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이토록 쉬운 경제학

2021. 6. 4. 21:31 | Posted by 꿈꾸는코난

< 이토록 쉬운 경제학 > | 강영연, 정소람, 고은이, 나수지, 노유정 등 지음 | 한국경제신문사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경제학 개념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경제학 개념은 다양한 용어와 설명이 나오고, 관련된 그래프와 표를 이용해 보여주고 있다. 그 내용을 볼 때는 이해가 되는 듯 하다가 막상 주변에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잘 매칭되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경제학은 영화 속 상황에 비추어 개념을 설명한다. 미국 우주개발 과정에 참여한 흑인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히든 피겨스>를 통해서는 차별의 경제학 개념을 설명한다. 사람이 우주에 가는 것보다 흑인과 백인이 한 교실에서 수업 받는 것이 더 어려워 보였던 시절, 흑인과 백인이 같은 사무실 공간에서도 같은 물건을 공유하지 못하고 화장실도 몇백미터나 떨어진 곳을 사용해야 하는 시절의 이야기이다.

현재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차별은 존재한다. 이는 개인편견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차별적인 고용주와 동료 노동자 때문에 동일한 생산성을 가진 흑인과 여성 노동자가 백인과 남성 노동자보다 낮은 임금으로 고용된다는 것이 이론의 핵심이다. 차별적인 고용주는 동일한 생산성을 지닌 근로자라도 인종 및 성별에 따라 다른 임금을 준다는 것이다.

<아이리시맨>을 통해 노동조합이 권력과 결탁했을 때의 모습을, <극한직업>을 통해 자업업 측면에서 완전 경쟁과 독점적 경쟁 시장을,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통해 도덕적인 부분에 대한 경제학을 살펴볼 수 있다.

일부 제목만 봤을 때는 경제와 크게 연관있어 보이지 않는 개념도 있지만 내용을 잘 읽어보면 그 속에 포함된 경제학 원리와 개념은 잘 드러나 있는 것 같다. 영화 속 경제학이지만 개념을 정확히 설명하기 위해 그래프와 자료를 적절히 잘 활용하고 있다.

어려운 경제 개념이지만 익숙한 영화를 통해 그 속에 숨겨진 경제학 원리를 잘 이해할 수 있는 것 같다. 영화를 좋아한다면 이 책을 통해 경제학 개념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인문] 세상은 축구공 위에 있어

2021. 6. 3. 13:22 | Posted by 꿈꾸는코난

< 세상은 축구공 위에 있어 > | 장지원 지음 | 자음과모음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나라가 열광하는 스포츠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개별 나라를 독립적으로 본다면 국가마다 서로 다른 스포츠를 언급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대상을 전 세계의 국가로 넓혀 본다면 당연히 축구가 아닐까 생각한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는 청소년 인문서로 소개되어 있어서 내용이 조금 빈약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기분은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바로 사라지게 된다. 스포츠 전문기자로 활동하는 저자는 축구에 빠져 살면서 해박한 축구 지식을 자랑한다. 축구 자체에 대한 설명과 함께 온라인 축구 게임, 각 축구 리그와 선수들, 그리고 그 리그 안에서의 다양한 경쟁들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스포츠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는 축구는 왜 그렇게 전 세계가 열광하는 스포츠가 되었을까? 축구 관련된 경제 규모도 엄청나게 크고 유명 선수들이 벌어들이는 수익도 엄청난 것 같다. 일부는 축구가 정치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는 것 같다. 다양한 문화, 역사, 경제, 정치 등 인류의 주요 관심사가 축구와 함께 하고 있고  따라서 세상은 축구공 위에 있다는 말도 무리는 아닌 것 같다.

단순히 축구공 축구공 하나를 두고 경쟁하는 경기라고 보기 쉽지만 그 안에는 많은 규칙과 기술이 숨어 있다. 초반 축구 경기는 규칙없이 거의 난투극에 가까웠다면 시간이 흐르면서 안전을 위해 규칙이 만들어지고 경기의 재미를 더하기 위해 새로운 규칙이 추가되는 형태로 발전해 왔다. 유니폼과 축구화에도 최신 기술이 녹아있으며 조그마한 칩 하나로 선수 개개인에 대한 경기 기록을 모두 담아내기도한다.

