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을의 철학

2019. 3. 27. 20:08 | Posted by 꿈꾸는코난

< 을의 철학 > | 송수진 지음 | 한빛비즈


많은 사람들이 직장 생활을 하며, 자영업도 마찬가지지만, 을의 입장에 서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조직의 힘 또는 지위를 이용해서 을에게 갑질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을과 을 사이에도 종종 갑과 을의 관계에 놓이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최근 최저 임금 관련해서 가맹점 점주와 아르바이트생과의 관계를 보면 그런것 같다. 실제 최저임금때문에 매장 운영에 타격을 받는다고는 하지만 그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가맹본부가 가져가는 많은 이익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막대한 이익을 챙겨가는 가맹본부는 뒷전이고 서로 상생해야하는 가맹점주와 아르바이트생 사이의 문제로 번지는 것을 보게 되었다. 어찌보면 같은 을의 입장에서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는 관계인 것 같은데.



철학자 루이 알튀세르는 말한다. 현대 사회의 이데올로기는 우리를 호명된 주체로 만든 채 무의식까지 지배한다고. 진짜가 뭔지 알려 하지 말고 니들끼리 싸우라 한다고.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당사자들이 자신이 이데올로기에 갇혔다는 자각도 못한다는 사실이다. 자각하려 해도 세상이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또 다른 프레임을 씌워 매도해버린다. 한 개인의 인생을 바꾸는 것은 본인의 선택들이다. 본인이 어떤 행위를 하고 어떤 선택을 함으로써 마주친 어떤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다.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실은 당연한 게 아니었음을 알게 되는 일, 내가 철저하게 길들여져 왔음을 깨닫는 일, 이런 자각들이 내  삶과 철저하게 연관된다.


되든 안되든 최선을 다해 보는 것, 이것을 철학이 알려준다. 우리에게 어떤 인과계열이 만들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는 계속 변하는 중이고 어제의 우리는 오늘의 우리와 다르니 말이다. 우리가 지나쳐간 수많은 인과계열이 어떤 마주침으로 다가올지 모른다. 그건 2천년 전 사람들도 몰랐고 지금 사람들도 모른다. 우리만의 철학으로 우리 선에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철학자의 말은 언급하면서 저자의 실제 경험담을 담아내고 있다. 시련의 경험을 할때마다 철학을 통해 위안을 얻고 그 위안을 다시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전체적인 책의 내용도 하나의 흐름으로 읽어갈 수 있지만 총 여덟개의 장으로 되어 있는 각각의 장을 세상의 을들이 따로 읽어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