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 오늘도 뇌는 거짓말을 한다

2020. 8. 28. 15:20 | Posted by 꿈꾸는코난

< 오늘도 뇌는 거짓말을 한다 > | 알베르 무케베르 지음 | 정수민 옮김 | 한빛비즈


나는 나 자신을 얼마나 믿고 있는지 곰곰히 생각해 본다. 조금의 기억이 가물가물한 것도 있지만 머리속으로 뚜렷이 떠오는 것들은 매번 확실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오감을 통해 받아들이는 자극을 모두 수용할 수는 없기때문에 불확실한 것도 있지만 그런 것들은 또한 불확실하다고 판단할 것이라는 생각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모든 과정은 뇌를 통해 이루어 진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토록 신뢰하는 뇌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 자신을 속이고 있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간혹 동일한 사건을 보고도 서로 다른 주장을 하는 것을 가끔씩 보지 않는가? 그리고 그 사람이 나 자신이 된 적은 없는가?



실생활에서 끊임없이 마주치는 무수한 양의 모호한 정보를 걸러내는 우리 뇌는 세상을 해석하고 현실을 재창조한다. 때때로 이러한 활동은 우리도 모르게 일어난다. 대부분의 경우 매우 유용하며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이로부터 우리에게 해로울 수 있는 오류가 발생할 수도 있다.

(- p.32 -)


만약 우리 뇌가 오감이 받아 들이는 모든 것을 처리하고 저장한다면 금방 용량이 가득차서 아무런 반응을 못하게 될 것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 우리 뇌는 정보를 걸러내기 위해 임의로 가공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것이 실제 본인이 보고 들은 실제라고 착각하게 된다.


실제 시각 실인이라고 불리는 안톤 증후군은 뇌가 작화증을 어느 수준까지 실행할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시각 실인은 환자의 시력에 영향을 미치는 신경학적 지각장애를 말하는데, 안톤 증후군 환자는 뇌의 실명 상태인데도 자신이 올바르게 보고 있음을 절대적으로 확신한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환자 자신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본인의 의도가 아닌 뇌가 자신의 시력이 정상이라고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매일 일어나는 우리의 행동에는 무의식적이고 즉각적인 결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행동은 성급하고 대략적이지만 꽤 현실에 들어맞는, 현실에 대한 이해력에 근거한 반사작용으로 휴리스틱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특정한 상황에서 얼마되지 않는 정보를 마치 그 상황을 대표하는 것처럼 여기면서 그 것을 근거로 결정을 내리는 대표성 편향에 빠질 수 있다. 또한 대화를 통해 처음으로 받아들인 정보에 사로잡히는 앵커링 효과에 빠질 수도 있다.


특히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허위 정보를 지칭하는 가짜 뉴스의 시대에 가장 많이 언급되는 두가지 편향은 확증 편향과 일화적 증거에 의한 편향이다. 확증 편향은 우리의 의견이나 확신, 신념을 강화시키는 정보만 중시하도록 만들고, 다른 모든 의견은 거짓으로 취급한다. 일화적 증거에 의한 편향은 우리의 추론을 정당화하기 위해 일화적 예시를 사용할 때 나타난다.


이러한 편향들은 부적절할 경우도 많지만 절대적으로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이지 않고 여러 요인에 따라 움직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기에 어떤 편향들이 특정한 상황에서 나타나는지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우리가 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하여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심지어 무기력에 빠지게 되는 것은 함정이다. 우리가 전능하며 모든 일은 우리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믿는 것도 함정이다. 그 자체로 좋거나 나쁜 행동은 없다. 중요한 점은 하나의 통제 소재에만 너무 기울이지 않는 것이다. 그 둘 사이의 균형을 찾는 단 하나의 방법은 최대한 상황을 분석하여 우리에 얼마나 많은 것들이 의존하는지 아닌지는 결정하는 것이다.

(- p. 140 -)


트라우마 이후 겪은 학습된 무기력은 어떻게 확장이 될까? 가끔씩 폭력 가정에서 지속적이 폭력이 발생하지만 그 환경을 벗어날 생각하지 않고 도리어 본인의 책임으로 여기는 경우를 본적이 있다. 학습된 무기력은 종종 우울함과 관련되는데 우울한 사건을 앞에 두고 자신의 삶을 더 이상 통제할 수 없다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피해자는 그 상황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되고 현 상황에 대한 정당화와 일관성을 되찾기 위해 학슴된 무기력과 더불어 죄책감으 더 키우게 된다. 그리고 그 상황을 합리화하면서 그 책임이 본인에게 전가하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우리 각자는 끊임없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무지와 싸우기 보다는 지식의 환상에 맞서 싸우는 일이 더 어렵다. 자신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자신을 안다고 믿는 사람보다 더 쉽게 배우는 법이다.

(- p.165 -)


우리는 종종 우리 자신이 이해하는 것보다 세상을 더 잘 이해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우리 지식의 깊이에만 속는 것이 아니라 그 지식의 타당성에도 속는 경우가 종종 있다. 피터의 원리라는 이론이 있다. 일반적으로 모든 직원이 회사내에서 자신의 무능력의 한계에 도달할 때까지 승진하다는 사실이다. 무능한 사람에게 있는 과도한 자신감과 유능한 사람에게 있는 가면 증후군이 조합되어 무능한 관리자 밑에서 유능한 직원이 일하는 상황이 종종 벌어지는 것 같다.


이 책과 유사한 책은 몇권 읽어본 적이 있다. 그때도 흥미롭게 읽었지만 이 책은 그때보다 더 흥미있게 읽은 것 같다. 우리의 뇌가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논리적이지도 이성적이지도 않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그만큼 자신의 기억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주장하는 것도 그만큼 조심스러운 것 같다.


그럼 우리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본인의 기억과 판단에 항상 의문을 가지며 살아가야 할까? 이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고 그렇게 해서도 안되는 것을 잘 알것이다. 뇌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이해하고 어떤 상황에 마주쳤을 때 점진적으로 거리를 두고 그 상황을 바라보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적으로 수행함으로써 해로운 자동 사고의 발생을 제한할 수 있다.


참고로 마지막 부분에는 가짜뉴스에 대항하여 도구 사용하기가 설명되어 있다.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는 가짜뉴스를 알아채고 유용한 사실만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을 꼭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