쉽게 접할 수 있고 별 다른 장비없이 할 수 있는 축구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다양한 역사와 문화, 그리고 정치적인 이슈가 숨어있는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알고있는 축구 상식과 숨겨진 이야기를 같이 알 수 있을 것이다.

[에세이] 그럴수록 산책

2021. 5. 26. 18:54 | Posted by 꿈꾸는코난

< 그럴수록 산책 > | 도대체 지음 | 위즈덤하우스

 

동일한 공간에서 같은 곳을 향해 길을 걸어 가고 있지만 아마도 각자의 머리속에 담겨 있는 생각은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주변의 꽃을 느끼며 걷는 사람이 있고, 같이 걷는 사람과 대화에 빠져 있는 사람도 있다. 물론 나와 같이 정해진 목적지에서 돌아오기 위해 열심히 걷기만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끔씩 주변의 변화를 느끼고 가던 걸음을 멈출 때가 있다. 갑자기 새로운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거나 전날 비가 많이 와서 하천게 물이 많이 불어나서 물줄기가 달라진 경우도 있다. 하늘이 너무 맑아 앞만 보고 걷기에 너무 아깝다고 느낄 때도 있다.

날이 좋아서, 기분이 꿀꿀해서, 바람이 불어서, 그냥. 산책을 하고 있지만 매일 매일의 산책길이 그날의 색다른 기분이 만들어 주는 것 같다. 그리고 원하는 목적지를 찍고 돌아 왔다는 뿌듯함은 덤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이 책을 펼쳤을 때는 산책을 예찬하는 에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산책 자체보다는 산책길에서 느낄 수 있는 소소한 감정과 일상적인 사물에 대한 느낌을 적은 글이었다. 물론 지금 저자는 산책이 아니 산길을 걷고 있지만 큰 차이는 없을 것 같다. 산길도 어찌보면 산을 걷는 산책 아닐까? 보고 느낄 수 있는 것은 일반 도심 산책보다는 많겠지만 주변의 소소한 것을 인식하는 것에는 별 차이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걷다 마주하는 돌맹이 하나, 비둘기 한쌍, 버려진 의자에도 반가움과 색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무심코 지나친다면 의미없는 존재이지만 눈길을 주고 작은 관심을 줌으로써 다른 사람은 느낄 수 없는 나만의 존재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것 같다. 김춘수의 <꽃>에서 보듯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자신이 존재를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는 산책길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모든 사람이 나에게 의미있는 사람이 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그 중에서 조그만 의미라도 가지도록 사람을 대한다면 이 세상은 조금은 더 재미있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삶에 지치고 사랑도 무너져갈 때 > | 흔글 지음 | 경향BP

 

힘겨웠던 2020년이 지났고 2021년도 벌써 절반 가까이 흘러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 현실에 대해 지쳐있고 그로 말미암아 사람들과의 관계도 삐걱거리는 소리가 주변에서 들리는 것 같다. 하긴 지금의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항상 삶은 힘들고 지치기 마련인 것 같다. 그리고 사람들과의 관계와 사랑도 무너지는 상황은 항상 있어 온 일이었던 것 같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이런 삶의 무게와 사랑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헤쳐나가는 과정의 연속이다. 하루 하루 작은 일상속에서 위로를 찾고 한편의 짧은 글에서 삶의 위안을 얻는다면 다음날을 또 시작할 자그마한 행복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삶에 대한 그런 자그마한 위안을 주는 책인 것 같다.

 

누군가는 특별한 경험을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보통의 사람들은 다들 비슷한 고민과 유사한 삶을 살아가는 것 같다. 그런만큼 누군가가 담담히 써내려간 짧은 글에 공감이 느끼며 위안이 되는 경우를 가끔씩 보게 된다. 다들 내색은 하지 않지만 자신이 바깥으로 쉽게 내뱉지 못한 말을 대신 하는 글을 통해 답답함과 힘듦을 해소하는 경험을 하는 것 같다.

 

순간은 뒤로 미루지 말고

좋은 건 굳이 마다하지 않으며

행복이 오면 행복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당신은 당연히 그럴 자격이 있다

 

삶과 사랑에 대해 너무 걱정이 많은 것 같다. 항상 조급하고 조그마한 행복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순간의 여유도 허락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순간 순간 삶을 즐기고 행복을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여유가 필요한 것 같다. 자신이 원하는 것에 집중하고 다른 사람의 시선에 너무 얽매이지 않는,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필요하다.

