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곰돌이 푸, 인생의 맛

2019. 3. 4. 14:24 | Posted by 꿈꾸는코난

< 곰돌이 푸, 인생의 맛 > | 벤저민 호프 지음 | 안진이 옮김 | 더퀘스트


우리 모두의 내면에는 아울, 래빗, 이요르, 푸가 함께 살고 있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아울과 래빗의 길을 선택했다. 이제 우리는 이요르처럼 그 결과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고 있다. 하지만 불평을 통해 얻는 건 없다. 우리가 똑똑하다면 푸의 길을 선택할 것이다. 그 길은 멀리 떨어진 어딘가에서 우리에게 소리친다. 어린아이의 마음에서 나온 목소리를 들으라고. 때로는 그 목소리를 듣기가 어렵지만, 그래도 그 목소리는 중요하다. 그 목소리가 없다면 우리는 숲속에서 영영 길을 찾지 못할 테니까.  ( - p.220 - )


'곰돌이 푸'를 연상하면 항상 떠오르는 것은 그리 영리하지도 않고 항상 말썽을 일으키는 존재로 연상된다. 가장 많이 나오는 장면이 꿀단지를 뒤집어 쓰고 있는 모습인 것 같다. 이 책에서는 곰돌이 푸를 동양철학, 더 자세히는 도가철학이란 눈으로 들여다 보는 것이다. 현대의 삶에서는 터무니없는 실수를 저지르고도 순진하게 웃음짓는 그 모습이 어리석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삶의 목적을 잃어버리고 항상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가 더 나은 삶을 산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더 똑똑해진다고 해서 삶이 더 나아지는 건 아니'라는 이 책의 문구에서 볼 수 있듯이 복잡한 삶을 살아가는 간결한 지혜를 우리에게 전달해 준다.


피글렛은 망설이고, 이요르는 투덜거리고, 래빗이 이것저것 재고, 아울이 거들먹거리는 동안 곰돌이 푸는 그저 자신으로 존재한다. 곰돌이 푸는 애쓰지 않고도 평온하고, 있는 그대로 존재하며, 자기만의 속도로 사색하는 곰이다. 이러한 푸의 모습에서 도가철학에서 말하는 인생의 지혜가 빛나는 것을 알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푸와 관련된 이러한 종류의 책이 있는지 찾아 보니 생각외로 다양하게 검색이 되었다.  제일 먼저 이책의 저자인 벤저민 호프가 지은 '푸우의 도와 피그렛의 덕' 이란 책은 도와 덕, 그 중에서 도를 실현하는 가장 중요한 원리 중 하나가 '樸'(통나무 박, 순박할 박, 나무 빽빽할 박)이라고 하며 그에 대한 설명과 곰돌이 푸우를 연결시키고 있다. 제닛 마셜이 지은 '곰돌이 푸에게 배우는 삶의 지혜' 는 '푸 모퉁이에 있는 집'과 '곰돌이 푸' 이 두 가지 책에서 발췌한 내용을 갖고 삶의 지혜를 터득하게 이끄는 책이며, 푸우가 살았던 방식을 바탕으로 어떻게 하면 인간관계나 스스로를 가꾸는 것을 얼마나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제시하는 책이다. 그리고 국내에서는 번역되지 않은 존 타이먼스 윌리엄스가 지은 '푸우와 철학자'라는 책도 눈에 띄었다.


때로는 다른 이유로 학자들의 학문적 지식을 이해하기 힘들다. 학자들의 학문이 우리의 경험과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지식과 경험은 항상 같은 언어로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험속에서 얻는 지식이 그렇지 않은 지식보다 더 귀중한 것 아닐까? ( - p.53 - )


주변 상황에 끌려다니지 말고, 우리의 약점과 행동 경향을 알아차린 다른 사람들에게 이용당하지 말자. 우리 자신의 성격을 충분히 이해하고 삶의 주도권을 잡자. 자주의 길은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내가 처한 상황은 무엇인가', 그리고 '나에게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인가'를 인식하는 데서 시작한다. ( - p.92 - )


살아가면서 자신의 모습 중에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분명 존재할 것이다. 그것을 인지한 상황에서 우리는 그 것을 어떻게 할지 결정해야 한다. 없앨 것인지, 바꿀 것인지, 활용할 것인지. 궁극적으로 우리가 해야할 것은 우리의 약점이나 달갑지 않은 것들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변화시키는 것이다.


바쁨 고돔은 진보를 투쟁과 정복으로 이해한다. 이것이 바쁜 고돔이 남들과 다른 점 중 하나다. 본래 진정한 진보란 성장과 발전, 그리고 내면의 변화를 포괄하는 개념이지만 융통성이 부족한 고돔은 변화와 발전을 거부한다. 고돔은 자기 자신만 빼고 모든 것과 다른 사람을 변화시키고 자기가 간섭할 이유가 없는 것들, 사실상 지구상의 모든 생명에 간섭하기 위해 분주히 노력한다. ( - p.154 - )


이 고돔의 모습이 현재 우리의 모습이다. 조금의 여유도 허락하지 않고 바쁘게 살아가면서, 자신과 같이 바쁘게 살아가지 않는 다른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는 그런 모습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바쁜 현실과 대조를 이루는 것이 바로 도가철학이다. 도가철학이 가지고 있는 흥미로운 점 중의 하나가 현명한 노인에 대한 존경을 담고 있으면서도 영원한 젊음으로 알려진 인물들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당신은 진정으로 행복해지기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당신 자신과 당신이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진정으로 고마워하는 데서 시작하라. 당신은 진정으로 불행해지고 싶은가? 불만을 품는 데서 시작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