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조금 수상한 비타민C의 역사

2023. 4. 30. 21:31 | Posted by 꿈꾸는코난

< 조금 수상한 비타민C의 역사 > | 스티븐 M. 사가 지음 | 김주희 옮김 | 한빛비즈

 

과학 지식은 논란과 의혹에 자극받으며 비연속적으로 발전한다.
-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 <날것과 익힌 것>, 1969년

비타민 연구는 점진적으로 진보하다가도 간간이 중단되었으며, 뜻밖의 행운과 잘못된 방향 전환이 번갈아 가며 일어났다. 일부 연구자는 시대와 뒤떨어진 부적절한 질병 모델로 자신의 눈을 가렸다. 하지만 집념과 행운덕분에 오늘날 당연하게 여기는 개념, 즉 음식에 아주 미량만이 존재하는 영양소가 건강에 필수적이라는 개념을 궁극적으로 깨닫게 되었다.
- p.121 ~122 -

대항해의 시대, 새로운 대륙을 발견하고 막대한 부를 차지하기 위해 각 나라들이 경쟁하던 때에 항상 선원들은 괴혈병에 시달리곤 했다. 특히 15세기 말, 탐험가 바스코 다가마의 인도 항해에서 선원들은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섭취하지 못한 결과 이름을 알 수 없는 병에 걸리기 시작했다. 환자들은 팔다리와 잇몸이 부어서 아무것도 먹지 못했으며 너무 쇠약한 나머지 선박 운행도 불가능했고 대부분 비참하고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이했다. 그리고 바스코 다가마는 치료법으로 아프리카 해안에서 오렌지를 먹으면 증세가 좋아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지식이 공유되거나 받아들여지지 않게 되면서 본격적인 항해의 시대에 이 괴혈병은 그 어떤 것보다 위험한 요인이 되었다. 왜 그랬을까를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 납득이 되기는 한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건강은 외부로 부터 나쁜 기운이나 세균때문에 병에 걸리다는 개념이 팽배했기 때문에 영양소 결핍이라는 개념을 전혀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아주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특히 러일전쟁시기 전쟁이 길어지면서 러시아와 일본 모두 괴혈병이라는 복병에 마주하게 된다.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부분 중에 하나는 일본 해군은 이미 신선한 과일을 먹으며 괴혈병은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 사실이 해군과 육군 사이에 공유되지 않으면서 불필요한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누구나 비타민C는 들어봤을 것이다. 그리고 비타민C를 매일 챙겨먹고 있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비타민C는 누가 발견했을까? 사실 최초 발견자를 꼭 꼬집어서 말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다양한 과학적인 발견과 노력을 거쳐 그 작동 방법 및 화학식이 발견하고, 그 결과로서 오늘날 우리가 간편하게 섭치할 수 있는 형태로까지 발전하게된 것 같다. 물론 비타민C에 대한 효능은 결코 무시할 수 없지만 매일 꾸준히 얼마나 섭취해야 하느냐는 약간 상업적인 부분이 걸려 있는 것도 사실인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흥미를 가졌던 부분은 실제로 비타민C가 우리몸에 어떻게 작용하느냐였다. 1933년 비타민C가 아스코로브산으로 확인되고 화학적 특성이 규명된 이후 과학자들은 비타민C가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해왔다. 아스코르브산은 산소가 20퍼센트를 차지하는 대기에서 동물이 살 수 있게 해 준다. 세포는 산소를 이용해 세포 대사, 근육 수축, 신경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생성한다. 한편으로 산소는 조절되지 않는 산화 반응으로 세포의 단백질과 지질, 핵산을 파괴한다. 세포가 지닌 주요 항산화제는 아스코르브산과 글루타티온으로, 세포속에는 아스코르브산보다 클루타티온이 약 10배 더 많으면 대개 환원된 항산화제 형태로 존재한다. 산화제가 체내 필수 분자를 공격하기 전에 글루타티온은 대신 산화제의 공격을 받아 낸다. 그리고 아스코르브산은 글루타티온으에게서 산소를 전달바드는 최후의 희생양이다. 즉 아스코르브산이 산화제와 반응하기에 충분하지 않으면 산화제가 세포조직을 손상시키며 괴혈병 증세가 나타나게 된다. 이렇게 본다면 괴혈병은 단순히 출혈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 손상되어 괴사되면서 출혈이 발생하는 무서운 병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알기까지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했을 것이라는 생각은 든다. 음식에 포함된 영양소의 결핍이 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인식이 없었을 때 일관된 패턴을 찾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또한 과일즙을 짜서 보관했을 때 일정 시간이 흐르면 효과가 사라지는 것도 분명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일부 동물은 자체적으로 비타민C를 합성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연구결과도 비타민C 연구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과학 지식은 논란과 의혹에 자극받으며 비연속적으로 발전한다>고 언급한 것처럼 비타민C의 역사는 발전과 퇴보, 그리고 탁월한 발견으로 인한 획기적인 진보를 거쳐 오늘날 우리 앞에 있는 것 같다. 부족함이 없는 평상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결핍시에는 치명적인 결과는 가져오는 비타민C를 좀 더 새롭게 바라보는 시각을 가지게 된 것 같다.

