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오픈프라이스

2010. 7. 8. 10:03 | Posted by 꿈꾸는코난

오픈프라이스 제도 시행

7월 1일부터 라면, 과자, 아이스크림, 의류에 권장소비자가격 표시 대신 개방형 가격제도인 '판매가격표시제(오픈프라이스)'가 시행됐다.
 

'권장소비자가격'은 상품 제조업체가 상품의 적정 값이라며 제품 포장지에 인쇄한 가격을 말한다.
이에 비해 '판매가격표시제'는 판매자가 원가와 유통마진을 고려하여 자율적으로 판매 가격을 책정할 수 있는 제도로 판매점마다 라면, 과자, 아이스크림, 옷 등의 가격이 다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라면, 과자, 아이스크림, 의류 등에 판매가격표시제(오픈프라이스)가 확대 시행되기 때문에 앞으로 판매점에서는 원가와 유통마진, 매장 임대료 등을 고려하여 값을 얼마든지 다르게 받을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영화관 등 특정한 장소에서 아이스크림이나 과자 가격을 일반 슈퍼나 대형마트보다 비싸게 받는 것이 법 위반은 아니지만, 불공정한 거래 행위로 지탄을 받았다.
그러나 앞으로는 판매자가 얼마를 받든지 따질 수 없다. 상품을 적게 팔더라도 가격을 높게 정하는 것이 판매전략이라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이제는 소비자가 비싼 곳에서는 구입하지 않고, 값이 더 싼 곳을 이용함으로써 스스로 가격을 낮추도록 하는 방법밖에 없다.

판매가격표시제 도입으로 상품가격에 대한 대형유통업체의 힘이 더 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에는 제품 생산업체가 가격을 정해주면 대형유통업체는 사정에 맞춰서 할인 판매를 했지만, 이제부터는 유통에서 우위를 점한 판매자가 가격을 정하여 제품생산을 요구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정 품목을 두고 대형유통업체간의 가격 경쟁이 벌어지면 납품 단가 인하 요구가 거세질 수 있고, 납품단가가 계속 낮아지면 제품의 품질이 떨어지게 될 가능성이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하청구조처럼 납품단가 인하 요구는 제조원가 절감으로 이어져 값싼 원재료 제품의 품질 저하 그리고 제조업체의 근무조건을 열악하게 만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소비자 유혹하는 '미끼상품' 더욱 기승부릴 것

소비자들에게도 이론처럼 좋은 일만 생기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론적으로는 판매가격표시제도를 시행하면 경쟁을 통해 가격인하가 이루어짐으로써 똑같은 상품을 더 싼값에 구입할 수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똑같은 것처럼 보이는 값싼 원료로 생산한 제품을 값싸게 구입하게 되는 악순환 구조의 피해를 입을 가능성도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을 유인하기 위한 미끼상품이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될지도 모른다.
특히, 이번에 판매가격표시제에 포함된 라면, 과자, 아이스크림 가격을 경쟁업체들보다 낮게 책정 한 후에 다른 제품의 가격을 높게 책정하여 전체 수익을 높이는 상술을 얼마든지 예상할 수 있다.

아울러 가격 담합의 우려도 불식시키기 어렵다.
전에는 제과업체나 빙과류 업체가 가격담합을 하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을 받거나 과징금 처분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제조업체가 아닌 대형유통점들의 가격 담합이 일어날 수 있다. 대형유통점간의 경쟁구조에서는 가격 할인이 일어나겠지만, 시장구도가 어느 정도 굳어지게 되면 특정 제품을 중심으로 마진을 높이기 위한 가격담합이 이루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규모가 작은 동네 슈퍼마켓의 경우에는 일정한 매출에 적정한 유통마진을 붙여서 판매하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러나 동네 상권을 형성하고 있는 중소 슈퍼마켓의 경우 한정된 이웃 소비자를 대상으로 판매하기 때문에 매출을 늘리는 데 구조적 한계가 있다. 따라서, 넓은 지역에서 많은 소비자를 끌어들여 '박리다매'로 이윤을 높이는 대형마트나 유통점과 경쟁하는 것이 더욱 불리해지게 되는 것다. 언뜻 보기에 소비자들에게 유리한 듯 보이기도 하지만 체급을 나누지 않는 권투 시합처럼 결국 시장에서 무한 경쟁을 통해 강자만 살아남을 수 있는 제도가 확대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