음 | 나비클럽

 

책벌레이자 최강 오지랖 프랑스인 남편을 둔 이주영 작가의 에세이이다. 책벌레라고 하면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는 사람을 지칭한다. 하지만 이 프랑스 책벌레는 책을 많이 읽는 것에 더해 책을 읽느라고 책 이외의 많은 것을 다 잊어버리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모든 일에 덜렁대고 주변 일에 사사건건 간섭하지만 책을 통해 연결된 부부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결혼은 미친짓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미친놈과 결혼한 것이라는 말이 이 책과 꼭 들어맞는 것 같다.

“예전에 어떤 소설에서 집에 책을 놔둘 공간이 부족해서 처자식을 죽인 남자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어. 주영아, 너무 열받지 말고, 무엇보다 조심해! ㅋㅋㅋ.”
이것은 또 무엇인가? 나의 목숨을 걱정해 주는 친구가 고맙긴 하지만 옆에 있었으면 주먹을 날렸을 것이다. 책을 놔둘 공간이 없어서 처자식을 죽였다고? 대체 누가 그런 황당한 소설을 쓴 거야? 바로 검색 들어간다.
- p.94 -

대체로 프랑스인들은 오지랖이 넓은 편이다. 이런 국민성이 뒷받침되어 있기도 하지만, 에두아르의 오지랖 수준은 일반 프랑스인 평균을 훌쩍 뛰어넘는다. 오지랖이란 남의 일에 쓸데없이 발 벗고 나서 참견하고 상관하는 것이다. 어떤 일에 나서서 간섭하려면 그 일에 관한 지식이나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즉 오지랖은 학습을 동반해야 한다.
- p.233 -

지독한 책벌레인 남편을 통해 다양한 책의 세계와 생각해볼만한 구절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꿈꾸는 책들의 도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과학] 협력의 유전자  (0) 2022.10.11
[경영] 세븐 파워  (0) 2022.10.05
[IT] 데이터로 전문가처럼 말하기  (0) 2022.09.27
[자기계발] 역설계  (1) 2022.09.23
[여행] 프렌즈 스페인, 포르투칼  (1) 2022.09.23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