[사회] 지리의 힘2

2023. 4. 29. 11:21 | Posted by 꿈꾸는코난

< 지리의 힘 2 > | 팀 마샬 지음 | 김미선 옮김 | 사이

 

지리의 힘 1을 재미있게 읽어서 지리의 2가 이북으로 읽을 수 있을 때 읽게 되었다. 책의 소개대로 지리는 양날의 검이다. 지리는 우리의 발목을 잡기도, 우리 편이 돼주기도 한다. 우리의 수많은 선택은 우리가 서 있는 곳과 결코 분리될 수 없다. 지리적 요인은 지금도 이 세계를 요동치게 만든다. 지리는 그만큼 개인의 삶을, 국가의 운명을, 세계의 분쟁을, 우리의 선택을 좌우한다. 그렇다고 단순히 지정학적인 관점에서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니다. 지정학적인 관점에서 각 나라의 배경과 역사, 그리고 인접국과의 관계 등 한 나라에 대한 전반적인 부분을 잘 알 수 있게 해 준다.

 

혹시 문제를 해결하거나 관리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먼저 그 문제를 명확히 정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이 문제를 두 개의 단어로 정의하고 있다. 사우디Saudi와 아라비아Arabia라는. 어떤 가문의 성을 따서 나라 이름을 짓는다면 그 가문이 아닌 이들은 어떻게 될까? 사우디아라비아 국민들은 모두가 사우드 가문의 일원도 아닐뿐더러 모두가 공평하게 대접받지도 않는다.
- p.116 -

최근 몇 세기 동안 영국은 바다 덕분에 유럽 본토의 과도한 정치적 혼란과 전쟁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었다. 이는 왜 이 섬나라가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유럽이라는 공동의 집에 대한 소속감이 덜한지 얼마간 설명해 준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 동안 발생한 대학살도 유럽 본토만큼 영국을 크게 뒤흔들지는 못했다. 이러한 분리의 정서가 브렉시트에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하다.
- p.167 -

지중해 동부에서 보내는 여름? 아니면 에게해에서의 휴가? 모두 다 환상적으로 들리지만 이런 안락함을 누리기엔 이 지역은 최근 들어 많이 뜨거워졌다. 상대적으로 조용했던 몇십 년을 보내고 나서 이 지역이 다시 한번 불안한 지정학의 최전선에 등장하고 있다. 이곳에서 해저 가스전이 발견되면서 그리스와 터키 사이에 깊숙이 내재해 있던 해묵은 반목에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또 하나 던져졌다.
- p.212 -

[IT] 게임 전쟁

2023. 4. 21. 12:20 | Posted by 꿈꾸는코난

< 게임 전쟁 > | 스티븐 켄트 지음 | 심백선 옮김 | 한빛미디어

 

게임을 즐겨하지 않고 따라서 콘솔 게임을 제대로 해 본적은 없지만 적어도 소니나 닌텐도,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임 콘솔 이름이 무엇인지 정도는 알고 있다. 아마도 나처럼 게임을 잘 모르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름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이 세 회사가 게임 콘솔 시장에서 얼마나 큰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지 알게 해주는 척도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소니, 닌텐도, 마이크로소프트가 게임의 진화와 새로운 콘솔을 탄생시킨 경쟁의 역사를 모두 담고 있다. 분명 한때는 게임이 아이들의 시간을 빼앗고 중독을 야기시키는 놀이라고 여겨졌지만 지금은 하나의 산업으로써, 그리고 문화로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따라 많은 게임업체들이 주도권을 잡기 위한 무한한 경쟁에 들어가게 되었다. 저자는 시애틀 타임스의 프리랜스 기자로서 비디오 게임을 취재한 것을 시작으로 다양한 매체에 글을 기고해 왔었다. 게임 산업 전반에 대한 역사적인 변화가 이루어지는 시점마다 가장 가까이에서 그 현장을 지켜봐 왔으며 그 중에서 콘솔의 탄생과 이에 따른 기업들의 다양한 전략이 이 책 속에 녹아들어있다.