 

짧게는 한 페이지, 길어도 두 페이지는 넘지 않는 짧은 글들이지만 그 의미는 결코 작지 않은 것 같다. 너무 진지하게 읽을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너무 가볍게만 넘어가지는 않는 글인 것 같다. 한번쯤 나를 생각하고 주변의 사람을 생각하게 하는 그런 글인 것 같다.

[인문] 지금, 노자를 만날 시간

2021. 5. 14. 22:19 | Posted by 꿈꾸는코난

< 지금, 노자를 만날 시간 > | 석한남 지음 | 가디언

 

중국의 사상가로서 공자, 맹자에 대해서는 다양한 저술과 제자들에 관한 사항까지 어느정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노자는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노자가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어떤 사상인지 제대로 알려고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특히 노자의 <도덕경>도 들어는 봤지만 아마도 책으로 읽어보거나 읽어보려고 시도한 사람도 흔치 않을 것이다.

 

당황스럽게도 아직 노자가 누구인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어느시대를 살았던 사람인지도 의견이 분분하다고 한다. 공자나 맹자에 대해서는 제자들을 통해 또는 글 속에 표현된 구체적 문구들을 통해 시대적 배경을 유출할  수 있다. 하지만 노자의 경우 제자들이 별도로 언급한 것도 없을뿐더라 글 속에 시대적 배경을 유추할 어떠한 표현도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더욱 유추하기 어렵다고 한다. 이는 후대의 제자들이 스승의 어록을 기록하고 편집한 것이 아니라 노자가 직접 쓴 것으로 볼 수 있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이때문에 노자가 지은 <도덕경>의 원형이 존재하겠지만 현재 시대의 우리가 읽는 도덕경은 후대의 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쳐 다듬어지고 덧붙여진 책일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대부분 노자의 사상은 선입견을 가지고 접하기 쉽다. 따라서 노자의 문구를 접하게 되면 일단 "~~할 것이다"는 생각을 가지고 해석을 하기 때문에 왜곡된 해석으로 이어질 위험성이 높은 것 같다. 이 책의 저자는 노자를 읽을 때 우선 결론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한문의 직역과 객관적인 풀이만으로 편하게 읽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리고 막히는 부분이 있을 때 다른 주석을 찾아보고 이해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한자에 대한 이해가 그리 높지 않기에 이 책의 저자가 강조하는 형태로 책을 읽어 나갈 능력이 나한테는 없다. 어쩔수없이 한자와 발음을 읽고 한자한자에 대한 뜻을 대충 본 다음 바로 뜻풀이를 읽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주석을 읽는 것만으로 새로운 견해를 느낄 수 있었고 다른 주석본에서 동일한 문구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 비교해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세 가지 보물', 즉 자애로움, 검약 그리고 감히 나서지 않음은 노자 철학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입니다. 노자는 이 중에서도 특히 자애로움을 강조했습니다. 처참한 전쟁과 혼란의 시대에 살았던 노자가 예찬한 덕목은 바로 자애로움이었습니다.

 

한비자는 자애로움을 모성의 덕으로 풀이했습니다. 세상에 자식이 위험에 처했을 때 어머니의 자애로움보다 용감한 것이 또 어디에 있겠습니까?

 

유태인의 속담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어머니를 만들었다."

< 세계사를 바꾼 16가지 꽃 이야기 > | 캐시어 바디 지음 | 이선주 옮김 | 현대지성

 

요즘 "세계사를 바꾼 ..." 제목을 가진 책을 여러 권 읽었다. 대부분 세계 역사에 큰 영향을 끼치고 일부는 역사적인 대 전환을 일으킨 사건들과 연관되어 있는 내용이 많았다. <세계사를 바꾼 16가지 꽃 이야기> 이 책을 본 순간 꽃이 어떻게 세계사를 바꾸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그리고 책을 펼쳐 표지에 있는 저자 약력을 보는데 순간 고개를 갸우뚱 할수 밖에 없었다. 책 제목을 보곤 저자는 식물에 관련된 사람이거나 적어도 역사에 관련된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바로 미국 문학과 문화사에 정통한 영문학자이다.

