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시간이 멈춘 방

2021. 2. 18. 14:55 | Posted by 꿈꾸는코난

< 시간이 멈춘 방 > | 고지마 미유 지음, 가토 하지메 사진 | 정문주 옮김 | 더숲

 

유품정리인이라는 조금은 생소한 직업을 가진 저자가 다양한 고독사 현장을 청소하고 정리하면서 느낀 감정을 정리한 책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현장을 보다 생생하게 보여주기 위해 미니어쳐로 제작하여 일반 대중에 공개를 하고 있다. 가장 확실한 것은 사진이겠지만 여러가지 법적인 이유로 있는 그대로 공개하는 것을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저자가 선택한 대안이 미니어쳐로 만들어 가상의 현장을 보여주어 생상한 현장감을 더하는 것이다.

 

현장에 있었던 혈액과 헝클어진 이부자리 등을 통해 고인의 고난한 삶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현장의 모습을 통해 죽음을 맞이했을 때 어떤 상황이었는지와 어떤 상태였는지를 미루어 짐작하는 것도 가능하다.

 

우리는 흔히 고독사하면 주변에 아무도 없는 혼자만의 쓸쓸한 삶만을 생각한다. 하지만 혼자있는 시간에 불의의 사고로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다. 다만 발견이 늦어졌을 뿐. 고독사라는 말을 별도로 사용하는 것도 별로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한 사람의 죽음에 대해 고독사라는 말로 단정지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예전에 읽었던 비슷한 책이 생각난다. <죽은자의 집청소>라는 책인데 이 책의 저자와 마찬가지로 특수청소업을 하는 사람이 지은 책이다. 그 책을 읽었을 때는 너무 감정을 만들어 내서 책에 쓴듯한 느낌이 있었는데 이 책은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잘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에세이] 코로나에 걸려버렸다

2021. 2. 17. 16:01 | Posted by 꿈꾸는코난

< 코로나에 걸려버렸다 > | 김지호 지음 | 더난출판사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확진을 받고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조금 잠잠해 지는 듯 하다가 어느순간 다시 폭증하고 쭉 지속되는 경향을 계속 보이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루 몇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는지와 그 사람의 동선이 어디인가에 관심을 많이 가진다. 확진자 중 누군가의 동선이 많으면 많이 돌아다녔다고 질책하고 비난을 퍼 붓는다.

 

저자는 코로나에 검사를 받는 순간부터 퇴원 후 일정 기간까지 코로나 확진자로 지내 온 기간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고 있다. 친구와의 식사 자리에서 확진받은 친구로 인해 확진되었고 50여일 병원에서의 격리 시간을 보내고 완치되고 나왔지만 여전히 불편한 사회 눈초리를 실감하게 된다.

 

사실 내 주변에는 확진자가 아직 없어서 막상 그런 상황이 마주쳤을 때 내가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분명한 건 저자가 감염된 시기가 서울 강남 클럽발 감염자가 계속 늘어날 때였고 여러가지 인식이 좋지 않았을 때라는 것은 분명하다. 또한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두려운 상태에서 한번 감염된 사람을 피하는 시기였던 것 같기도 하다.

 

확진된 친구와 식사 후 확진되기까지 만났던 사람들, 그리고 밀착 접촉자로 분류되어 어쩔수없이 자가격리에 들어가야 했던 주변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원망스럽고 화가 날만도 한 것 같다. 그리고 비록 완치가 되었다 하더라도 왠지 모를 불안감에 같이 일하기를 꺼리는 사람들의 심리도 어느정도 납득은 가는 것 같다.

 

2020년과 2021년을 살아가면서 평생 이런 시기가 또 있을까 생각할만큼 다양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분명한 것은 지금의 코로나 바이러스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전망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이 공존하는 삶을 모색하고 확진자 및 완치자와도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거리감은 유지하되 인간적인 관계까지 거리감을 두지는 말아야겠다. 각자가 조심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너무 색안경을 끼고 확진자와 완치자를 바라보지 않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것 같다.

[소설] 달러구트 꿈 백화점

2020. 10. 29. 16:13 | Posted by 꿈꾸는코난

< 달러구트 꿈 백화점 > | 이미예 지음 | 팩토리나인

 

처음 이 소설을 읽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이 책에 이만큼 빠져들게 될지 몰랐다. 사실 내 자신이 소설을 그렇게 몰입해서 읽는 편이 아닌데 이 소설은 틈이 날때마다 계속 읽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던 것 같다. 우리가 평상시 꾸는 꿈이 무의식적으로 꿈 백화점에서 본인이 구입해서 꾸는 것이라는 설정이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 바로 그러한 꿈을 파는 곳이다.

