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죽으려고 했던 심리학자입니다 > | 제시 베링 지음 | 공경희 옮김 | 더퀘스트

 

누구나 한번쯤은 죽고 싶다는 생각해 봤으리라 생각한다. 한편으로 보면 가장 이기적인 존재 중의 하나인 인간이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이유는 무엇을까? 대부분은 정신병 또는 유전적인 이유를 많이 들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나약한 심리로 인해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지 못하는 이유를 들곤 한다. 그럼 과연 자살이 어쩔수 없는 유전적인 부분과 심리적인 면이 좌우하는 것일까?

 

동물의 경우에도 자살하는 사례가 있는지 의견이 분분하다. 실제 동물들이 자살한다는 사례로 들고 있는 케이스가 종종 소개되곤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정설로 여기지고 있는 것은 자살을 하는 존재는 인간이 유일하다는 것이다. 다른 동물의 경우 상황상 비슷하게 보이지만 대부분 다른 이유에 의해(암컷의 냄새에 이끌려서 또는 갑자기 나타난 포식자에 의해) 죽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자살의 경우에도 여러가지 분석이 가능하다. 많은 자살 시도에서 실제 죽기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상황을 알리고 싶은 경우도 종종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본인의 예상과 다르게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실제 책을 읽다보면 자살에 대한 연구가 생각보다 많이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살의 심리적인 부분부터 자살의 수단까지, 그리고 그 방법까지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로이의 경우 자살성향에 대해 6단계로 분류하고 각 단계가 넘어갈때마다 점점 위험해짐을 언급한다.

 

(1단계 역부족) 자살자들은 대부분 평균 이상의 생활을 영위했지만 갑자기 생활 수준이 급격하게 낮아지면서 위태로운 혼란에 빠진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에게는 아주 나쁘지만은 않은 상황이 어떤 사람에게는 견딜수 없을 정도로 나쁜 상황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대부분 개인이 비현실적이고 지속 불가능한 성공 기준을 가졌기 때문이다.

(2단계 자신을 탓하기) 1단계의 불운한 상황을 자기 탓으로 돌리기 시작하면 자살의 길을 멀리 더 멀리 가기 시작한다. 특정한 곤란에 처해 자신을 혐오한다면 비상사태로 볼 수 있으며, 특히 여러 문화권에서 자살의 공통분모는 자책 또는 자기 비난이다.

(3단계 고도의 자기의식) 자살은 불쾌하게 예리한 자기의식(자신의 심리나 행동의 특성을 의식적으로 아는 것)을 피하려는 요구에서 자극된다는 것이다. 자기파괴적인 정신상태에 빠지면 자기본위가 되고 다른 사람들은 극히 멀어 보인다. 자기 단점에 부득이하게 몰입하고 자신을 경멸스러운 존재로 생각한다.

(4단계 부정 정서) 자살은 의식 상실, 따라서 심리적 고통의 부정 정서(마음에서 경험하는 부정적인 양상으로 불쾌한 감정이나 느낌, 불안, 우울, 분노 등)의 종결 경험이다.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없게 되면 무념의 평화를 추구하게 된다.

(5단계 인지의 붕괴) 인지의 붕괴는 사회심리학자인 로빈 배러처와 대니얼 웨그너가 내놓은 개념으로, 머리속에서 외부  세계가 매우 간단하게 좋지 않는 방향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인지적으로 무너져 놀랍도록 낮은 수준이 기본이 된다.

(6단계 탈억제) 인지 붕괴 상태에 빠지면 의미있는 생각을 하는 사고력을 읽고 구체적인 세부 사항에만 몰두한다. 자살 의향자는 모 아니면 도라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에 젖는다.

 

자살에 대한 부분은 미디어의 영향도 큰 것 같다. 요즘 언론 매체에서는 자살에 대한 보도를 자제하고 상세한 내용을 밝히지는 않으려 한다. 그리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위해 여러가지 방법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하지만 수십년 전만 하더라도 자살에 대한 상세한 보도가 이어졌고 유사한 모방 자살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진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종교적인 신념이 자살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자살을 저지르다". 우리는 무심코 이런 말을 아무 거리낌없이 사용한다. 근데 이 표현을 곰곰히 생각해 보면 마치 범죄를 저지르는 듯한 느낌을 가지게 된다. 따라서 자살을 범적인 죄악의 느낌을 가지게 만드는 것이다. 또한 "자살 실패"는어떤가? 자살한 후 사망으로 끝나면 "자살 성공"으로 부는 것일까? 용어는 강력하고 완강한 문화를 이해시키는 힘이 있다. 전문 용어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자살 문제와 벌이는 싸움에서 중요한 일을 하는 분위기를 풍기는 것도 사실인 것 같다.

