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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8.25 [과학] 이기적 감정
  2. 2019.03.04 [인문] 곰돌이 푸, 인생의 맛

[과학] 이기적 감정

2020. 8. 25. 15:09 | Posted by 꿈꾸는코난

< 이기적 감정 > | 랜돌프 M. 네스 지음 | 안진이 옮김 | 최재천 감수 | 더퀘스트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볼 때 가끔씩 드는 의문점이 있었다. 인간에 국한한 신체 기관만 본다면 장기중 맹장이나 눈의 맹점은 이미 진화 단계에서 사라지거나 또는 다른 형태로 변형되었을 기관 같은데 여전히 인간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는 병으로 일부는 제대로 보지 못하는 부분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관점을 달리해서 감정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보면 어떨까? 진화론적으로 볼때 인간의 감정 중 불안, 질투, 걱정 등과 긍정적이지 않은 감정이 얼마나 인간의 행복에 도움이 될까 생각된다. 그냥 표면적으로 본다면 이러한 감정은 없는 것이 인간의 행복에 더 도움이 되고 더 유익하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그렇다면 이 감정들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행복이 아닌 다른 이유때문에 여태까지 우리 인간의 마음속에 유지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은 자연선택이 인간을 취약한 상태로 남겨둔 이유를 묻는 것이 정신장애를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음으로 보여준다. 불안, 우울, 슬픔 같은 감정들은 나름대로 쓸모가 있기 때문에 자연선택 과정에서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가 겪는 고통이 인류의 유전자에 이로울 때가 많다는 것이다. 우리가 느끼는 고통스러운 감정들은 불필요하지만 정상적이다. 잘 생각해보면 그런 감정을 아예 느끼지 못하는 경우 막대한 비용을 치를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여기서 언급하는 진화의학에 대해 자세한 정의가 필요할 것 같다. 진화의학은 바로 현실에 적용하는 치료법이 아니고 주류 의학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된 학문도 아니다. 진화의학은 유전공학과 생리학을 활용하는 것과 똑같이 진화생물학의 원리를 활용해 의학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진화정신의학은 진화의학의 일부분으로서 <자연선택을 거쳤는데도 우리는 왜 정신장애에 잘 걸리는가>에 대한 의문을 탐구한다.



자연선택의 원리는 단순하지만 그 과정과 결과물은 상상을 뛰어넘을 만큼 복잡하다. 1964년 헤밀턴은 어떤 유전자 변이가 개별 개체의 생존과 번식 확률을 감소시킨다 해도 그 개체와 똑같은 유전자의 일부를 가진 동종 개체들에게 이롭다면 그 변이는 보편화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친족선택 이론으로 발전했으며, 희생하는 개체가 치르는 비용보다 친족집단에 돌아가는 이득이 더 클 경우 개별 동물들이 무리를 돕도록 유도하는 유전자들은 세대를 거칠수록 늘어난다는 것이다.


인간의 감정에 대한 부분을 생각해 보자. 인간에게 감정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인간 감정의 정의는 무엇인가? 가장 기본적인 감정은 몇가지인가? 이런 기본적인 질문에 대해 모두가 공감할만한 답은 현재 없는 상태이다.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도 개개인과 집단에 따라 서로 다른 견해를 내놓을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러한 감정을 이해하기 어렵게 만드는 장애물은, 먼저 부정적인 감정이 유용하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감정이 우리 자신이 아니라 우리의 유전자를 위해 생겨났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근본적인 장애물은 감정의 메커니즘에 대한 설명이 그림의 절반에 불과하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면 부정적인 감정들이 진화적 기원과 효용성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먼저 불안과 슬픔 같은 증상들은 예측 불가능한 시점에 몇몇 사람에게 나타나는 희귀한 변화가 아니다. 그리고 감정 표현을 조절하는 메커니즘은 특정한 상황에서 그 상황에 연결되는 감정들의 스위치를 켠다. 또한 반응이 없는 것이 오히려 우리에게 해로울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런 증상들은 개개인에게 상당한 비용을 부과하지만 개개인의 유전자에는 이득이 된다.


이러한 기본적인 사항을 이해하면 이 책의 전반적인 맥락을 이해하고 책을 읽어나가는데 별 무리는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감정은 개별 상황에 알맞게 특화된 작동 체계로 이해하게 되면 나쁜 감정에 대처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 기분을 달리하는 능력은 진화론적으로도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개인의 정서와 행동은 각 개인의 인생과 계획이라는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원하는 모든 것을 다 얻지 못한다. 이때 무의식적인 억압과 방어기제는 정신적 고통을 피하고 가능성있는 과업에 집중하도록 도와준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정신질환은 모두 자연선택이 소수의 개인에게는 불행한 결과를 초래하지만 유전자 적합도를 극대화하는 벼랑 끝에 가까운 지점에서 형질을 고정한 결과일 수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진화적 관점에서 우리를 질병에 취약하게 만드는 특성, 적합도 지형, 통제 시스템에 새롭게 주목하게 만든다. 물론 모든 것이 추측이기는 하지만 연구를 거듭하면서 좀 더 정신질환에 대한 측면을 이해하고 근본적인 형질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정신질환에 대한 진단과 치료는 다른 여태 의학과는 좀 다른 양상을 보인다. 대부분의 의사는 증상과 질병을 구분한다. 그리고 그 증상을 통해 근본적인 질병을 발견하고 치료하는 형태를 취한다. 하지만 정신질환은 대부분 증상 자체를 질병으로 간주하고, 심리 치료, 약물 치료, 운동 치료 등의 다양한 치료 방법을 동원한다. 일단 정신질환에 대한 정의도 다르고 원인도 다르게 해석한다. 그렇기 때문에 치료 방법도 의사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내용대로 진화정신의학이 한 방향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 견해도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양한 정신의학 분야 중 새로운 하나의 분야로 생각하고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인문] 곰돌이 푸, 인생의 맛