각 회사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궁금적으로 시장을 점유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콘솔 하드웨어 개발 과정에서의 다양한 시행착오들, 그리고 콘솔에 맞는 게임을 출시하기 위해 서로 연합했다가 다시 에어지는 과정을 통해 그 상황에 맞는 의사결정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잘 느껴지곤 했다. 나중에 시장에서 인정을 받았을 때는 그 동안의 어려움이 지난 이야기가 되겠지만 그 과정중에 있을 때는 순간의 선택이 사업 자체에 대한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숨막히는 순간 순간이 아니었을까 싶다.

전반적으로 내용의 전개는 상황을 설명하고 관련된 인터뷰 기사 등을 통해 사실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구조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기대했던 것 보다는 내용의 전개가 딱딱하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하지만 다른 측면으로 본다면 그만큼 사실에 기반한 내용이 계속 서술된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주요 세 업체가 어떻게 서로 경쟁을 하며 콘솔 시장을 이끌어 나가고자 했는지 잘 보여주는 이 책은 게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게임에 대한 새로운 면모를 느끼게 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빛미디어 <나는 리뷰어다> 활동을 위해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소설] 거울속 외딴성

2023. 4. 18. 16:35 | Posted by 꿈꾸는코난

< 거울 속 외딴 성 > | 츠지무라 마즈키 지음 | 서혜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

 

오랜만에 읽은 소설인데 몰입감이 대단히 높은 책이다. 600 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지만 줄거리가 흥미진진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분량의 압박감을 전혀 느끼지 못한 것 같다. 일단 반복되는 내용없이 문장이 깔끔하고 이야기의 전개도 적당한 긴장감과 함께 다음 상황을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소설은 학교에 가지 못하는 주인공 코코로로 부터 시작한다. 중학교 입학 후 친구에게 협박을 당하고 극심한 공포로 인해 등교를 거부하는 학생으로 지낸다. 집 앞까지 찾아와 협박한 친구들에 대한 두려움으로 등교만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집밖으로 나가지 않는 삶을 살아간다. 우연히 거울을 바라보다가 거울 속 외딴 성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 거울 속 외딴 성에서 다양한 이유로 등교를 거부하는 비슷한 또래 아이들을 만나게 되고 이들과 더불어 지내면서 마음의 상처를 조금씩 치유하고 삶에 대한 의지를 다시 일깨우게 된다.

다양한 이유로 등교를 거부하는 학생들을 보면 학생 자체의 문제보다는 이에 대처하는 어른의 문제가 크다고 느껴진다. 특히 코코로의 경우 담임 선생은 피해자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적인 화해를 요구하고 사건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자신을 믿어주는 어른이 한명이라도 있으면 그를 통해 위안을 얻고 조금의 용기를 가질 수 있게 되는 것도 사실인 것 같다. 특히 등교를 거부하는 자녀를 믿음을 가지고 기다려주고 등교를 하지 못하는 이유에 공감해주는 부모의 노력과 기다림도 중요한 것 같다.

소설은 5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일어나는 다양한 상황을 보여준다. 거울 속 외딴 성에 등장하는 늑대로 부터 소원을 들어주는 열쇠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각자의 소원이 있지만 각 아이들은 비슷한 상황에 놓인 서로에게 공감대를 가지고 서로를 격려하면서(물론 초반에는  서로 이름 정도만 주고 받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게 된다) 서로의 처리를 이해해 나가게 된다. 그 과정 중에 자신의 상황을 다시 고민해보게 되고 현실과 다시 마주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질 수 있게 된다.

