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2023. 6. 29. 12:45 | Posted by 꿈꾸는코난

<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 | 오후 지음 | 동아시아

 

요즘 미국에서는 펜타닐 남용에 따른 문제가 사회 이슈가 되고 있다고 한다. 제목 그대로 마약에 대해 잘 모르지만 워냑 사회적인 이슈가 되다 보니 펜타닐이 무엇이기에 문제가 되고 있는지 궁금해 졌다. 마약에 관련한 중독 및 사건 사고는 여태까지 계속 있어 왔기 때문에 새삼스럽다고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펜타닐은 여태까지 존재했던 마약 중 가장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이다. 너무 강하기 때문에 직접 흡입하거나 주사로 맞지 않고 패치형태로 공급이 된다고 한다.

 

마약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금기 가운데 하나다. 마약은 어떤 경우에라도 허용되어서는 안 되며 마약 사용자도 결코 용인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분위기다. 이 책은 단순히 마약이 좋다, 나쁘다라는 가치판단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마약이 무엇인지, 마약이 왜 금지되고 어떻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지, 그런데도 사람들은 왜 마약에 빠지는지 고찰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입장은 마약에 대한 무지와 편견을 강화하는 효과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마약은 법적인 개념이다. 똑같은 물질도 어느 나라에서는 마약으로 분류되고 어느 나라에서는 마약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마약이라는 하나의 범주로 묶어서 부르고 있지만 사실은 제각기 다른 물질들에 대해 알아본다. 다양한 종류의 마약과 그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재미있는 사례들을 엮어가며 발랄하게 설명한다. 마약은 제조 방식에 따라서는 대마, 아편, 코카 같은 천연마약과 히로뽕(필로폰), LSD, 엑스터시 같은 합성마약으로 나뉜다. 합성마약의 경우 대부분 일반 약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명되었다는 것이 흥미롭다. 효과에 따라서 약의 특징을 분류할 수도 있다.

이 책에서는 마약의 종류와 위해성을 분류하면서 급진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결코 마약 사용을 권하거나 마약이 안전하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마약에 대한 인식, 국가가 나서서 마약을 강력하게 통제해야 한다는 인식에는 반기를 든다. 그러한 주장의 근거는 네덜란드의 마약 정책이다. 네덜란드는 대마를 비범죄화한 나라로 유명하다. 네덜란드에서는 마약중독 때문에 사망하는 경우보다 주사기를 돌려쓰다가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착안해 아무 조건 없이 무상으로 주사기를 교체해주고, 마약 엑스터시의 불량 여부를 출장해서 감별해주는 등 파격적인 마약 정책을 시행했다. 결과적으로 네덜란드는 미국이나 영국 등 마약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나라들보다 마약으로 인한 피해를 덜 입는 나라가 되었고, 이후 다른 나라들도 이런 정책 노선을 따라가고 있다.

마약 사용자를 범죄자로 낙인찍는 식의 정책은 마약을 음지로 숨어들게 하고 범죄 조직의 이득을 크게 만들어서, 실제적으로는 마약 사용자를 양산하고 그들의 환경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마약에 중독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마약 사용이 범죄이기 때문에 수렁에 빠지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이야기다. 이 책은 마약이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는 상황과 그 까닭을 통찰력 있게 그려내고 있다.

< 전쟁과 약, 기나긴 악연의 역사 > | 백승만 지음 | 동아시아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읽기 시작했는데 생각 이상으로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다. 주제도 재미있었지만 문장 자체가 매끄럽게 구성되어 있어서 더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1부 전쟁에 사용하다: 선을 넘은 자들, 2부 전쟁을 끝내다: 답을 찾는 자들, 3부 전쟁이 남기다: 선물과 청구서이다. 각각마다 세부적인 내용이 전개되는데 1부에서는 페스트와 천연두, 마약, 화학무기와 해독제에 대해 설명한다. 주제에 맞게 전쟁과 관련되어 내용이 전개되고 있으며, 세부적인 사건과 질병, 바이러스 및 세균에 대해 설명한다. 2부에서는 비타민, 말라리아, 스페인 독감에 대해 설명한다. 제 2차 세게대전 및 베트남 전쟁 등이 주된 배경이며, 의학적인 지식이 부족해서 생긴 다양한 질병과 그 원인에 대해 설명한다. 3부에서는 아스피린 및 타이레놀, 항생제, 정신병 관련 약에 대해 설명한다. 전쟁 이후 많은 사람들이 육체적, 정신적 질병에 시달리게 되고 전쟁을 위해 준비되었던 다양한 화합물 및 치료제들이 민간에 개방되고 활용되는 사례를 보여준다.