2019. 3. 4. 14:24 | Posted by 꿈꾸는코난

< 곰돌이 푸, 인생의 맛 > | 벤저민 호프 지음 | 안진이 옮김 | 더퀘스트


우리 모두의 내면에는 아울, 래빗, 이요르, 푸가 함께 살고 있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아울과 래빗의 길을 선택했다. 이제 우리는 이요르처럼 그 결과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고 있다. 하지만 불평을 통해 얻는 건 없다. 우리가 똑똑하다면 푸의 길을 선택할 것이다. 그 길은 멀리 떨어진 어딘가에서 우리에게 소리친다. 어린아이의 마음에서 나온 목소리를 들으라고. 때로는 그 목소리를 듣기가 어렵지만, 그래도 그 목소리는 중요하다. 그 목소리가 없다면 우리는 숲속에서 영영 길을 찾지 못할 테니까.  ( - p.220 - )


'곰돌이 푸'를 연상하면 항상 떠오르는 것은 그리 영리하지도 않고 항상 말썽을 일으키는 존재로 연상된다. 가장 많이 나오는 장면이 꿀단지를 뒤집어 쓰고 있는 모습인 것 같다. 이 책에서는 곰돌이 푸를 동양철학, 더 자세히는 도가철학이란 눈으로 들여다 보는 것이다. 현대의 삶에서는 터무니없는 실수를 저지르고도 순진하게 웃음짓는 그 모습이 어리석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삶의 목적을 잃어버리고 항상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가 더 나은 삶을 산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더 똑똑해진다고 해서 삶이 더 나아지는 건 아니'라는 이 책의 문구에서 볼 수 있듯이 복잡한 삶을 살아가는 간결한 지혜를 우리에게 전달해 준다.


피글렛은 망설이고, 이요르는 투덜거리고, 래빗이 이것저것 재고, 아울이 거들먹거리는 동안 곰돌이 푸는 그저 자신으로 존재한다. 곰돌이 푸는 애쓰지 않고도 평온하고, 있는 그대로 존재하며, 자기만의 속도로 사색하는 곰이다. 이러한 푸의 모습에서 도가철학에서 말하는 인생의 지혜가 빛나는 것을 알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푸와 관련된 이러한 종류의 책이 있는지 찾아 보니 생각외로 다양하게 검색이 되었다.  제일 먼저 이책의 저자인 벤저민 호프가 지은 '푸우의 도와 피그렛의 덕' 이란 책은 도와 덕, 그 중에서 도를 실현하는 가장 중요한 원리 중 하나가 '樸'(통나무 박, 순박할 박, 나무 빽빽할 박)이라고 하며 그에 대한 설명과 곰돌이 푸우를 연결시키고 있다. 제닛 마셜이 지은 '곰돌이 푸에게 배우는 삶의 지혜' 는 '푸 모퉁이에 있는 집'과 '곰돌이 푸' 이 두 가지 책에서 발췌한 내용을 갖고 삶의 지혜를 터득하게 이끄는 책이며, 푸우가 살았던 방식을 바탕으로 어떻게 하면 인간관계나 스스로를 가꾸는 것을 얼마나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제시하는 책이다. 그리고 국내에서는 번역되지 않은 존 타이먼스 윌리엄스가 지은 '푸우와 철학자'라는 책도 눈에 띄었다.


때로는 다른 이유로 학자들의 학문적 지식을 이해하기 힘들다. 학자들의 학문이 우리의 경험과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지식과 경험은 항상 같은 언어로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험속에서 얻는 지식이 그렇지 않은 지식보다 더 귀중한 것 아닐까? ( - p.53 - )


주변 상황에 끌려다니지 말고, 우리의 약점과 행동 경향을 알아차린 다른 사람들에게 이용당하지 말자. 우리 자신의 성격을 충분히 이해하고 삶의 주도권을 잡자. 자주의 길은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내가 처한 상황은 무엇인가', 그리고 '나에게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인가'를 인식하는 데서 시작한다. ( - p.92 - )


살아가면서 자신의 모습 중에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분명 존재할 것이다. 그것을 인지한 상황에서 우리는 그 것을 어떻게 할지 결정해야 한다. 없앨 것인지, 바꿀 것인지, 활용할 것인지. 궁극적으로 우리가 해야할 것은 우리의 약점이나 달갑지 않은 것들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변화시키는 것이다.


바쁨 고돔은 진보를 투쟁과 정복으로 이해한다. 이것이 바쁜 고돔이 남들과 다른 점 중 하나다. 본래 진정한 진보란 성장과 발전, 그리고 내면의 변화를 포괄하는 개념이지만 융통성이 부족한 고돔은 변화와 발전을 거부한다. 고돔은 자기 자신만 빼고 모든 것과 다른 사람을 변화시키고 자기가 간섭할 이유가 없는 것들, 사실상 지구상의 모든 생명에 간섭하기 위해 분주히 노력한다. ( - p.154 - )


이 고돔의 모습이 현재 우리의 모습이다. 조금의 여유도 허락하지 않고 바쁘게 살아가면서, 자신과 같이 바쁘게 살아가지 않는 다른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는 그런 모습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바쁜 현실과 대조를 이루는 것이 바로 도가철학이다. 도가철학이 가지고 있는 흥미로운 점 중의 하나가 현명한 노인에 대한 존경을 담고 있으면서도 영원한 젊음으로 알려진 인물들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당신은 진정으로 행복해지기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당신 자신과 당신이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진정으로 고마워하는 데서 시작하라. 당신은 진정으로 불행해지고 싶은가? 불만을 품는 데서 시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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