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느티나무 수호대

2023. 4. 6. 23:17 | Posted by 꿈꾸는코난

< 느티나무 수호대 > | 김중미 지음 | 돌베개

 

읽은 기억은 있지만 기억을 가물가물한 <괭이부리말 아이들>. 이 책은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작가가 쓴 청소년  소설이다. 괭이부리말 아이들이 도시 변두리 가난한 동네 이야기라면 이 책은 다문화 가정이 모여있는 동네 이야기이다. 아마도 시대적인 변화에 따른 현 모습을 잘 표현한 소설이 아닐까 생각한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대포읍에는 기존 주민들과 다문화 가정이 모여살고 있는 동네이다.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대포읍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 이야기의 시작은 느티나무 정령이 상황을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느티샘으로 언급되는 느티나무 정령을 오랜 세월동안 마을의 당산나무로 마을 언덕에 자리잡고 있다. 느티샘을 우연히 인간세계를 알게 되었고 50년 정도 전부터는 사람으로 변해 인간속에서 살아가고 있다(실제 기간제 교사로 초등학교에 근무도 가끔씩 한다).

레인보우 크루라는 팀에 소속되어 댄스대회에서 각광을 받은 적이 있는 도훈이는 다시 온라인 국제 댄스대회에 참가해 보라는 권유를 받는다. 기본 주축 멤버 여러 명이 빠진 가운데 새롭게 팀을 구성하고자 노력하던 중에 지역 재개발 아파트 소식이 들린다. 그리고 느티나무가 훼손될 위험성이 높아지고 아이들이 느티나무 수호대를 만들어 느티나무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한다. 레인보우 크루2기를 만들어 대회에 참가해서 현 상황을 널리 알리고자 한다. 하지만 제대로 춤을 춰본 적이 없는 아이들이 모여서 제대로 된 참가가 쉽지 않기에 자신들의 일상을 UCC에 올려 사람들의 관심을 모아보기로 한다.

중간 중간 등장하는 아이들의 현실과 다문화 가정으로 부닥치는 다양한 현안들을 잘 보여주고 있다. 베트남 출신 엄마와의 소통, 나이지리아 출신이지만 아프리카 사람이라고 지칭되는 것에 대해 억울해하고 놀림 받는 것 등 다문화 아이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엄마의 연락 두절로 할머니와 살고 있는 아이 등 우리 주변에서 익히 들은 다양한 아이들의 모습이 나온다.

 


느티샘이 들려주는, 한자리에서 인간의 삶을 지켜본 나무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잊고 지냈던 과거의 모습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다문화 아이들의 노력과 느티나무를 지키고자 하는 원 주민들의 노력이 궁극적으로 좋은 결과를 낳게 된다. 인간의 관점에서는 느티나무가 보호수로 지정받아 보호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느티샘의 입장에서는 누구도 근접하지 못하게 보호되기 때문에 아이들와 자유롭게 어울릴 수 없게 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한다. 보호수 지정보다는 아파트 건립시 느티나무를 피해서 입구를 내기로 하면서 느티나무는 그자리에서 아이들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게 된다. 보호라는 관점에서 볼 때 무조건 사람의 접근을 막고 손을 대지 못하게 하는 것이 제대로 된 보호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주변에서 한번쯤은 보고 들을 수 있는 이야기이다. 다문화 가정의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궁극적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지구가 인간과 더불어 다양한 생명체가 공존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지켜나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문학] 캐스팅

2022. 11. 15. 13:38 | Posted by 꿈꾸는코난

< 캐스팅 > | 조예은, 윤성희, 김현 외 4인 지음 | 돌베개

 

"내가 기주영을 처음 만난 건 새벽 1시의 영화관에서다. 기주영은 머리 한쪽이 완전히 뭉개진 채로 3번 영화관 f열 10번에 앉아 있었다. 산산조각 난 두개골과 찌그러진 뇌가 고스란히 보였지만 죽은 것은 아니었다."