소설 내에는 다양한 반전이 숨어 있다. 일부는 어렴품이 짐작할 수 있었지만 일부는 전혀 예측하지 못한 상태로 반전을 맞이하게 된다. 소설을 읽으면서 시시각각 벌어지는 상황을 새롭게 유추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거울 속 외딴 성 애니메이션 영화가 상영중이라고 한다. 극장에 가서 보지는 못하지만 OTT 서비스가 열리면 꼭 한번 애니메이션으로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왠지 글로 읽었을 때의 긴장감과 흥미가 애니메이션에 그대로 녹아들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책만큼 재미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있게 읽은 소설중의 하나로 기억에 남아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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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100가지 동물로 읽는 세계사

2023. 4. 13. 19:38 | Posted by 꿈꾸는코난

< 100가지 동물로 읽는 세계사 > | 사이먼 반즈 지음 | 오수원 옮김 | 현대지성

 

인간은 다양한 생명체와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인간 중심주의가 인간과 나머지를 철저하게 분리하는 경향이 많이 드러난다. 따지고 보면 인간도 동물, 즉 척추동물이면서 포유류이고 영장류이다. 인간의 삶을 보면 동물과 떼어놓고 생각하기 어렵다. 요즘과 같이 반려동물이 많이 키우는 때가 아니더라도 인간은 오래 전부터 다양한 목적으로 동물과 기르고  길들여 왔다. 동물계 종의 수는 대량 1,000만 종이라고 한다. 이 책에서는 그 중 100종을 선택해서 설명하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 밀접하게 관련된 동물도 있고 특정 지역에서만 발견되는 동물도 있다. 신화적인 존재로서의 동물도 있고 일부는 인류의 세계관을 바꾼 동물도 있다. 인간이 위치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세계를 잘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 노력을 통해 다양한 동물을 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인간 자체를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책의 시작은 사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처음 책을 읽기 시작할 때 처음은 시대순으로 공룡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완전히 예상을 벗어난 것 같다. 사자가 제일 처음 나온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인류의 가장 오래된 적 중의 하나로서 인간의 발달과 진화를 함께한 존재로 볼 수 있다. 또한 인간은 사자에게 있어서 한낱 먹이감에 불과할 정도로 나약한 존재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때 인류 역사적으로 사자를 추잉해 온 경향이 있다. 사자의 암수가 확연히 다르고, 수사자는 특히 남성성뿐만 아니라 왕의 위엄을 연상시키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다양한 군주들이 사자의 이름을 따거나 사자 문장을 사용해 오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야기 속 존재, 또는 실제 야생에서 살아가는 존재로서도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는 존재이다. 동물원에 가봐도 가장 인기있는 동물중의 하나가 사자인 것 같다.

중간쯤에는 돼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돼지는 멧돼지라는 종을 길들인 것이며, 물이 풍부하고 먹을 것이 많은 곳이라면 어디서나 살 수 있는 존재이다. 어느나라나 돼지하면 더러운 습관과 괴물같은 식욕을 연상한다. 이는 돼지 자체의 특성이라기 보다는 돼지를 기르는 환경 자체가 열악한데서 기인한 것이다. 실제 돼지는 다른 동물보다 훨씬 깔끔한 동물로 볼 수 있는데 환경이 어떻든 생활 공간과 배변 공간을 분리하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특히 돼지는 인간과의 유사성이 매우 높은 동물이다. 유전자 비교 연구를 통해 인간과 돼지가 놀라운 유사성을 띄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특정한 양의 DNA를 두 종이 모두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8,000만 년 전의 조상이 같이 때문이다. 허구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돼지는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에 나오는 돼지로 볼 수 있다. 그 시대적 상황을 풍자하고 유토피아에 대한 우화로 볼 수 있는 소설이다. 소설의 마지막에 묘사되는 "동물들이 돼지를 보았다가 인간을 보았다가 돼지를 번갈아 보았다. 그러나 이미 어느 쪽이 인간이고 어느 쪽이 돼지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라는 부분은 현재 우리의 모습을 연상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 이외에도 다양한 동물들이 소개되고 있다. 동물에 대한 역사와 동물에 대한 특성, 그리고 인간의 삶속에 남아 있는 그 동물의 존재, 역사적인 흔적 등 다양하게 동물을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을 제공한다. 알게 모르게 다양한 동물이 직간접적으로 인간의 삶과 정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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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과학의 위로

2023. 4. 10. 13:01 | Posted by 꿈꾸는코난

< 과학의 위로 > | 이강룡 지음 | 한빛비즈

 