 

시작부터 뭔가 당혹스러운 느낌을 가지고 책을 읽어 가다보면 그 당혹스러움이 자연스러움으로 바뀌게 된다. 1년 4계절에 해당하는 각각 4가지의 꽃에 대해, 문학작품에 나타나는 그 꽃에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리고 그 꽃에 관련한 역사적인 배경과 사실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 그리고 그 꽃의 생태적인 특징에 대해 설명하면서 마무리한다. 특히 꽃에 관련된 문학적인 배경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저자가 이 책을 저술한 배경을 잘 느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꽃에 관련해서 이름은 대부분 알고 있지만 역사적인 배경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물론 목화와 같은 경우에는 미국의 노예제도와 그로 인한 전쟁때문에 좀 자세히 알고 있지만 그 나머지에 대해서는 거의 알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많은 꽃들 중에 카네이션이 왜 어버이날 꽃이 되었는지 궁금해 질 때도 있을 것이다. 왜 고흐가 그렇게 해바라기에 집착해서 해바라기만 그렸을까에 대한 호기심도 생길 수 있다.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여태까지 몰랐던 꽃에 대한 역사적 배경과 그 꽃이 가지는 상징에 대한 의문을 어느정도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1년을 4계절로 구분하고 각각의 계절마다 4가지의 꽃을 선정했다. 봄 꽃으로는 데이지, 수선화, 백합, 카네이션을 선택하고 여름 꽃으로는 장미, 연꽃, 목화, 해바라기를 선택했다. 가을 꽃으로는 사프란, 국화, 메리골드, 양귀비를, 겨울 꽃으로는 제비꽃, 제라늄, 스노드롭, 아몬드를 선택했다. 일부는 꼭 그 시기의 꽃이 아니더라도 많이 재배되거나 선물되는 시기를 선택한 꽃도 있다. 각각의 꽃을 설명하면서 문학 작품뿐만 아니라 그림과 삽화를 곁들여 좀 더 이해를 도와 주는 것도 이 책의 돋보이게 하는 점의 하나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의 제목은 <세계사를 바꾼 16가지 꽃 이야기>이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난 후의 느낌은 세계사를 바꾼 꽃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원 제목은 <Blooming Flowers: A Seasonal History of Plants and People>이다. 식물과 사람에 관한 역사(?)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세계사를 바꾼> 이란 제목을 추가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조금은 과한 제목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번역된 제목과는 무관하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꽃들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다양한 문학적인 배경 등을 접할 수 있는 흔치않은 기회가 가질 수 있는 유용한 책이라고 생각된다.

< 레지스탕스 사형수들의 마지막 편지 > | 페이로 말베치/조반니 피렐리 엮음 | 임희연 옮김 | 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에서 레지스탕스로 활동하다 체포되어 사형당한 사람들이 남긴 편지글이다. 정치적인 신념과 불의의 대항하는 활동을 한 사람들이기에 과격하고 울분에 넘치는 편지를 남겼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하지만 편지 하나하나 읽어가다 보면 정치적인 색깔보다는 죽음을 눈 앞에 둔 한 인간이 남기는 담담한 글이 대부분인 것 같다.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정치적인 차이가 있지만 죽음을 눈 앞에둔 시점에서는 복잡한 정치적인 것보다는 가족에 대한 걱정과 심적인 편안함을 더 느낄수 있는 글들인 것 같다. 만약 개인적인 불이익에 대한 저항이었다면 더욱 울분에 찬 글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하지만 큰 정치 체제에 대한 저항이었기에 도리어 더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사실 레지스탕스에 대한 언급은 많이 들었지만 이탈리아에서 일어난 저항 운동에 대해서는 잘 아는 바가 없다. 특히 이탈리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도 잘 모른다. 하지만 이탈리아에서도 파시즘에 대항한 운동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 편지를 통해 그들이 느꼈던 다양한 감정을 일부나마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도 근대사에서도 비슷하게 독재에 대항한 다양한 활동이 있었다. 먼 이탈리아에서 일어난 일이 남의 같지 않은 느낌을 가지는 것도 그 이유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차이라면 우리 근대사에 일어난 독재에 저항한 활동은 최소한의 소식마저 남기기 힘든 상황이었다는 것 같다. 여전히 의문에 쌓인 죽음이 존재하고 그 해결은 아직 요원한 실정인 것 같다.

