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과 약, 기나긴 악연의 역사 > | 백승만 지음 | 동아시아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읽기 시작했는데 생각 이상으로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다. 주제도 재미있었지만 문장 자체가 매끄럽게 구성되어 있어서 더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1부 전쟁에 사용하다: 선을 넘은 자들, 2부 전쟁을 끝내다: 답을 찾는 자들, 3부 전쟁이 남기다: 선물과 청구서이다. 각각마다 세부적인 내용이 전개되는데 1부에서는 페스트와 천연두, 마약, 화학무기와 해독제에 대해 설명한다. 주제에 맞게 전쟁과 관련되어 내용이 전개되고 있으며, 세부적인 사건과 질병, 바이러스 및 세균에 대해 설명한다. 2부에서는 비타민, 말라리아, 스페인 독감에 대해 설명한다. 제 2차 세게대전 및 베트남 전쟁 등이 주된 배경이며, 의학적인 지식이 부족해서 생긴 다양한 질병과 그 원인에 대해 설명한다. 3부에서는 아스피린 및 타이레놀, 항생제, 정신병 관련 약에 대해 설명한다. 전쟁 이후 많은 사람들이 육체적, 정신적 질병에 시달리게 되고 전쟁을 위해 준비되었던 다양한 화합물 및 치료제들이 민간에 개방되고 활용되는 사례를 보여준다.

"가끔 “페스트가 어떻게 사라졌나?”라는 질문을 받는데, 항상 같은 답변을 한다. 페스트는 사라지지 않았다. 1800년대를 지나면서 결핵이나 소아마비, 폐렴, 매독, 말라리아 같은 다른 감염성 질환이 더 심하게 창궐하며 페스트의 권위를 떨어뜨리기는 했지만 페스트가 사라진 적은 없다. 지금도 페스트는 꾸준히 발병하고 있다. 우리가 강해졌을 뿐이다. 하지만 페스트 역시 최근에 더 강해지고 있다. 원인을 알 수 없지만 일부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페스트균이 보고되었다. 2017년 마다가스카르에서 페스트 환자가 발생했고, 2020년 중국 네이멍구 지역에서  페스트 환자가 발생했으며, 2021년 4월 페스트균 감염 다람쥐가 발견된 사건을 언급하고 싶다. 우리는 항상 전쟁하고 있다."
- p.25 -

"2012년 재활의학과에서 진통제 처방을 받던 환자가 계속해서 통증을 호소하자 의사는 펜타닐 패치제를 붙이도록 처방했다. 이 환자가 의식불명에 빠진 이유는 펜타닐 과량 처방 때문이다. 처음 펜타닐을 사용하는 환자는 저함량 패치(시간당 25마이크로그램)를 사용해야 했음에도, 의사는 일반 함량 패치(시간당 50마이크로그램)를 처방했다. 25마이크로그램의 차이면 극히 적은 양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마약류 진통제의 유효 농도가 두 배로 높아진다는 것은 약을 사용하는 입장에서 위험하기 짝이 없는 행위다. 그만큼 위험한 물질이 펜타닐이다."
- p.74 -

책의 내용도 재미있었지만 이미 읽은 다양한 책들이 참고 문헌으로 소개되어 이해를 한층 더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공기 중 질소 반응 장치를 고안해 질산을 인공적으로 만들어내는 이야기인 <공기의 연금술>, 항생제에 대한 전반적인 역사를 다루고 있는 <감염의 전장에서>, 인류의 역사에 큰 영향을 미친 약에 대한 이야기인 <텐 드럭스> 등이다(생각해 보니 이 3권 모두 동일한 저자이다). 또한 전쟁에 관련된 이야기 중에는 <세계사를 흔든 패전사 이야기>가 내용을 일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인류의 발전에 영향을 미친 사건은 많지만 특히 전쟁을 통해 과학의 발전과 의학의 발전이 두드러진 것 같다. 이 관점에서 보면 <전쟁과 과학, 그 야합의 역사>도 참고할만한 책인 것 같다. 우리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약들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사용되는지, 한창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마약의 탄생과 변천 과정을 잘 알수도 있었다.

이 책의 저자가 지은 책중에 <분자 조각가들>이란 책이 있다. tvN 어쩌다 어른이란 방송에서 관련된 내용을 방송하는 것을 최근에 본 적이 있는 이 책과 동일한 저자였다. 상당히 관심이 가는 내용이었는데 이렇게 연결이 되어 있었다(다시 보니 4월 14일 현재 출간전이고 4월 26일 출간 예정이다).

