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우는 법을 잊었다

2018. 11. 12. 13:15 | Posted by 꿈꾸는코난

< 우는 법을 잊었다 > | 오치아이 게이코 지음 | 김난주 옮김 | 한길사


이렇게 살다 나는 내가 나라는 것조차

잊어가지 않을까. 완전히 그렇게 되기 전에

나는 내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 본문 중 -


사랑하는 사람들은 이미 저 세상으로 다 떠났다.

오래도록 참아왔던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 내렸다.

나는 이제 죽어도 괜찮다...

언제든 죽을 수 있다.

그것을 무엇보다 큰 안식이었다.

미련도 없다. 그것은 큰 해방이고 자유였다.

이제 한동안은 울기로 하자.

나는 그렇게 다짐하고 눈물의 감촉을 즐겼다.

"이제 울어도 돼"

그런 목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내가 사랑했던, 그리고 떠나보낸 사람 중

누군가의 목소리였다.

 - 본문 중-


미혼모의 딸로 태어난 주인공은 항상 엄마보다 먼저 죽으면 안된다는 공포를 가지고 있다. 어린 시절 친구 남동생의 죽음에서 비롯된 주변 사람들의 슬픔을 보면서, 자신의 어머니에게 그런 슬픔을 겪지 않게 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한 죽음의 공포가 시간이 지나면서 희석될 때 쯤, 주인공 어머니가 치매와 파키슨병을 동시에 앓게 되면서 내면에 잠재해 있던 공포가 다시 고개를 들게 된다.


어머니에 대한 지극정성의 간병은 7년만에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종지부를 찍는다. 주인공은 비로소 엄마보다 먼저 죽으면 안된다는 공포로 부터 벗어나고, 그 세월동안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 보내면서 안식과 자유을 얻는다. 그러나 여전히 그녀 앞에는 소중한 사람들의 죽음이 기다리고 있고 자신의 병과 마주하며 자신에게 찾아올 죽음을 대비한다.


이 책은 치매를 앓는 어머니를 모시며 주인공의 일터인 '광장' 서점을 오가는 일상적인 소박한 생활과 꽃이 어우러지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