과학은 재미 있다가도 종종 개념적으로 어렵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래서 쉽게 해설한 책을 보면 현상은 이해가 가지만 기본 개념이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이 책의 저자는 인문학 작가로 활동해 오다가 마흔 무렵 과학 공부를 하면서 느낀 과학의 위대함과 경이로움을 인문학적 시선으로 담은 책이다. 과학과 인문학의 만남은 이전에 생각해 본적이 없어서 무척 새롭게 다가 왔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 보면 우리가 경험하고 배운 지식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종종 느끼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학과 물리학, 물리학과 화학, 화학과 생물학, 생물학과 심리학, 심리학과 인문학, 인문학과 우리의 삶. 이렇게 생각하면 과학 자체가 우리의 삶과 연결되고 그 자체가 인문학적 개념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빛과 입자로서 무한과 유한, 빛의 속성, 전기와 자기,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설명한다. 학창시절 과학시간에 대부분 배운 내용이고 개념적으로도 많이 아는 부분이라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기본 개념을 잘 설명하고 다양한 사례를 들어 보충 설명을 하고 있기 때문에 별 어려움없이 내용을 잘 받아들일 수 있는 것 같다. 2장에서는 시간과 공간으로 상대성 원리, 특수 상대성 이론, 일반 상대성 이론, 시간과 시계, 표준과 단위 등에 대해 설명한다. 특히 시간과 시계, 표준과 단위는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면서 잘 의식하지 못하는 개념인데 상세한 정의를 다시 일깨울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3장은 과학과 수학으로 스칼라와 벡터, 계산과 방정식, 패턴 인식과 기하학, 미분과 적분, 삼각함수와 로그에 대해 소개한다. 특히 스칼라와 벡터의 개념을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마지막 4장에서는 우주와 인간으로 우주의 탄생, 원소와 주기표, 생명 원리, 기억의 메커니즘 등에 대해 소개한다. 우주의 탄생 관점에서 1년을 놓고 보면 인간은 12월31일 밤 11시 59분 59초에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만큼 우주의 탄생부터 생각해 본다면 인간의 출현 및 과학은 찰나의 순간이다. 하지만 그 찰나의 순간에 인간은 수많은 과학적인 발견과 진보를 이루어 온 것을 보면 인간의 능력이 새삼 대단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과학을 지식으로만 받아들이면 과학 이상도 이하도 아닌 개념이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자그마한 우주 속 지구에서 문명이 탄생하고, 진화를 거듭해 온 지구의 생명체의 신비함을 본다면 우리 삶 자체가 신비롭고 위대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흔히 과학적인 증명이나 발견을 두고 아름답다는 표현을 쓰는 것을 볼 수 있다. 딱딱한 과학에서 아름다움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어색할 수 있지만 과학 그 너머에는 인간의 삶과 연결되고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는 것 같다.

< 전쟁과 약, 기나긴 악연의 역사 > | 백승만 지음 | 동아시아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읽기 시작했는데 생각 이상으로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다. 주제도 재미있었지만 문장 자체가 매끄럽게 구성되어 있어서 더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1부 전쟁에 사용하다: 선을 넘은 자들, 2부 전쟁을 끝내다: 답을 찾는 자들, 3부 전쟁이 남기다: 선물과 청구서이다. 각각마다 세부적인 내용이 전개되는데 1부에서는 페스트와 천연두, 마약, 화학무기와 해독제에 대해 설명한다. 주제에 맞게 전쟁과 관련되어 내용이 전개되고 있으며, 세부적인 사건과 질병, 바이러스 및 세균에 대해 설명한다. 2부에서는 비타민, 말라리아, 스페인 독감에 대해 설명한다. 제 2차 세게대전 및 베트남 전쟁 등이 주된 배경이며, 의학적인 지식이 부족해서 생긴 다양한 질병과 그 원인에 대해 설명한다. 3부에서는 아스피린 및 타이레놀, 항생제, 정신병 관련 약에 대해 설명한다. 전쟁 이후 많은 사람들이 육체적, 정신적 질병에 시달리게 되고 전쟁을 위해 준비되었던 다양한 화합물 및 치료제들이 민간에 개방되고 활용되는 사례를 보여준다.