"가끔 “페스트가 어떻게 사라졌나?”라는 질문을 받는데, 항상 같은 답변을 한다. 페스트는 사라지지 않았다. 1800년대를 지나면서 결핵이나 소아마비, 폐렴, 매독, 말라리아 같은 다른 감염성 질환이 더 심하게 창궐하며 페스트의 권위를 떨어뜨리기는 했지만 페스트가 사라진 적은 없다. 지금도 페스트는 꾸준히 발병하고 있다. 우리가 강해졌을 뿐이다. 하지만 페스트 역시 최근에 더 강해지고 있다. 원인을 알 수 없지만 일부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페스트균이 보고되었다. 2017년 마다가스카르에서 페스트 환자가 발생했고, 2020년 중국 네이멍구 지역에서  페스트 환자가 발생했으며, 2021년 4월 페스트균 감염 다람쥐가 발견된 사건을 언급하고 싶다. 우리는 항상 전쟁하고 있다."
- p.25 -

"2012년 재활의학과에서 진통제 처방을 받던 환자가 계속해서 통증을 호소하자 의사는 펜타닐 패치제를 붙이도록 처방했다. 이 환자가 의식불명에 빠진 이유는 펜타닐 과량 처방 때문이다. 처음 펜타닐을 사용하는 환자는 저함량 패치(시간당 25마이크로그램)를 사용해야 했음에도, 의사는 일반 함량 패치(시간당 50마이크로그램)를 처방했다. 25마이크로그램의 차이면 극히 적은 양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마약류 진통제의 유효 농도가 두 배로 높아진다는 것은 약을 사용하는 입장에서 위험하기 짝이 없는 행위다. 그만큼 위험한 물질이 펜타닐이다."
- p.74 -

책의 내용도 재미있었지만 이미 읽은 다양한 책들이 참고 문헌으로 소개되어 이해를 한층 더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공기 중 질소 반응 장치를 고안해 질산을 인공적으로 만들어내는 이야기인 <공기의 연금술>, 항생제에 대한 전반적인 역사를 다루고 있는 <감염의 전장에서>, 인류의 역사에 큰 영향을 미친 약에 대한 이야기인 <텐 드럭스> 등이다(생각해 보니 이 3권 모두 동일한 저자이다). 또한 전쟁에 관련된 이야기 중에는 <세계사를 흔든 패전사 이야기>가 내용을 일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인류의 발전에 영향을 미친 사건은 많지만 특히 전쟁을 통해 과학의 발전과 의학의 발전이 두드러진 것 같다. 이 관점에서 보면 <전쟁과 과학, 그 야합의 역사>도 참고할만한 책인 것 같다. 우리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약들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사용되는지, 한창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마약의 탄생과 변천 과정을 잘 알수도 있었다.

이 책의 저자가 지은 책중에 <분자 조각가들>이란 책이 있다. tvN 어쩌다 어른이란 방송에서 관련된 내용을 방송하는 것을 최근에 본 적이 있는 이 책과 동일한 저자였다. 상당히 관심이 가는 내용이었는데 이렇게 연결이 되어 있었다(다시 보니 4월 14일 현재 출간전이고 4월 26일 출간 예정이다).

[과학] 감염의 전장에서

2021. 11. 2. 08:23 | Posted by 꿈꾸는코난

< 감염의 전장에서 > | 토마스 헤이거 지음 | 노승영 옮김 | 동아시아

 

항생제가 발견되기 전 많은 사람들이 성공적인 수술후에 사망하곤 했다. 그 당시에는 세균 감염이라는 인식이 부족했기 때문에 원인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환자들의 생사에 대해서도 뚜렷한 대책이 없었던 시기였다.

게르하르트 도마크는 의대에 다니다가 독일군으로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부상병을 치료하는 임무를 맡으며 부상자 감염에 대한 심각한 상황에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세균을 죽일 수 있는 치료제 개발에 몰두하면서 최초의 항생제라고 할 수 있는 설파제를 발명한다.

이 책은 이 설파제에 대한 거의 모든 역사이다. 설파제 개발 이전의 의료 상황과 설파제 개발을 위한 헌신한 많은 사람들, 그리고 다양한 세균 치료를 위한 노력들이 보인다. 또한 설파제 개발 이후 약물에 대한 엄격한 통제 제도와 거대 제약회사들의 변신에 대해서 흥미있게 볼 수 있다.