 

처음 소설의 시작은 아주 평범하게 시작한다. 주인공인 페니가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 취업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꿈에 관련된 옛날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후 페니가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 취업한 후 벌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가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이유로 꿈 백화점을 찾아서 원하는 꿈을 구입해서 꿈을 꾼다. 물론 꿈에서 깬 후에는 자신이 꿈 백화점에 다녀온 것도, 꿈을 구입한 것도 전혀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꿈은 선불이 아니라 후불이다. 꿈을 꾸고 느끼는 감정이 후불로 꿈 백화점에 자동 적립되는 구조이다.

 

자신이 선택한 꿈을 통해서, 혹은 꿈 백화점에서 추천한 꿈을 통해서 즐거움을 찾기도 하고 인생의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기도 한다. 현재 우리도 꿈에 대해 다양한 관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꿈을 그냥 무시하는 사람도 있지만 너무 진지하게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프로이트 등). 하지만 대부분은 큰 의미를 두지는 않지만 완전히 무시하지도 않는 그런 중간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예지몽이나 태몽과 같은 경우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실제 경험하기도 하고 어느 정도 믿기도 하는 현실이다.

 

꿈은 꿈일 뿐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꿈을 통해 각자의 삶이 바뀔 수 있다면 굳이 꿈을 무시할 필요는 없을 것같다. 소설적인 발상이지만 각자가 꾸는 꿈이 각자 필요한 꿈을 구입해서 꾸는 것이라고 생각해 보자. 꿈이 직접적으로 현실화되지는 않겠지만 그 꿈을 통해 현실을 이겨낼 수 있는 뭔가를 얻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꿈이 가지는 매력이 충분한 것같다. 오늘 밤엔 꿈 백화점에서 어떤 꿈을 구입할지 궁금하다.

[소설] SF 거장과 걸작의 연대기

2020. 4. 21. 11:04 | Posted by 꿈꾸는코난

< SF 거장과 걸작의 연대기 > | 김보영, 박상준, 심완선 지음 | 돌베개


SF에 대한 거의 전반적인 흐름을 볼 수 있는 책이다. 처음에는 순진하게 실제 SF 소설을 묶어 놓은 책이라고 생각했지만(600 페이지가 넘는 책이다) SF 거장에 대한 소개와 주요 작품에 대한 설명을 해놓은 책이었다. 생각보다 친숙한 소설과 영화 또는 에니메이션이 많았고 대략의 줄거리도 대부분 알고 있는 내용이었기에 읽어 나가는데는 별 문제는 없었다.


특히 1장에서는 여성이 썼다는 이유만으로 당대에는 갖은 비난을 받았던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이 현대에 들어서 SF의 특성을 모두 갖춘 최초의 작품으로 인정받기까지의 과정에 주목한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학자들에 따르면 불가능하지 않은 사실에 진지하게 믿기는 곤란하지만, 현실만큼의 설득력을 지닌 서사를 부여하는 데 성공한 까닭이다. 따라서 프랑켄슈타인 속의 박사가 만든 괴물은 메리 셸리가 교육받았던 당대의 과학 기술적 지식의 내용을 반영하는 동시에, 저자가 예리하게 지적했듯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메리 셸리 자신의 상황을 대변한다고도 볼 수 있다. 특히 프랑켄슈타인의 저자가 여성이었다는 점도 놀랐지만 생각보다 어린 나이에 한번 더 놀라게 되었다.


5장에서는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현대 SF계의 풍경을 만든 핵심적인 인물들을 소개한다. 무수한 과학 마니아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코스모스의 창작자 칼 세이건과 쥬라기 공원으로 전 세계에 공룡 마니아들을 탄생시켰을 뿐만 아니라 현대 고생물학계의 패러다임을 바꾼 마이클 크라이튼은 물론, 골수 SF 작가이자 왕좌의 게임으로 엄청난 인기를 모은 조지 R. R. 마틴, 영화 컨택트의 원작자이자 현대를 대표하는 SF 작가로 자리 잡은 테드 창과 삼체로 중국 SF의 굴기를 상징하는 류츠신까지 이 시대의 SF 작가들이 얼마나 다채로운 개성과 주제 의식으로 인류의 미래상을 구축하는 중인지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미처 읽어보지 못한 원작 소설 또는 보지 못한 영화나 에니메이션을 찾아 읽거나 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만든다. 전부는 아니지만 몇개는 시도해 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