 

에드윈 슈아이드먼의 경구를 다시 기억하자. "자살 충동이 이는 동안에는 죽지 말라".

[에세이] 시간이 멈춘 방

2021. 2. 18. 14:55 | Posted by 꿈꾸는코난

< 시간이 멈춘 방 > | 고지마 미유 지음, 가토 하지메 사진 | 정문주 옮김 | 더숲

 

유품정리인이라는 조금은 생소한 직업을 가진 저자가 다양한 고독사 현장을 청소하고 정리하면서 느낀 감정을 정리한 책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현장을 보다 생생하게 보여주기 위해 미니어쳐로 제작하여 일반 대중에 공개를 하고 있다. 가장 확실한 것은 사진이겠지만 여러가지 법적인 이유로 있는 그대로 공개하는 것을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저자가 선택한 대안이 미니어쳐로 만들어 가상의 현장을 보여주어 생상한 현장감을 더하는 것이다.

 

현장에 있었던 혈액과 헝클어진 이부자리 등을 통해 고인의 고난한 삶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현장의 모습을 통해 죽음을 맞이했을 때 어떤 상황이었는지와 어떤 상태였는지를 미루어 짐작하는 것도 가능하다.

 

우리는 흔히 고독사하면 주변에 아무도 없는 혼자만의 쓸쓸한 삶만을 생각한다. 하지만 혼자있는 시간에 불의의 사고로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다. 다만 발견이 늦어졌을 뿐. 고독사라는 말을 별도로 사용하는 것도 별로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한 사람의 죽음에 대해 고독사라는 말로 단정지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예전에 읽었던 비슷한 책이 생각난다. <죽은자의 집청소>라는 책인데 이 책의 저자와 마찬가지로 특수청소업을 하는 사람이 지은 책이다. 그 책을 읽었을 때는 너무 감정을 만들어 내서 책에 쓴듯한 느낌이 있었는데 이 책은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잘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에세이] 코로나에 걸려버렸다

2021. 2. 17. 16:01 | Posted by 꿈꾸는코난

< 코로나에 걸려버렸다 > | 김지호 지음 | 더난출판사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확진을 받고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조금 잠잠해 지는 듯 하다가 어느순간 다시 폭증하고 쭉 지속되는 경향을 계속 보이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루 몇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는지와 그 사람의 동선이 어디인가에 관심을 많이 가진다. 확진자 중 누군가의 동선이 많으면 많이 돌아다녔다고 질책하고 비난을 퍼 붓는다.

 

저자는 코로나에 검사를 받는 순간부터 퇴원 후 일정 기간까지 코로나 확진자로 지내 온 기간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고 있다. 친구와의 식사 자리에서 확진받은 친구로 인해 확진되었고 50여일 병원에서의 격리 시간을 보내고 완치되고 나왔지만 여전히 불편한 사회 눈초리를 실감하게 된다.

 

사실 내 주변에는 확진자가 아직 없어서 막상 그런 상황이 마주쳤을 때 내가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분명한 건 저자가 감염된 시기가 서울 강남 클럽발 감염자가 계속 늘어날 때였고 여러가지 인식이 좋지 않았을 때라는 것은 분명하다. 또한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두려운 상태에서 한번 감염된 사람을 피하는 시기였던 것 같기도 하다.

 

확진된 친구와 식사 후 확진되기까지 만났던 사람들, 그리고 밀착 접촉자로 분류되어 어쩔수없이 자가격리에 들어가야 했던 주변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원망스럽고 화가 날만도 한 것 같다. 그리고 비록 완치가 되었다 하더라도 왠지 모를 불안감에 같이 일하기를 꺼리는 사람들의 심리도 어느정도 납득은 가는 것 같다.

 

2020년과 2021년을 살아가면서 평생 이런 시기가 또 있을까 생각할만큼 다양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분명한 것은 지금의 코로나 바이러스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전망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이 공존하는 삶을 모색하고 확진자 및 완치자와도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거리감은 유지하되 인간적인 관계까지 거리감을 두지는 말아야겠다. 각자가 조심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너무 색안경을 끼고 확진자와 완치자를 바라보지 않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