< 실리콘밸리에선 어떻게 일하나요> | 그리스 채 지음 | 더퀘스트

 

1. 보텀업 컬처 Bottom-Up Culture
“가까운 사람에게 책임이 더 크다”

보텀업은 새로운 프로젝트의 A to Z 전 과정에서 개인에게 주도권과 책임을 주는 문화다. 이는 만족도, 책임감, 소속감을 위해서도 중요할 뿐 아니라, 실제로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위해서도 유리하다는 판단으로 메타가 오랫동안 지켜온 문화다. 특히 다음 세대가 강력히 요구하는 문화이니 제대로 이해하고 설계해서 인재를 모으고 성과도 올려보자.

2. 피드백 컬처 Feedback Culture
“망하는 회사의 공통점은 직원들의 피드백이 없었다는 것”

메타 전 COO 셰릴 샌드버그가 매년 팀장 대상의 리더십 강의에서 했던 말이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다가 지금은 사라져버린 회사들의 공통점도 바로 이 한 가지를 실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회사에 말들이 많은 것과 건설적인 피드백이 안전하고 투명하게 오가는 것은 다르다. 회사생활의 존폐와도 연결됐다고 할 만큼 중요한 피드백 관리의 모든 것을 살펴보자.

3. 플랫 컬처 Flat Culture
“모두에게 변화에 기여할 기회가 있다”

보텀업이 직원들과 리더 사이에 존재하는 다이내믹이라면, 플랫 컬처는 직원들 사이의 동등한 역할과 책임 문화를 뜻한다. 프로젝트의 시작점에선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와 참여권을 제공하여 다양한 아이디어와 피드백을 수집한 다음, 객관적인 결정 구조를 통해 목표를 달성함으로써 플랫 컬처를 성과로 연결할 수 있다. 동등한 기회로 시작을 하더라도, 최종적으로는 성과에 직결되는 기여를 한 사람과 안 한 사람의 임팩트를 냉정하게 구분하고 평가하는 것이 자율성과 성과 보장의 비결이다.

4. 매니지업 Manage-Up
“내 상사는 내가 관리한다”

나의 팀장을 내가 관리한다는 조금 낯선 개념일 수 있다. 나의 일과 커리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 자신인 만큼, 나에 대한 많은 정보들을 팀장에게 제공하고, 팀장이 나를 잘 도울 수 있도록 내가 팀장을 도와야 한다는 개념이다. 팀장이란 존재는 늘 일이 많고 바쁘고 완벽하지 않다. 우리는 어쩌면 팀장들한테 비현실적인 기대를 갖고 언제나 답을 줄 거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팀장을 포함한 내 상사들을 어떻게 매니지업해야 나의 성과와 만족도가 높아지는지 알아보자.

5. 평행 트랙 Parallel Track
“승진의 길은 한 가지가 아니다”

관리자(People Manager)는 ‘사람에 올인’하며 조직을 성장시키고, IC(Individual Contributor)’는 ‘실무에 올인’하며 최고 전문가로 성장하는 두 가지 커리어 트랙이 존재한다. 즉, 관리자(팀장)는 세계 최고의 팀을 만들고, 그 팀의 실무 리더인 IC는 최고의 프로덕트를 만든다는 목적으로 서로 대등한 파트너십을 맺는다. 팀에 대한 모든 관리와 책임을 관리자가 쥐고 있기 때문에 팀의 IC들은 전문성을 키우고 난이도 높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

6. 강점 기반 컬처 Strength-Based Culture
“잘할 뿐 아니라, 즐기는 그 일을 하라”

모든 분야가 중간 정도의 레벨까지는 어느 정도의 기술과 실력이 있어야겠지만, 시니어가 될수록 자신의 독보적인 강점을 살려서 한 사람이 한두 분야에 최고가 되는 것이 회사에도 유리하다. 팀 내에 5가지 기술을 적당히 하는 5명과, 1가지씩의 기술을 마스터한 5명이 경쟁을 하면 당연히 후자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회사는 모두가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일과 커리어를 선택하기를 권장하고 지지한다. 단, 메타가 정의하는 ‘강점’은 단지 ‘잘하는 일’이 아니라 ‘좋아하고 즐기는 일’이다.