책의 첫 소설의 시작은 이 문장으로 시작한다. 순간 내가 책을 잘못 골랐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영화관에서 펼쳐지는 일곱 편의 이야기로 알고 있었는데 장르가 공포소설이었던가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하지만 소설을 계속 읽어가면서 내가 생각했던 무서운 공포소설이 아닌 말 그대로 영화관 속 영화에 관련된 이야기임을 알게 되었다.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OTT 서비스에 가입해서 휴대폰으로 영화를 많이 보는 것 같다. 나도 종종 휴대폰으로 영화를 본다. 하지만 아직도 예전 극장에서 큰 화면으로 보던 영화가 생각이 난다. 어릴때는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친구들과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과 행동을 하곤 했다. 커  가면서 영화 속 장면과 인물에 대해 공감을 하기 시작했고 등장 인물에 대해 새로운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 것 같다.

이 책은 영화관에서 펼쳐지는 일곱 편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영화가 주는 매력과 영화관이 주는 공간적인 분위기는 누구나 머리속에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다. 책의 첫번째 이야기는 공포소설로 착각할 뻔한 <캐스팅>이다. 영화 속 등장인물이 어느 순간 그 영화를 상영하던 영화관에 나타나게 되고 실제 그 등장인물을 연기했던 연기자와 이어진  끈을 통해 영화 속 인물과 실제 인물을 연결시켜 놓는다. 영화 속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 한 배역이겠지만 그 존재를 알아준다는 것 만으도 많은 위안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비록 실제 연기자는 아니더라도 영화 속 인물이 현실 속에서 자신이 등장한 영화를 본다면 어떤 느낌이 들지 궁금해졌다.

<안녕, 장수극장>은 곧 문을 닫을 극장이 있는 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 놓는다. 멀티플랙스 극장이 아닌 동네의 작은 극장들이 많이 문을 닫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 극장은 단순한 극장이 아니라 그 동네에 사는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문화적인 체험을 할 수 있는 어쩌면 유일한 통로였을지 모른다. 적어도 나이가 좀 든 사람이라면 동네 극장에서 보던 영화의 감동을 여전히 가지고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를 보고 영화관을 나서는 순간 뭔가 달라진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일단 영화가 상영되는 스크린 이외의 불빛이 없는 공간에서 환한 바깥 세상으로 나오면서 느끼는 느낌이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방금 보고 나온 영화를 통해 느끼는 감동도 있을 것 같다. 한 숟가락만큼의 세상의 변화를 느낀 적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에 포함된 일곱 편의 이야기는 모두 나름 영화에 대한 좋은 추억을 떠올리게 해 주었다. 영화와 영화관을 통해 서로 다양한 인물과 연결되고 서로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현실이 아닌 상상속의 이야기처럼 전개되기도 하지만 영화라는 것 자체가 어느정도 상상속 이야기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요즘은 영화를 휴대폰으로 보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기에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느낌과 추억을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영화관이 주는 매력과 그 안에서의 영화는 혼자서 휴대폰으로 영화를 보는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줄 수밖에 없다고 생각된다. 비록 2배속으로 빨리 볼 수도 없고 보고 싶을 때 바로 볼 수도 없는 불편함이 있지만 뭔가 꼬집어 말할 수 없는 영화관의 분위기는 영화가 가진 매력을 한껏 돋보이게 해 준다는 생각이 든다.

[역사] 거꾸로 읽는 세계사

2021. 10. 25. 13:14 | Posted by 꿈꾸는코난

< 거꾸로 읽는 세계사 > | 유시민 지음 | 돌베개

 