죽음은 눈앞에 두고 담담함을 유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확실한 소신을 가지고 행동한 사람이라면 그 죽음마저도 자신이 받아들일 운명으로 여기는 듯 하다. 죽음을 마주하고 있는 레지스탕스가 가족과 지인에게 써 내려간 편지를 읽어가다보면 잔잔함 너머에 있는 강인한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영어] 미국식 영작문 수업

2021. 4. 30. 21:37 | Posted by 꿈꾸는코난

< 미국식 영작문 수업 > | 최정숙 지음 | 동양북스

 

개인적인 필요에 의해 영어를 사용해서 메신저로 대화할 일이 종종 있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오랜 시간 영어를 공부해 왔지만 머리속의 생각을 영어로 옮긴다는 것이 어렵다. 하지만 새롭게 뭔가를 하려고 해도 마땅한 공부할꺼리를 찾기도 어려웠던 것 같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나에게 한줄기 빛을 준 책이었다. 평소 내가 필요하다고 느낀 문법과 그 문법을 활용한 문장을 작성해 보도록 구성되어 있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는 책이다. 물론 책의 서문에 이 책에 대한 설명이 이렇게 나와 있다. "미국 초등 교재를 참고서로 삼아 일상적인 언어 생활에 꼭 필요한 기초 영문법을 다지고 이를 글쓰기에 적용해 보는데 중점을 둡니다".

미국 초등 교재라고는 하지만 글쓰기에 적응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머리속으로는 여러 문장이 떠오르는데 막상 글로 옮기려고 하면 문법에 맞지 않거나 어색한 문장이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일상 언어인 한글로 글쓰기하는 것도 어려워 하는 사람이 종종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영어로 글쓰기하는 것이 어려운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각 챕터는 영작문을 위한 기본 문법, 원어민이 읽고 쓰고 말하는 기본 문형, 실제 문장을 써보는 미국식 영작문 비법, 주요 동사로 만드는 기본 문형, 속속들이 뜯어보는 영어 단어로 구성되어 있는데 꼭 필요한 설명들로만 채워져 있어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기본적인 내용이라고는 하지만 실제 적용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더 많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설명하는 다양한 문형과 작문을 따라 하다보면 어느새 지금보다 나아진 영작문 실력을 갖추지 않을까 기대한다.

[소설] 카르마 폴리스

2021. 4. 29. 20:45 | Posted by 꿈꾸는코난

< 카르마 폴리스 > | 홍준성 지음 | 은행나무

 

소설에 대한 색다른 묘미를 느낄 수 있는 소설이었다.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는 베르나르 베르베르 소설에서 보이는 전형적인 구성이라고 생각했으나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구조적인 면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가상의 도시 비뫼시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들이지만 현재 지구상 어느곳에서든 일어나고 있는 일 중의 하나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사건을 전개해 나가는 과정에서 인용되는 다양한 고전 문학과 철학, 그리고 역사는 이 소설에서 느낄 수 있는 색다른 재미를 던져주는 것 같다. 읽어가다 보면 어디선가 본 듯한 친숙한 구조나 대화 구조를 느낄 수 있는데, 다른 고전문학이나 철학에서 사용한 서사 구조를 인용하고 있다는 것을 곳곳에서 눈치를 챌 수 있다.

초반에는 하나의 조그만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전개되다가 42번이라는 한 아이의 탄생으로 귀결된다. 42번 아이는 박쥐를 닮은 얼굴에 청각에 장애가 있지만 뛰어난 기억력을 통해 다양한 책을 읽어 나간다. 이 42번을 중심으로 또 다른 사건과 인물이 전개되는 동안 비뫼시를 통치하는 가시여왕이 42번 아이와 닮은 박쥐 닮은 왕자를 낳게 되고 정신적인 장애를 가진 왕자를 왕궁 지하에 가두어 된다. 왕자를 대신해 42번이 궁으로 들어오지만 권력을 탐하는 궁 안의 인물이 왕자가 가시여왕에게 복수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만 가시여왕과 더불어 왕자의 손에 죽게 된다. 이후 왕자는 자살로 생을 맺는다.

중간에 42번을 중심으로 사건이 꼬리를 물면서 이어지지만 굳이 소설의 주인공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뚜렷한 주인공없이 서로가 서로에 영향을 미치면서 사건이 전개되고 죽음으로 마무리된다.