7. 임팩트 드리븐 컬처Impact Driven Culture
“마지막 열쇠, 결과에 대한 책임”

자율성이 강한 조직문화가 성과로 이어지도록 하는 중요한 열쇠가 바로 ‘책임’이다. 먼저 모두에게 성장할 기회와 환경을 충분히 마련해주고, 그 후에 결과의 임팩트를 평가해서 성장을 더욱 장려하든지 아니면 회사 밖에서 다른 길을 찾도록 도와준다. 그렇기 때문에 메타도 지금껏 실력자들을 유지해왔고, 그들에게 충분히 자율적인 조직문화를 믿고 조성해줄 수 있었다. 이쯤에서 누군가는 ‘책임제도는 너무 엄격한 거 같은데?’ 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직원과 회사 모두 윈윈인 이유를 공개한다.

[과학] 리얼리티버블

2023. 3. 1. 23:12 | Posted by 꿈꾸는코난

< 리얼리티버블 > | 지야 통 지음 | 장호연 옮김 | 코쿤북스

 

저자는 우리가 ‘거품 속에서 현실을 대한다’고 지적한다. 보이지 않는 것들과 보기 싫은 것들을 무시하고, 거품 속 안온한 현실을 즐긴다는 것이다. 문제는 거품이 언젠가는 터진다는 것이고, 그러면 우리의 현실도 산산이 무너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저자는 보이지 않는 현실의 추세들을 과학이라는 렌즈를 통해 가시적인 것으로 변환시킨다. 수많은 흥미로운 과학적 사례들을 통해, 거품을 걷고 현실을 직시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보여준다. “불온한 균열의 에너지로 가득하다.” 거품을 깨트려 새로운 현실을 열어젖힐 혁명적 생각들로 말이다.

쓰레기 재앙은 이제 우리 모두에게 어느 정도는 보이는 현실이 되었다. 그러나 그마저도 실상을 반영하기엔 한참 부족한 것 같다. 단적으로 플라스틱 쓰레기를 보자. 20세기 초에 발명된 플라스틱은 지금껏 80억 톤가량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 가운데 60억 톤이 쓰레기로 버려졌다. 플라스틱 생산은 해마다 늘고 있으며, 앞으로 10년 동안 40퍼센트 가까이 더 늘 전망이다. 매년 500만 톤에서 1,300만 톤에 이르는 플라스틱이 바다에 버려지고 있는데, 2050년이 되면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플라스틱은 우리가 사용하는 석유의 극히 일부분(약 5%)으로 만든 것이다. 그러니까 플라스틱 쓰레기는 우리가 직면한 화석연료로 인한 재앙의 아주 작은 ‘눈에 보이는’ 부분일 뿐인 셈이다.

저자가 보기에, 우리를 실재 세계로부터 유리시킨 주범이 바로 시스템이다. 그것이 호모 사피엔스가 세상 전체를 소유한다는 그릇된 믿음을 창조했다. 그로 인해 우리의 세계가 위험에 처했다. 그러므로 변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거품 속 현실이 우리의 세계를 끝장내기 전에, 우리는 인류를 세상의 주인으로 만든 이 시스템을 스스로 파괴해야 할지 모른다.

[과학] 야밤의 공대생 만화

2023. 1. 31. 08:13 | Posted by 꿈꾸는코난

< 야밤의 공대상 만화 > | 맹기완 지음 | 뿌리와이파리

 

한때 인터넷에 올라온 만화로 가끔씩 봤는데 북클럽에 이북으로 등록되어 읽기 시작한 책이다. 다양한 학자들에 대한 이론과 그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과학 만화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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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인슈타인이 괴델과 함께 걸을 때 > | 짐 홀트 지음 | 노태복 옮김 | 소소의책

 

아인슈타인과 괴델이라는 두 인물때문에 읽기 시작한 책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아인슈타인과 괴델이 함께 한 내용은 책 극 초반에만 잠깐 나온다. 전반적으로 과학적인 이슈에 대한 다양한 견해가 담겨 있다. 잘 알고 있는 상대성 이론, 양자역학, 튜링의 계산가능성 등이 나오며, 잘 알려지지 않은 수학자 에미 뇌터(얼마전 이 수학자에 대한 책을 따로 읽었다) 등 심호한 지식도 전달한다. 좀 읽기 어렵기는 했지만 다양한 주제를 읽을 수 있어서 좋았던 책이다.