설파제라는 용어는 낯선 용어이다. 설파제는 염료로부터 만들어진 화학 항생제로 볼 수 있다. 지금의 항생제는 생물학적 재료로 만들어진 차이는 존재하지만 인류를 세균 감염으로 보호해 준 소중한 약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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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텐 드럭스

2021. 9. 14. 09:16 | Posted by 꿈꾸는코난

< 텐 드럭스 > | 토머스 헤이거 지음 | 양병찬 옮김 | 동아시아

 

코로나 시국이 지속된 영향인지 모르겠지만 면역이나 항체, 그리고 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계속 생기고 있다. 우연한 기회에 토마스 헤이거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고 3권의 서적(텐드럭스, 감염의 전장에서, 공기의 연금술)을 관심있게 보게 되었다. 이 책은 3권 중에서 인류의 역사를 바꾼 약 이야기에 대한 책이다.

인류를 바꾼 약 이야기라고 해서 우리가 모두 다 잘 알고 있는 약은 아니다. 또한 약의 긍정적인 면뿐만 아니라 제약사와 연결된 어두운 부분까지 가감없이 잘 보여주고 있다. 마약과 진통제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지만 이 또한 제약사와 약이 가지는 어쩔수없는 관계로 생각된다.

‘장기집권하는 블록버스터’를 만드는 최선의 방법은 ‘만병통치약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방금 언급한 화이자의 두 가지 블록버스터의 공통점은 기저질환을 치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발기장애와 관절병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고통을 주지만, 생명을 위협하지는 않는다. 비아그라와 쎄레브렉스는 질병이 아니라 증상을 치료한다.

증상을 치료하는 ‘삶의 질 개선제’는 끊임없이 처방될 수 있다. 만약 환자가 복용을 중단한다면 증상이 재발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삶의 질 개선제는 제약사(그리고 의사)에게 끊임없이 수익을 안겨준다. 엄청난 신약개발 비용을 감안할 때, 제약사들이 그런 식으로 수지타산을 맞추는 이유를 이해하기는 쉽다. 이윤 추구는 개발될 약물의 종류를 왜곡시킨다. 이쯤 되면 제약사들이―인류가 절실히 요구하는 신규 항생제를 등한시하고―노화의 증상을 치료하는 약물에 큰돈을 쏟아붓는 이유를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 p.249, 「7장 섹스, 피임약, 그리고 비아그라」 중에서

여기 소개된 약은 모두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인류에 영향을 크게 미친 약들이다. 그리고 그 약의 개발에 들어간 사연과 노력도 여실히 드러난다. 처방약의 과잉시대에 살아가는 오늘날, 약의 부작용이 점점 증가하는 이유에는 거대 제약 산업의 현실과 부조리함이 존재한다.

쉽게 읽을 수 있지만 가볍지만은 않은 책인 것은 분명하다.

[역사] 첨성대의 건축학적 수수께끼

2019. 9. 19. 19:53 | Posted by 꿈꾸는코난

< 첨성대의 건축학적 수수께끼 > | 김장훈 지음 | 동아시아


첨성대에 대해 그간 제기된 의문과 이견들을 총정리하면서, 이에 더해 건축학적 의문점 일곱 가지를 새로이 제기하고 있다. 기단과 남창구가 가리키는 방향 사이의 차이, 원통형몸통 각 단 평면의 불완전한 동그라미, 이웃하는 단과 단 사이의 어긋남, 원통형몸통의 기울기와 편심거리, 수평·수직 줄눈의 가지런한 정렬상태와 섬세하게 다듬어진 외부 표면, 내부채움흙의 존재, 상부 정자석과 기단 그리고 남창구가 가리키는 방향의 차이가 그것이다.


이 의문들에 대한 연구 답변으로서 저자는 첨성대의 건립에 흙을 이용한 방법이 쓰였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즉 기단부를 설치한 후 내/외부에 흙을 쌓아 다지는 방법으로 석재를 위로 밀어 올려 첨성대를 짓는데, 제20단 위로는 외부에만 흙을 쌓고, 지은 후 외부 흙을 제거하며, 내부채움흙은 제12단까지 제거하여 건축을 완성했을 것이라는 가설이다.


또한 저자는 첨성대 입면곡선의 곡률이 천체의 운동에 따라 결정되는 낮의 길이 또는 밤의 길이의 연중 변화 추이로부터 만들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에 착목한다. 이러한 곡선은 우연한 결과물일 수도 있지만, 수학적으로 유의미한 수치라고 보는 편이 더 합리적일 것이라고 열린 결말로 마무리한다. 저자는 한쪽 의견으로 단정적인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많은 의문과 연구를 ‘이야기’로 다루며, 독자들의 관심과 후속 연구를 기대하고 있다.


