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느티나무 수호대

2023. 4. 6. 23:17 | Posted by 꿈꾸는코난

< 느티나무 수호대 > | 김중미 지음 | 돌베개

 

읽은 기억은 있지만 기억을 가물가물한 <괭이부리말 아이들>. 이 책은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작가가 쓴 청소년  소설이다. 괭이부리말 아이들이 도시 변두리 가난한 동네 이야기라면 이 책은 다문화 가정이 모여있는 동네 이야기이다. 아마도 시대적인 변화에 따른 현 모습을 잘 표현한 소설이 아닐까 생각한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대포읍에는 기존 주민들과 다문화 가정이 모여살고 있는 동네이다.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대포읍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 이야기의 시작은 느티나무 정령이 상황을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느티샘으로 언급되는 느티나무 정령을 오랜 세월동안 마을의 당산나무로 마을 언덕에 자리잡고 있다. 느티샘을 우연히 인간세계를 알게 되었고 50년 정도 전부터는 사람으로 변해 인간속에서 살아가고 있다(실제 기간제 교사로 초등학교에 근무도 가끔씩 한다).

레인보우 크루라는 팀에 소속되어 댄스대회에서 각광을 받은 적이 있는 도훈이는 다시 온라인 국제 댄스대회에 참가해 보라는 권유를 받는다. 기본 주축 멤버 여러 명이 빠진 가운데 새롭게 팀을 구성하고자 노력하던 중에 지역 재개발 아파트 소식이 들린다. 그리고 느티나무가 훼손될 위험성이 높아지고 아이들이 느티나무 수호대를 만들어 느티나무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한다. 레인보우 크루2기를 만들어 대회에 참가해서 현 상황을 널리 알리고자 한다. 하지만 제대로 춤을 춰본 적이 없는 아이들이 모여서 제대로 된 참가가 쉽지 않기에 자신들의 일상을 UCC에 올려 사람들의 관심을 모아보기로 한다.

중간 중간 등장하는 아이들의 현실과 다문화 가정으로 부닥치는 다양한 현안들을 잘 보여주고 있다. 베트남 출신 엄마와의 소통, 나이지리아 출신이지만 아프리카 사람이라고 지칭되는 것에 대해 억울해하고 놀림 받는 것 등 다문화 아이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엄마의 연락 두절로 할머니와 살고 있는 아이 등 우리 주변에서 익히 들은 다양한 아이들의 모습이 나온다.

 


느티샘이 들려주는, 한자리에서 인간의 삶을 지켜본 나무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잊고 지냈던 과거의 모습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다문화 아이들의 노력과 느티나무를 지키고자 하는 원 주민들의 노력이 궁극적으로 좋은 결과를 낳게 된다. 인간의 관점에서는 느티나무가 보호수로 지정받아 보호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느티샘의 입장에서는 누구도 근접하지 못하게 보호되기 때문에 아이들와 자유롭게 어울릴 수 없게 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한다. 보호수 지정보다는 아파트 건립시 느티나무를 피해서 입구를 내기로 하면서 느티나무는 그자리에서 아이들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게 된다. 보호라는 관점에서 볼 때 무조건 사람의 접근을 막고 손을 대지 못하게 하는 것이 제대로 된 보호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주변에서 한번쯤은 보고 들을 수 있는 이야기이다. 다문화 가정의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궁극적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지구가 인간과 더불어 다양한 생명체가 공존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지켜나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