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이반 일리치의 죽음

2023. 4. 4. 15:29 | Posted by 꿈꾸는코난

< 이반 일리치의 죽음 > | 레프 톨스토이 지음 | 윤우섭 옮김 | 현대지성

 

톨스토이의 작품을 읽다보면 종교적인 색깔이 아주 강하게 묻어나는 것 같다. 예전에 읽었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책에 소개된 여런 단편, 다른 대표작을 읽었을 때 유사한 느낌을 가졌던 것 같다.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그 안에는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면이 다양하게 드러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종교와 죽음은 따로 떼어내어 생각하기 어렵지만 특히 톨스토이의 작품에서는 이 둘의 관계가 항상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이반 일리치의 죽음, 주인과 일꾼, 세 죽음이라는 세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각각의 작품이 죽음과 관련된 주제를 포함하고 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죽음을 맞이한 주인공이 죽음을 느끼는 감정이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신체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시시각각 변하는 심리적인 변화를 통해 사람이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이 어떤 형태인지 짐작하게 한다. 마지막 순간으로 치달으며 주인공은 영적인 탐구에 매달리고, 자기 삶을 어떻게 바로잡을 수 있는지 깨닫는 순간 마지막 순간이 된다. 또한 주인공인 이반 일리치 이외에 주변 인물들의 묘사를 통해 인간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죽음이 자신에게 오지 않은 것에 대한 안도감, 장례식장에서의 가식적인 행동과 말들을 통해 현재의 우리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는 모습을 느끼게 된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죽음을 생각하고 마주하는 법이 필요한지 잘 못느끼고 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통해 삶의 의미를 깨닫고 우리가 인간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생각하게 하는 것 같다.

<주인과 일꾼>은 주인인 바실리 안드레이치 브레후노프와 하인인 니키타가 계약을 위해 다른 동네로 가는 과정에 생기는 일이다. 눈이 오는 날씨에, 조급함으로 지름길로 가다가 길을 잃고, 겨우 다른 동네를 찾아가지만 빨리 계약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다시 길을 나서지만 다시 길을 잃고 추위에 의해 주인이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준다. 전반적으로 주인과 하인은 사뭇 상반된 생각을 가지고 있다. 주인은 신을 믿지만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면 하인은 죽음을 눈앞에 둔 순간 진정으로 신으로 향한다. 마지막 순간 주인은 자신의 몸으로 하인을 감싸고 하인에게 온기를 전달한다. 주인은 죽음의 순간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희생, 연민,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거듭나게 된다. 이 작품은 1880년대 톨스토이의 윤리적, 종교적 사상의 예술적 구현이라고 한다. 제목에 작품의 핵심 사상을 담고 있는데 주인은 하느님, 일꾼은 사람이며, 결말은 이웃 사랑, 하나님 찾기, 진리의 깨달음을 내포한다.

<세 죽음>은 귀부인, 마부, 나무의 죽음을 차례대로 보여준다. 인간과 자연의 죽음의 차이, 신분에 따른 죽음의 차이를 엿볼 수 있지만 크게 와닿지는 않았던 것 같다.

죽음에 대한 심오한 진리나 사후 세계를 제시하지는 않지만 죽음을 마주하는 인간 본연의 모습을 충분히 엿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죽음을 마주한 주인공들의 심리와 행동 하나하나에 대해 공감이 되고 죽음에 대해 다시끔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