< 출판사 리뷰 >



[사회] 감정은 어떻게 전염되는가

2019. 8. 29. 13:22 | Posted by 꿈꾸는코난

< 감정은 어떻게 전염되는가 > | 라 데니얼 크라비츠 지음 | 조영학 옮김 | 동아시아


실리콘밸리의 한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연쇄 자살 사건을 다룬 책이다. 미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부러워할 만한 곳에서, 또한 가정형편이나 학업적인 면에서도 남부럽지 않은 곳에서 일어난 연쇄 자살 사건은 누가 봐도 정상적이지 않은 사건으로 볼 수 있다.


책 안에서 명확하게 원인을 밝혀주지는 않지만 사회전염이라는 면에서 그 원인과 해결책을 일부나마 보여준다. 아무리 우리 자신이 독립적인 생각을 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이 의존하지 않으려고 하더라도 어쩔수없이 많은 매체(요즘은 SNS 나 방송)를 통해 정서적인 감염을 받게 되고, 이를 마치 자기 자신이 만들어낸 심리상태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우리의 행동과 감정과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기도 하고 반대로 다른 사람의 행동과 감정과 생각에 자기 자신이 영향을 받기도 한다. 이러한 사회전염이 움직이는 방식과 그 영향력을 파악할 수 있다면 행동과 감정과 생각을 우리가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인문] 맥스 테그마크의 라이프 3.0

2019. 1. 10. 12:42 | Posted by 꿈꾸는코난

< 맥스 테그마크의 라이프 3.0 > | 맥스 테그마크 지음 | 백우진 옮김 | 동아시아


알파고가 우리에게 큰 충격을 준 이후 인공지능에 엄청난 관심이 쏠렸다. 알파고 충격에 직격탄을 맞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의 지성인과 오피니언 리더들이 AI가 세상을 어떻게 바꿀지 예상하고 있다. 스티븐 호킹이나 빌 게이츠 같이 신중한 사람들은 AI가 인류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구글 창립자인 래리 페이지나 페이스북 대표인 마크 주커버그 같은 기술 친화적인 인사들은 AI에 대한 비관론은 쓸데없는 걱정이라며 AI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 거라고 확신한다. 흥미롭게도 이들은 발달한 인공지능이 앞으로 엄청난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는 점에 동의하지만 정반대의 태도를 취한다.


맥스 테그마크는 생명을 세 단계로 구분한다. 라이프 1.0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진화의 방식을 통해서만 발전하는 생명 형태이다. 박테리아는 어떤 상황에 대응하는 아주 기초적인 반응을 할 수는 있지만 무언가를 학습하지는 못 한다. 그래서 새로운 상황에 처했을 때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 라이프 1.0 단계의 생명들은 진화를 통해서만 새로운 상황에 적응할 수 있다. 쥐는 학습 능력이 있지만 그리 정교하지 않으며 그것을 세대에 걸쳐 전달하지도 못한다. 이러한 동물은 라이프 1.1 정도의 단계에 있다고 볼 수 있겠다.

라이프 2.0은 하드웨어는 진화하지만 소프트웨어는 설계할 수 있는 생명 형태이다. 인간은 성장하고 학습하면서 소프트웨어를 설계할 수 있다. 이를테면 우리는 어릴 때 받은 교육에 따라 한국어를 말할 수도 있고 영어를 말할 수도 있으며 둘 다 할 수도 있다. 아니면 의사가 되는 교육을 받을 수도 있고 요리사가 되는 교육을 받을 수도 있다. 게다가 이렇게 설계한 소프트웨어를 다음 세대에 전달할 수도 있다. 라이프 2.0 시대에 이르러 지구상에는 진정한 문화가 등장했고 지식과 기술이 폭발적으로 발전했다. 

라이프 3.0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소프트웨어는 물론 하드웨어도 설계할 수 있는 생명 형태다. 라이프 3.0 생명은 소프트웨어를 설계한 능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하드웨어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업그레이드된 하드웨어는 다시 더 나은 소프트웨어를 설계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이는 다시 하드웨어의 발전을 가능하게 한다. 요새는 인간도 하드웨어의 일부를 설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치아를 임플란트로 바꾸거나 심장박동기를 설치하는 식으로 하드웨어의 일부를 설계해 대체할 수 있다. 이를테면 현 세대 인간은 라이프 2.1 정도의 존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10배로 키를 늘리거나 1,000배로 뇌 용량을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라이프 3.0은 이런 것까지 가능한, 일종의 궁극적인 생명 형태다. 맥스 테그마크가 라이프 3.0을 언급하는 것은 미래에 개발될 인공지능이 라이프 3.0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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