이 책은 1988년 초판 출간된 거꾸로 읽는 세계사 절판 이후 다시 출간된 개정판이다. 돌베개 출판사에서 출간 전 특별 샘플북을 제작하여 사전 서평단을 하루동안 신청을 받았는데 운좋게 당첨되어 샘플북을 받게 되었다. 가제본이나 샘플북을 받으면 다른 사람은 당장 읽을 수 없는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점과 구할 수 없는 제작본을 소유할 수 있다는 점이 좋은 것 같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거꾸로 읽는  세계사 초판본을 읽은 기억이 난다. 당시에는 표현이 조금 거칠고 강한 문장이었다고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번 개정판은 기존 초판본에서 몇몇 사건은 삭제하고 미래를 위한 에필로그를 추가했다. 개정판이라곤 하지만 문장 하나하나 초판본과는 어감이 많이 다르다는 느낌이 들어서 새로운 책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유시민도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각이 초기 과격한 느낌에서 한층 부드러워진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생각은 큰 변화가 없더라도 그것을 표현하고 해석하는 방식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한층 우아하게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근현대사에 대한 해석은 어려운 것 같다. 물론 고대사에 대한 해석도 다양한 사료의 부족으로 인해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그대도 많은 시간이 흘러 특정 사건에 대한 여파와 변화를 해석하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근현대사는 여전히 해석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고 다양한 의견이 하나로 모아지지 않는 사건이 많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해석의 어려움이 있더라도 있는 그대로의 근현대사를 바라보고 최대한 객관적인 관점에서 사건을 해석해 보는 것은 필요한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이 그런 관점에서 서술된 책이라고 생각한다.

역사적인 사건이 어느 조그만 사건으로 촉발되는 것은 아니다. 1차세계대전을 촉발한 것으로 언급되는 사라예보 사건을 예로 들어보자면, 사라예보 사건이 없었더라도 세계 정세상 1차세계대전을 발발할 수 없는 여건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조만간 일어날 사건이 사라예보 시건으로 조금 더 일찍 촉발됐다고 바라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

책은 드레퓌스 사건으로 출발한다. 사라예보 사건을 거져 시기별로 다양한 세계적인 사건을 서술한다. 러시아 혁명과 전세계적인 대공황, 그리고 중국인민공화국 탄생, 2차 세계대전을 유발한 히틀러로 이어진다. 가장 최근의 세계사로 볼 수 있는 팔레스타인 분쟁, 베트남 전쟁, 인종차별 관련한 맬컴 엑스를 통해 우리가 놓치고 있는 세계사의 중요 사건에 대해 제대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한다. 핵무기와 독일 통일, 그리고 소련 해체를 통해 20세기가 막을 내리고 인류가 새로운 세대로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으로 보여준다.

우주의 시간에서는 그 무엇도 영원하지 않다. 하지만 역사의 시간에서는 많은 것이 영원하다. 특히 20세기와 현대는 많은 것이 사라지고 새로 생겨났다. 사회체제, 정치체제, 그리고 다양한 인물이 탄생하고 세계를 휘두르다가 죽음을 맞이했다. 이런 역사적인 흐름에서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은 과학기술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100년 후를 생각한다면 사람과 중요한 사건은 무엇이 있을까? 핵전쟁으로 인한 지구생태계 절멸, 기후위기로 인한 지구의 황폐화로 극소수 인류 생존, 그리고 이 위기를 잘 극복하고 과학기술의 혁명을 통해 풍요로운 삶을 누리는 것을 예로 들수 있을 것 같다.

전반적으로 책의 주제와 내용, 그리고 글이 만족스러웠다. 특히 유시민의 글쓰기는 군더더기없이 깔끔하게 잘 쓴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주제에 대해 다양한 자료를 모아서 깔끔한 문체로 정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막힘없이 문장을 잘 읽어 내려갈 수도 있고 개별 사건에 대해 제대로 머리속에 잘 정리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전 초판에서 느낄 수 없는 새로운 느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인문] 신영복 평전

2020. 5. 25. 17:48 | Posted by 꿈꾸는코난

< 신영복 평전 > | 최영묵, 최창남 지음 | 돌베개


신영복 선생의 책은 몇권 읽었지만 선생 본인에 대한 이야기에 크게 관심을 가져보지 못한 것 같다. 책의 두께가 두껍긴 하지만 신영복 선생의 삶과 사상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된 것 같다. 그리고 인간적인 면과 주변 인물들, 그리고 평가에 대해 잘 살펴볼 수 있었고, 힘겨웠던 삶을 이겨내고 자신만의 철학과 노력으로 살아온 일생을 모습을 알게 되었다.