"가끔 “페스트가 어떻게 사라졌나?”라는 질문을 받는데, 항상 같은 답변을 한다. 페스트는 사라지지 않았다. 1800년대를 지나면서 결핵이나 소아마비, 폐렴, 매독, 말라리아 같은 다른 감염성 질환이 더 심하게 창궐하며 페스트의 권위를 떨어뜨리기는 했지만 페스트가 사라진 적은 없다. 지금도 페스트는 꾸준히 발병하고 있다. 우리가 강해졌을 뿐이다. 하지만 페스트 역시 최근에 더 강해지고 있다. 원인을 알 수 없지만 일부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페스트균이 보고되었다. 2017년 마다가스카르에서 페스트 환자가 발생했고, 2020년 중국 네이멍구 지역에서  페스트 환자가 발생했으며, 2021년 4월 페스트균 감염 다람쥐가 발견된 사건을 언급하고 싶다. 우리는 항상 전쟁하고 있다."
- p.25 -

"2012년 재활의학과에서 진통제 처방을 받던 환자가 계속해서 통증을 호소하자 의사는 펜타닐 패치제를 붙이도록 처방했다. 이 환자가 의식불명에 빠진 이유는 펜타닐 과량 처방 때문이다. 처음 펜타닐을 사용하는 환자는 저함량 패치(시간당 25마이크로그램)를 사용해야 했음에도, 의사는 일반 함량 패치(시간당 50마이크로그램)를 처방했다. 25마이크로그램의 차이면 극히 적은 양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마약류 진통제의 유효 농도가 두 배로 높아진다는 것은 약을 사용하는 입장에서 위험하기 짝이 없는 행위다. 그만큼 위험한 물질이 펜타닐이다."
- p.74 -

책의 내용도 재미있었지만 이미 읽은 다양한 책들이 참고 문헌으로 소개되어 이해를 한층 더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공기 중 질소 반응 장치를 고안해 질산을 인공적으로 만들어내는 이야기인 <공기의 연금술>, 항생제에 대한 전반적인 역사를 다루고 있는 <감염의 전장에서>, 인류의 역사에 큰 영향을 미친 약에 대한 이야기인 <텐 드럭스> 등이다(생각해 보니 이 3권 모두 동일한 저자이다). 또한 전쟁에 관련된 이야기 중에는 <세계사를 흔든 패전사 이야기>가 내용을 일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인류의 발전에 영향을 미친 사건은 많지만 특히 전쟁을 통해 과학의 발전과 의학의 발전이 두드러진 것 같다. 이 관점에서 보면 <전쟁과 과학, 그 야합의 역사>도 참고할만한 책인 것 같다. 우리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약들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사용되는지, 한창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마약의 탄생과 변천 과정을 잘 알수도 있었다.

이 책의 저자가 지은 책중에 <분자 조각가들>이란 책이 있다. tvN 어쩌다 어른이란 방송에서 관련된 내용을 방송하는 것을 최근에 본 적이 있는 이 책과 동일한 저자였다. 상당히 관심이 가는 내용이었는데 이렇게 연결이 되어 있었다(다시 보니 4월 14일 현재 출간전이고 4월 26일 출간 예정이다).

[소설] 느티나무 수호대

2023. 4. 6. 23:17 | Posted by 꿈꾸는코난

< 느티나무 수호대 > | 김중미 지음 | 돌베개

 

읽은 기억은 있지만 기억을 가물가물한 <괭이부리말 아이들>. 이 책은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작가가 쓴 청소년  소설이다. 괭이부리말 아이들이 도시 변두리 가난한 동네 이야기라면 이 책은 다문화 가정이 모여있는 동네 이야기이다. 아마도 시대적인 변화에 따른 현 모습을 잘 표현한 소설이 아닐까 생각한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대포읍에는 기존 주민들과 다문화 가정이 모여살고 있는 동네이다.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대포읍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 이야기의 시작은 느티나무 정령이 상황을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느티샘으로 언급되는 느티나무 정령을 오랜 세월동안 마을의 당산나무로 마을 언덕에 자리잡고 있다. 느티샘을 우연히 인간세계를 알게 되었고 50년 정도 전부터는 사람으로 변해 인간속에서 살아가고 있다(실제 기간제 교사로 초등학교에 근무도 가끔씩 한다).