<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 | 심채경 지음 | 문학동네

 

한때 우주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뉴턴과 같은 과학잡지를 종종 사서 읽고 했다. 특히 다양한 우주 그래픽과 소식은 매번 흥미를 더해주고 우주에 대한 상상의 날개를 펴게 만들어 주었다. 현재도 마찬가지도 우주라는 단어는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곳에 대한 동경과 환상을 심어주는 것 같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제목만으로도 나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물론 우주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저자의 에세이이 가까운 내용이 많지만 그래도 천문학자라는, 그리고 지금은 달 탐사에 관련된 일을 하는 저자의 생각이 많이 드러나 보이는 것 같다.

 

알씀인잡에 패널로 나와서 이야기할때도 조곤조곤하게 꾸밈없이 얘기를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에도 그러한 면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다. 꼭 천문학에 관심이 없더라도 한번쯤 읽어볼만한 에세이 같다.

< 구글이 목표를 달성하는 방식 OKR > | 크리스티나 워드케 지음 | 박수성 옮김 |

한국경제신문사

 

OKR에 대해서는 다양한 경로로 언급되고 있는 것 같다. 마치 OKR을 적용하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지는 조직인것 처럼 느껴질떄도 있는 것 같다. OKR은 개념적으로는 어렵지 않는데 실제 업무에 적용하기에는 노력이 필요한 부분에 제법 있는 것 같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실제 상황을 빗대어 OKR을 적용하고 검토하고 업데이트하는 형태로 OKR을 설명하고 있어서 조금은 현실적으로 와 닿는 것 같다. 여전히 자신에게 적용하기는 어렵지만 어떤 부분을 고려해야 하고 적용해 나가야 하는지에 조금의 개념을 잡을 수 있는 것 같다.

[소설] 불편한 편의점 2

2022. 12. 2. 17:12 | Posted by 꿈꾸는코난

< 불편한 편의점 2 > |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지난번에 읽었던 불편한 편의점 2편이다. 일부 등장인물은 그대로 유지되고 몇몇 줄거리도 이어져서 전개되고 있다. 전체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1편과 동일하지만 점섬 자신만 생각하는 시대 환경속에서 불편한 편의점이 어디든 한곳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 나는 멈춘 비행기의 승무원입니다 > | 우은빈 지음 | 애플북스

 

코로나로 인해 한동안 멈췄던 비행기가 다시 세계 각지로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2년여 넘는 기간동안 항공기 운항이 제한되어 있어서 이미 많은 승무원들이 자리를 잃게 되었다. 이 책은 항공사를 그만 둔 전 승무원이 쓴 에세이이다. 승무원하면 부러운 시선으로 많이 바라본다. 일의 힘듦보다는 전 세계 각지를 다닐 수 있고 장거리 노선의 경우 해당 도시를 돌아다닐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때문에 그런 것 같다. 하지만 기내에서 승무원이 하는 일 및 일부 승객들의 갑질, 그리고 비행 준비를 위해 항공사에서 요구하는 다양한 제약들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거나 무시했던 상황인 것 같다.

국내 한 신생 항공사는 2020년 젠더리스 유니폼을 도입하며 성 상품화를 지양하고 안전에 중점을 두겠다는 뜻을 밝혔다. 2019년 영국의 A 항공사는 승무원이 화장해야 한다는 조항을 삭제했다. 그리고 내가 면접을 봤던 국내 한 항공사는 여전히 최종 면접에서 자사의 치마 유니폼을 입혀 지원자를 같은 기준으로 두고 면접을 진행한다. 유니폼을 입은 다음 면접관들의 가까이 오란 말에 반 팔 간격으로 다가가 멀뚱히 서 있던 나는 나의 생각과 의지가 아니라 몸뚱이로 평가받고 있다 느꼈다.
- 벗어날 수 없는 승무원상의 늪 중에서 -

이 책의 저자는 여태 본 승무원들과는 다르게 승객과의 대화를 중시하는 사람이다. 대부분 승무원들이 기내에서 업무에 치이고 승객 요구사항을 맞추기 위해 정신이 없기 때문에 일일이  승객을 바라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사이에도 승객과 짧게라도 대화하려고 노력하는 저자의 모습이 새삼 머리속에 그려지는 것 같다.