물론 1장 선생의 삶에 대한 부분이 넘어가면 선생의 사상에 대한 부분이 설명된다. 다분히 철학적이고 다양한 사상적 배경에 대해 설명되기 때문에 따라가기가 힘든 면은 존재한다. 하지만 모두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 흔적을 쫓아가는 것만으로 배움의 길을 넓혀 갈 수 있는 것 같다.



[에세이] 여행의 사고 셋

2020. 5. 3. 17:57 | Posted by 꿈꾸는코난

< 여행의 사고 셋 > | 윤여일 지음 | 돌베개


세 번째 권에서는 저자가 공부하는 필드이기도 한 일본과 중국 등의 아시아를 다루고 있다. 동아시아라는 지평 위에서 배움의 길과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4~6장은 주로 자신의 배움와 관련하여 사표로 삼고 있는 인물들을 조명한다. 다케우치 요시미와 루쉰의 생전 활동을 살피고 그 흔적을 좇고 있으며, 저자의 중국인 스승인 쑨거 선생과의 인연과 선생으로부터 받은 지적 훈련에 대해서 쓰고 있다. 7장부터는 중국 남서부 지방 곧 윈난 성에서 시작하는 차마고도 여정을 담는다. 중국의 소수 민족들이 사는 지방을 여행하면서 번역이라는 문제, 여행과 글쓰기라는 표현의 문제에 대해 밀도 있는 사유를 보여주고 있다.



[에세이] 여행의 사고 둘

2020. 5. 3. 17:55 | Posted by 꿈꾸는코난

< 여행의 사고 둘 > | 윤여일 지음 | 돌베개


두 번째 권의 여행지는 배낭여행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인도와 네팔이다. 저자는 오늘날 인도가 두 가지 방향으로 오해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인도라는 이미지에 담긴 오해와 여행의 윤리에 관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오래된 지혜의 샘이자 영감의 원천으로 인식”되어 왔다는 정신주의적 인도론이 하나, “고인 물처럼 정지된 사회”로서의 인도 정체론이 다른 한 가지다. 그러한 결과로 인도의 이미지는 외부인의 욕망이 투사된 “백일몽”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계속되는 여행 속에서 콜카타의 마더 하우스에 들러 테레사 수녀의 삶을 반추하고, 부다가야에서 동양의 불교와 서양의 기독교의 종교철학적 차이를 세밀하게 살핀다. 그 후 여행은 안나푸르나를 거쳐 달라이 라마가 머물고 있는 맥그로드 간즈로 이어진다. 여행기는 카트만두의 시민단체 KEEP 대표 쿠마루 구릉 씨 등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공정 여행과 여행자의 윤리에 대해 깊은 고민의 시간을 갖는다.



[에세이] 여행의 사고 하나

2020. 4. 28. 18:24 | Posted by 꿈꾸는코난

< 여행의 사고 하나 > | 윤여일 지음 | 돌베개


해외 여행은 고사하고 집 주변을 배회하기에도 눈치보이는 현실이다. 어디 돌아다니지 못하는 불만과 여행을 위한 마음을 잠재우고자 읽기 시작한 책이다. 여느 여행 관련한 책과 같이 멕시코와 과테말라를 여행한 여행 서적 정도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일반적인 여행 책과는 다르게 내면 성찰을 강조하는 책이란 것을 몇 페이지 넘기고서야 알게 되었다.


대부분의 여행 서적은 관광 명소를 소개하고 그 나라와 유적지에 대한 역사적인 사실과 거기서 느끼는 저자의 감상을 설명하는 식인데 이 책은 본질적으로 출발점이 다른 것 같다. 흔히 유럽 여행 다녀왔다, 동남아 여행 다녀왔다, 멕시코 여행을 다녀왔다고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그 지명이 전체는 아닐텐데, 그리고 그 안에 서로 다른 모습을 보이는 많은 나라와 도시가 있을텐데 이 한마디로 그 지역을 다 다녀본 것과 같은 뉘앙스를 풍긴다.