다른 소설과 구별되는 독특한 점이 많은 미주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참조되는 구절에 대해 일일이 미주로 연결해 둬서 어디를 참조했는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소설 전개에 필요한 구조나 서술을 다른 소설이나 문헌에서 참조하고 그 부분을 언급한 것에 색다른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

평범하게 사는 선량하게 사는 사람도 있지만 권력을 탐하고 금전적인 이득을 취하는 부류의 사람들도 곳곳에 널려있는 현재, 비뫼시라는 가상의 도시에서 벌어지는 모습은 우리의 모습을 돌이켜 볼 수 있게 한다. 궁극적으로는 파멸로 이어지는 결론에서 고돔과 소모라의 모습이 보이기도 했지만 도시의 파괴는 아니기에 똑같은 심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권력과 부정부패를 일삼는 권력자에 의한 통치는 언제가 파멸로 이어지는 결론을 맺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과학] 전략가, 잡초

2021. 4. 23. 08:04 | Posted by 꿈꾸는코난

< 전략가, 잡초 > | 이나가키 히테히로 지음 | 김소영 옮김 | 더숲

 

점심을 먹은 후에 산책하다보면 주변에 다양한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나고 있다. 분명 한겨울에는 아무것도 없이 흙만 존재했는데 어느새 크게 자란 풀들이 시야를 가리고 있다. 새삼 이런 풀들의 생명력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 같다.


한편으로 이런 풀들이 어떻게 이렇게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을까 궁금증을 가진 적이 있다. 도로변을 걷다 보면 보도블럭 사이, 건물 아래, 가로등 아래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온갖 잡초가 자라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잡초는 관심밖의 생명체이다. 물론 농작물을 재배하는 사람에게는 눈엣가시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무심코 지나치는 존재중의 하나인 것 같다.

이 책은 잡초에 대한 전반적인 것을 잘 설명해 주는 책이다. 잡초의 정의부터 출발해서 잡초의 생태, 그리고 잡초의 생명력, 그리고 마지막으로 잡초의 특별성까지 우리가 한번도 깊게 생각해보지 않은 잡초에 대해 매우 공감이 가도록 잘 서술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잡초는 강하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연약한 생명이다. 하지만 경쟁하지 않고 살아남는 강인함이 있고, 상황에 따라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럼 인간이 멸망한 후에도 잡초는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저자는 그렇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잡초는 인간이 만들어낸 특수한 환경에 적응해 특수하게 진화한 식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이 만들어낸 특수한 환경을 벗어나서는 생존하기 힘든 상황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 그 시점이 되면 잡초는 또 다른 환경에 적응해서 지금보다 훨씬 더 잘 살아남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예상밖으로 잡초는 키우기가 매우 어려운 식물이라고 한다. 밭에서 작물을 키우는 것처럼 씨를 뿌린다고 바로 싹을 틔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시기에 발아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 부분이 잡초가 살아남는 가장 큰 장점중의 하나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재배하는 작물처럼 한날 한시에 싹을 틔우고 발아한다면 한꺼번에 잡초 제거가 되니 말이다. 각자 서로 다른 조건에서 서로 다르게 싹을 틔우는 것이야 말로 꾸준히 살아남는 비결중의 하나인 것 같다.

"잡초는 아직 그 가치를 발견하지 못한 식물이다"

미국의 철학자 랠프 왈도 에머슨이 내린 잡초의 정의이다. 대부분 잡초는 아무짝에서 쓸모없는 훼방꾼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현재 인간에게는 쓸모없다고 여겨져서 천대를 받고 있지만 나중에 그 잡초가 가진 가치가 발견되어 잡초의 정의가 새롭게 매겨질지도 모르겠다. 사실 잡초는 인간의 관점에서 볼때의 구분이지 실제 자연 생태계에서 구분하는 개념은 아닌 것이다. 지극히 인간적인 관점에서 인간의 필요에 따라 나눈 인위적인 구분인 것이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지는 잡초, 의미없이 여겨지는 잡초도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한 생명체로서 충분한 의미를 가진 존재임을 알게 된다. 또한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은 대단한 우연으로 지금 시대를 같이 살아가고 있다. 그것은 먹고 먹히며 싸우고 빼앗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모든 것이 기적과 같이 반짝반짝 빛나는 생명인 것이다.

평소 잘 읽지 않는 분야의 책이긴 하지만 흥미있게 잘 읽은 책 중의 하나이다. 번역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잘 된편이라서 매끄럽게 잘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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