도쿄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사탕 하나를 입에 물었다. 내 돈 주고 사 먹어본 적 없는 홍삼 사탕. 캐리어 끄는 소리가 울려 퍼지는 거리에 할머니가 해주신 말이 작게 깔리는 듯했다.
“먼저 정 주는 겨. 먼저 잘해주고, 정 주고 그랴.”
누군가는 그렇게, 그 사람이 했던 말이나 이야기로 기억에 남는다. 그날의 할머니 승객은 내게 이 대사로 남아 있다. 나는 누군가의 기억에 어떤 말을 한 사람으로 남을지 잠시 생각했다.
- 그렇게, 먼저 정 주는 일 중에서 -

승무원을 목표로 하는 예비 승무원뿐만 아니라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재미있게 이 책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기내 서비스를 담당하는 승무원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 것 같다. 그들도 한명의 소중한 사람이며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 같다. 

‘승무원’이라는 단어는 ‘외모’라는 표현과 붙어다닐 때가 많다. 면접 준비에서도 외모 관리가 큰 비중을 차지하며 그렇기 때문에 대학의 관련 학과에서는 외모 지적을 서슴지 않는다. 외모를 중시하다 보니 일터에서의 환경은 열악해진다. 유니폼은 일하기 편하고 실용적이기보다 예쁘게 보이도록 디자인되었고, 구두를 신고 장거리 비행을 하고 나면 발은 퉁퉁 붓게 마련이다. 항공사에는 외모 및 복장 규정이 있어 항상 매니큐어를 발라야 하고, 머리도 정해진 방법으로 스타일링해야 한다. 이런 환경에서 승객의 편안하고 안전한 비행에 충분히 신경 쓸 수 있을까?

저자는 승무원으로 일하는 자신뿐 아니라 승무원이 되어 앞으로 함께 일하게 될 후배와 준비생을 위해서도 전현직 승무원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하며, 외모 관리보다 더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한다.

[과학] 보이지 않는 침입자들의 세계

2022. 10. 17. 12:41 | Posted by 꿈꾸는코난

< 보이지 않는 침입자들의 세계 > | 신의철 지음 | 21세기북스

 

예측불허의 바이러스들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이 책은 내 몸속에서 나를 위협하는 바이러스, 그것으로부터 우리의 생명을 지켜내는 면역 그리고 인류가 가진 최강의 방패이자 무기인 백신 등 3가지 키워드를 통해 내 몸을 이해하고, 나아가 면역의 사회적 의미를 통해 삶의 인사이트를 얻는 책이다.

바이러스는 어떻게 내 몸에 침입해 나를 공격하고, 면역은 어떤 원리로 나를 지켜낼까? 지금 이 순간에도 보이지 않는 무수한 적으로부터 나를 지켜내는 것은 바로 우리 몸속 면역이다. 면역은 우리 몸을 지키는 복잡하고 공고한 방어 네트워크이다. 면역을 발견함으로써 현대 의학이 발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인간의 기대수명을 기하급수적으로 높인 것도 바로 면역반응의 원리를 응용한 백신이다.

 1강과 2강에서는 바이러스가 우리 면역 시스템에 침투해 변신과 은폐를 하며 살아남는 과정과 그것을 막아내는 항체 이야기가 펼쳐진다. 면역반응의 원리를 발견하여 바이러스를 막아낸 역사부터, 바이러스를 정복했다고 자신한 순간 전 세계를 덮친 팬데믹을 통해 인류에게 주어진 과제까지 바이러스를 둘러싼 의학 상식과 함께 역사적·인문적 통찰이 펼쳐진다. 변이 바이러스에도 백신은 효과가 있을까? 백신 접종은 개인의 문제인가 사회적 문제인가? 3강과 4강에서는 백신이 인류의 기대수명 연장에 현격하게 기여한 사실을 되새기고, 백신이 작동하는 원리와 집단 면역을 이끌어내는 백신의 사회적 의미를 발견함으로써 우리가 함께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돌아본다.

우리 몸은 나와 남을 어떻게 구분할까? 우리 삶에 있어 면역의 의미는 무엇인가? 5~8강에서는 면역에 대한 저자의 통찰이 펼쳐진다. 본능적으로 나와 다른 것을 구분한다고 여겨지던 우리의 몸. 하지만 현대의 면역학 연구를 통해 그 정의는 수정되고 있고, 다양한 우리 삶의 모습만큼이나 면역계에 대한 입체적인 연구들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저자는 ‘전지전능한 면역력은 없다’고 말하면서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면역력을 과하게 권장하는 사회 풍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면역과 백신에 대해 잘 알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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