이 책에서는 멕시코와 과테말라를 통해 백인 식민자와 마야 원주민 간의 오랜 갈등 관계 속에 놓인 멕시코 사회의 현실을 들여다본다. 마야 문명의 유적지 팔랑케로부터 사작된 여행은 산 크리스토발 데 라스카사스라는 열 개의 이름을 가진 도시로 이어진다. 사파티스타(1994년 멕시코 치아파스 주의 마야계 원주민들에 대한 토지분배와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봉기한 반정부 투쟁단체)의 흔적을 찾아 저자는 지인의 도움으로 사파티스타 운동의 연구자 가르시아와 인터뷰하게 되면서 오랜 연원을 가진 백인 식민자와 원주민의 역사적 갈등과 현재 멕시코 사회의 문제를 우리가 살고 있는 한국 사회구조와 문제에 접붙이기 하고 있다.


단순히 눈으로 보고 입으로 즐기고 코로 느끼는 그런 여행이 아니라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느끼고, 숨겨진 시간의 흐름을 이해하면서 그 지역을 사는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 보는 노력도 필요할 것 같다. 비싼 돈과 시간을 들여서 간 여행을 그렇게 복잡한 고민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 지역을 온전히 이해하고 공감하고 느끼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노력이 병행되어야 온전한 여행으로서의 가치를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발전소는 어떻게 미술관이 되었는가 > | 김정후 지음 | 돌베개


한때 한 국가 또는 한 도시의 경제를 뒷바침했던 다양한 산업시설들이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있다. 가장 쉬운 방법으로는 전체를 철거하고 새로운 건물을 짓거나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규모가 클수록 해체비용도 엄청나게 들 뿐아니라 한때 의미가 있었던 공간을 그냥 허무는 것은 그리 내키지 않는 선택일 수도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현재 사용하지 않고 있는 공장 부지들, 폐 철도 선로 등의 산업 유산을 재활용하는 시도가 꾸준이 시도되고 있고 성공을 거두고 있다. 기존 산업 유산의 원형을 훼손하지 않고 산업 유산의 공간과 시간의 기억을 유지하면서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파리, 런던, 빈, 카를스루에, 헬싱키, 마드리드, 뒤스부르크, 에센, 함부르크, 암스테르담, 볼로냐, 더럼, 취리히 등 유럽 전역에 고르게 퍼져 있는 산업유산의 재활용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산업유산의 기능은 도시철도, 양조장, 가스공장, 가스 저장고, 탄약공장, 감옥, 발전소, 제철소, 보일러실, 탄광, 항구, 제빵공장, 도축장, 조선소 등 그야말로 다양하다. 과거에는 하나같이 우리의 삶을 위해 필요했던 시설들이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 기능이 쓸모가 없어지면서 일상의 밖으로 밀려나 방치되어 왔던 곳들이다. 이런 곳들이 경쟁이라도 하듯 유럽의 여러 도시에서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토대로 새롭게 변화하여 다시 일상 속으로 성큼 들어와 있다.


책에서 다루는 도시들은 산업유산의 성공적인 재활용을 위해 다양한 입장에서 서로 다른 의견을 나누고 합의해가는 과정을 인내하며 거쳐왔다. 이런 시간은 한 사회가 더욱 성숙한 논의와 협의 과정을 이루어가는 훈련이 되었을 것이고, 이렇게 경험한 토론과 토의의 과정은 이후 그 사회가 당면할 수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노하우로 작동할 것이다. 다시 말해 이 책은 산업유산의 재활용을 통해 그 도시가 얻는 것이 비단 관광지로서의 명성, 경제적인 이익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하나의 건물, 하나의 지역을 되살리는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오랜 시간 논의와 토론, 설득과 이해를 구하는 과정 역시 그 도시가 산업유산의 재생 프로젝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가치임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소설] SF 거장과 걸작의 연대기