레인보우 크루라는 팀에 소속되어 댄스대회에서 각광을 받은 적이 있는 도훈이는 다시 온라인 국제 댄스대회에 참가해 보라는 권유를 받는다. 기본 주축 멤버 여러 명이 빠진 가운데 새롭게 팀을 구성하고자 노력하던 중에 지역 재개발 아파트 소식이 들린다. 그리고 느티나무가 훼손될 위험성이 높아지고 아이들이 느티나무 수호대를 만들어 느티나무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한다. 레인보우 크루2기를 만들어 대회에 참가해서 현 상황을 널리 알리고자 한다. 하지만 제대로 춤을 춰본 적이 없는 아이들이 모여서 제대로 된 참가가 쉽지 않기에 자신들의 일상을 UCC에 올려 사람들의 관심을 모아보기로 한다.

중간 중간 등장하는 아이들의 현실과 다문화 가정으로 부닥치는 다양한 현안들을 잘 보여주고 있다. 베트남 출신 엄마와의 소통, 나이지리아 출신이지만 아프리카 사람이라고 지칭되는 것에 대해 억울해하고 놀림 받는 것 등 다문화 아이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엄마의 연락 두절로 할머니와 살고 있는 아이 등 우리 주변에서 익히 들은 다양한 아이들의 모습이 나온다.

 


느티샘이 들려주는, 한자리에서 인간의 삶을 지켜본 나무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잊고 지냈던 과거의 모습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다문화 아이들의 노력과 느티나무를 지키고자 하는 원 주민들의 노력이 궁극적으로 좋은 결과를 낳게 된다. 인간의 관점에서는 느티나무가 보호수로 지정받아 보호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느티샘의 입장에서는 누구도 근접하지 못하게 보호되기 때문에 아이들와 자유롭게 어울릴 수 없게 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한다. 보호수 지정보다는 아파트 건립시 느티나무를 피해서 입구를 내기로 하면서 느티나무는 그자리에서 아이들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게 된다. 보호라는 관점에서 볼 때 무조건 사람의 접근을 막고 손을 대지 못하게 하는 것이 제대로 된 보호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주변에서 한번쯤은 보고 들을 수 있는 이야기이다. 다문화 가정의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궁극적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지구가 인간과 더불어 다양한 생명체가 공존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지켜나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소설] 이반 일리치의 죽음

2023. 4. 4. 15:29 | Posted by 꿈꾸는코난

< 이반 일리치의 죽음 > | 레프 톨스토이 지음 | 윤우섭 옮김 | 현대지성

 

톨스토이의 작품을 읽다보면 종교적인 색깔이 아주 강하게 묻어나는 것 같다. 예전에 읽었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책에 소개된 여런 단편, 다른 대표작을 읽었을 때 유사한 느낌을 가졌던 것 같다.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그 안에는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면이 다양하게 드러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종교와 죽음은 따로 떼어내어 생각하기 어렵지만 특히 톨스토이의 작품에서는 이 둘의 관계가 항상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이반 일리치의 죽음, 주인과 일꾼, 세 죽음이라는 세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각각의 작품이 죽음과 관련된 주제를 포함하고 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죽음을 맞이한 주인공이 죽음을 느끼는 감정이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신체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시시각각 변하는 심리적인 변화를 통해 사람이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이 어떤 형태인지 짐작하게 한다. 마지막 순간으로 치달으며 주인공은 영적인 탐구에 매달리고, 자기 삶을 어떻게 바로잡을 수 있는지 깨닫는 순간 마지막 순간이 된다. 또한 주인공인 이반 일리치 이외에 주변 인물들의 묘사를 통해 인간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죽음이 자신에게 오지 않은 것에 대한 안도감, 장례식장에서의 가식적인 행동과 말들을 통해 현재의 우리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는 모습을 느끼게 된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죽음을 생각하고 마주하는 법이 필요한지 잘 못느끼고 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통해 삶의 의미를 깨닫고 우리가 인간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생각하게 하는 것 같다.