2020. 4. 21. 11:04 | Posted by 꿈꾸는코난

< SF 거장과 걸작의 연대기 > | 김보영, 박상준, 심완선 지음 | 돌베개


SF에 대한 거의 전반적인 흐름을 볼 수 있는 책이다. 처음에는 순진하게 실제 SF 소설을 묶어 놓은 책이라고 생각했지만(600 페이지가 넘는 책이다) SF 거장에 대한 소개와 주요 작품에 대한 설명을 해놓은 책이었다. 생각보다 친숙한 소설과 영화 또는 에니메이션이 많았고 대략의 줄거리도 대부분 알고 있는 내용이었기에 읽어 나가는데는 별 문제는 없었다.


특히 1장에서는 여성이 썼다는 이유만으로 당대에는 갖은 비난을 받았던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이 현대에 들어서 SF의 특성을 모두 갖춘 최초의 작품으로 인정받기까지의 과정에 주목한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학자들에 따르면 불가능하지 않은 사실에 진지하게 믿기는 곤란하지만, 현실만큼의 설득력을 지닌 서사를 부여하는 데 성공한 까닭이다. 따라서 프랑켄슈타인 속의 박사가 만든 괴물은 메리 셸리가 교육받았던 당대의 과학 기술적 지식의 내용을 반영하는 동시에, 저자가 예리하게 지적했듯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메리 셸리 자신의 상황을 대변한다고도 볼 수 있다. 특히 프랑켄슈타인의 저자가 여성이었다는 점도 놀랐지만 생각보다 어린 나이에 한번 더 놀라게 되었다.


5장에서는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현대 SF계의 풍경을 만든 핵심적인 인물들을 소개한다. 무수한 과학 마니아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코스모스의 창작자 칼 세이건과 쥬라기 공원으로 전 세계에 공룡 마니아들을 탄생시켰을 뿐만 아니라 현대 고생물학계의 패러다임을 바꾼 마이클 크라이튼은 물론, 골수 SF 작가이자 왕좌의 게임으로 엄청난 인기를 모은 조지 R. R. 마틴, 영화 컨택트의 원작자이자 현대를 대표하는 SF 작가로 자리 잡은 테드 창과 삼체로 중국 SF의 굴기를 상징하는 류츠신까지 이 시대의 SF 작가들이 얼마나 다채로운 개성과 주제 의식으로 인류의 미래상을 구축하는 중인지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미처 읽어보지 못한 원작 소설 또는 보지 못한 영화나 에니메이션을 찾아 읽거나 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만든다. 전부는 아니지만 몇개는 시도해 보지 않을까?

[사회] 자본론 공부

2020. 4. 9. 17:29 | Posted by 꿈꾸는코난

< 자본론 공부 > | 김수행 지음 | 돌베개


자본론에 관심은 있었지만 제대로 읽어볼 기회를 가지지 못해 읽지를 못했다. 자본론 공부도 예전 신문에 연재된 적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매주 출력은 했지만 제대로 읽어보지는 못했다.


이 책은 자본론을 그대로 요약하고 해설한 책이 아니다. 다양한 도표와 그림으로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자세히 설명하고 중요한 구절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어려운 자본론을 쉽게 설명하고 있어서 이해도 쉬운 것 같다. 뒤쪽으로 가면 수식이 좀 나오는 데 이해가 조금 어려운 부분은 있지만 크게 어려운 것은 아닌 것 같다.


김수행 교수는 이 책에서 마르크스가 자본주의 사회를 어떻게 찬양했고 어떻게 비판했는가를 이야기한다. 동시에 “미래 사회의 태아를 자본주의가 잉태하고 있다”는 엄연한 사실에 주목할 것을 강조한다.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자본론』을 읽어야 지금의 현실을 올바로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미래의 새로운 사회를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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