<주인과 일꾼>은 주인인 바실리 안드레이치 브레후노프와 하인인 니키타가 계약을 위해 다른 동네로 가는 과정에 생기는 일이다. 눈이 오는 날씨에, 조급함으로 지름길로 가다가 길을 잃고, 겨우 다른 동네를 찾아가지만 빨리 계약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다시 길을 나서지만 다시 길을 잃고 추위에 의해 주인이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준다. 전반적으로 주인과 하인은 사뭇 상반된 생각을 가지고 있다. 주인은 신을 믿지만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면 하인은 죽음을 눈앞에 둔 순간 진정으로 신으로 향한다. 마지막 순간 주인은 자신의 몸으로 하인을 감싸고 하인에게 온기를 전달한다. 주인은 죽음의 순간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희생, 연민,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거듭나게 된다. 이 작품은 1880년대 톨스토이의 윤리적, 종교적 사상의 예술적 구현이라고 한다. 제목에 작품의 핵심 사상을 담고 있는데 주인은 하느님, 일꾼은 사람이며, 결말은 이웃 사랑, 하나님 찾기, 진리의 깨달음을 내포한다.

<세 죽음>은 귀부인, 마부, 나무의 죽음을 차례대로 보여준다. 인간과 자연의 죽음의 차이, 신분에 따른 죽음의 차이를 엿볼 수 있지만 크게 와닿지는 않았던 것 같다.

죽음에 대한 심오한 진리나 사후 세계를 제시하지는 않지만 죽음을 마주하는 인간 본연의 모습을 충분히 엿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죽음을 마주한 주인공들의 심리와 행동 하나하나에 대해 공감이 되고 죽음에 대해 다시끔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인문] 처음 읽는 현대 철학

2023. 3. 29. 12:28 | Posted by 꿈꾸는코난

< 처음 읽는 현대 철학 > | 안광복 지음 | 어크로스

 

학창 시절 교과서를 통해 철학을 조금씩 접해 본 것 같다. 그 당시 언급된 철학자는 지금 일반적으로 언급하는 철학자라기 보다는 과학자에 가까웠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양한 철학서를 읽기 위해 시도했지만 번번히 실패하곤 했던 것 같다. 철학이란 주제에 대해, 그리고 철학자의 사상에 대해 접해보곤 싶은 의지는 있었지만 제대로 읽기는 쉽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부분에서 현대철학은 더 난해하다고 생각한다. 고전 철학이 물질과 인간에 대해 초점이 맞춰져 있고 다양하게 이론을 접할 기회가 있어서 조금은 익숙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대 철학은 철학자 이름부터 생소하고 그 철학자가 주장하고는 이론도 상당히 난해한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것 같다. 그만큼 현대 철학은 잘 접하지도 못하고 이해하기도 어려운 면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이 책의 저자는 유명한 철학교사이자 일상에서 철학하기를 실천하는 임상 철학자라고 한다. 20여 권이 넘는 철학 교양서를 집필하고 많은 독자들을 철학의 세계로 이끈 인문 저자라고도 한다. 다양한 매체의 글쓰기와 강연을 통해 많은 사람을 만다고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 책도 단순히 원전을 소개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고 살아가야 하는 시대상에 맞춰서 현대 사상을 소개하고 해석하고 있다. 이 책은 26명의 철학자를 선정해서 그의 이론과 현시대를 비춰서 설명하고 있다. 책의 서두에 설명하듯이 철학자뿐만 아니라 심리학자, 사회생물학자, 교육학자도 철학자의 일원으로 소개하고 있다. 철학이 세상의 가장 근본적인 물음에 답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한다면 다양한 학문의 영역을 철학이란 범주로 넣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욕망을 발견하는 철학, 틀을 깨는 철학, 통찰을 기르는 철학, 어울림의 철학이란 4개의 장으로 나누어 각각의 철학자와 그들의 이론, 그리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다양한 질문과 방향을 제시해 준다. 또한 개별 철학자를 설명하는 마지막에 욕망 탐색, 틀을 깨는 상상, 통찰 열기, 어울림의 주제라는 이름을 우리가 다같이 고민해 봐야할 생각을 전달하고 있다.

1장 욕망을 발견하는 철학은 알고 있는 철학자가 많이 언급되어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프로이트를 통해 인류의 몰락과 해방에 대해 언급하고, 융을 통해 집단 무의식이 말해주는 것을 설명한다. 2장 경제와 정치의 새로운 길은 내용 자체가 흥미있고 관심이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다만 3장과 4장은 내용이 조금 읽어가기 힘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은 생소한 철학자들이 언급되어서 그렇기도 하고 주제 자체도 쉽게 읽기 어려운 부분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책에서 언급되고 있듯이 현대 철학이 난해해지 이유는 풀어야 할 문제가 점점 복잡하고 어려워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