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근원의 시간 속으로

2021. 10. 29. 08:05 | Posted by 꿈꾸는코난

< 근원의 시간 속으로 > | 윌리엄 글래슬리 지음 | 이지민 옮김 | 최용주 감수 | 더숲

 

이 책은 그린란드 빙하에서 지구의 숨겨진 시간을 찾아가는 지질학자의 기록이다. 학문적인 접근보다는 그 곳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항들, 주변 동료와의 협업, 그리고 야생의 장소에서 느낄수 있는 감정들이 자세히 표현된다.

사실 지질학자가 하는 일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대충 생각하자면 지구 곳곳에 존재하는 다양한 퇴적층과 암석 등을 조사해서 연대와 지금까지 어떤 환경적인 변화가 있었는지를 밝히는 일을 한다고 생각한다. 전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연구 활동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잘 접근하지 못하는 곳을 연구하는 것은 어느 연구자로도 원하는 일일 것이다.

저자는 다른 동료들과 함께 그린란드를 여러번 탐사하고 연구를 진행헀다. 특히 지질학적 논란이 있는 이론을 다시 입증하기 위해 이들은 그린란드를 다시 탐사한다. 인간이 생존하기에 좋은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온전히 그들만의 힘으로 몇 주동안 생존하면서 연구활동을 이어간다.

단순히 지질학자의 시각에서 그린란드를 바라보지는 않는다. 그린란드 지질을 연구하면서 그린란드의 생태계를 바라보면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 그리고 그 환경을 구성하는 여러 동식물에게서 느끼는 감정들은 다분히 시적인 느낌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목차를 먼저 읽어보면 지질학자가 쓴 글이라기 보다는 그린란드를 여행한 여행 기록같이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목차 하나하나에는 지질학적인 연구활동 중에 그린란드 환경을 통해 느낀 경험을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오래된 지구의 역사에서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끔 한다.

인간은 미지의 야생을 그대로 두지 않는다. 인간의 눈에 띄게 되면 야생은 야생으로 남지 못하고 인간이 개입되게 된다. 그러면서 환경이 변화되고 생태계가 파괴된다. 또한 야생이 가지고 있던 역사가 묻혀서 인간이 더이상 과거의 시간을 돌아볼 수 없도록 만든다.

야생은 가감 없이 솔직하게 말한다. 우리는 야생으로 들어가면서 가져간 모든 신념이나 사상은 우리에게 거꾸로 질문을 던지지만, 우리는 그 질문을 쉽게 간파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 중략... 자연을, 야생을 잃을 경우 개인적으로든 인간이라는 개체로서든 우리의 뿌리를 찾은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 들어가기 전에 -

야영지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피오르의 경계에 자리한 작은 절벽에서는 침식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이제 사라진 풍경을 기억하는 유일한 잔재를 절벽 기단에 쌓여 있는 작은 바위 무더기뿐이었다. ... 중략 ... 우리가 야생에 존재했다는 증거는 몇달 후면 사라질 것이다. 작은 파도가 우리의 발자국을 지웠듯이.
- 우리가 존재했다는 증거, 그 덧없음에 대하여_조약돌 -

인간이 없던 지구의 역사를 찾아가면서 자연이 주는 메시지를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인간이 발을 내디디면서 모든 것이 변화하고 있다. 인간이 지구의 주인인듯 행동하지만 그 이전부터 그리고 그 이후에도 인간은 광활한 역사에서 스쳐가는 한 존재일뿐일 것이다. 특히 야생을 탐사하고 근원의 역사를 알아가는 과정에 있다면 더더욱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들 것 같다.

전세계 모든 국가가 개발에 치중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야생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다양한 종과 더불어 사는 공동체 속에서 모든 종은 우리의 인정과 존중과 감탄의 대상이 될 수 있 충분한 가치가 있다.

[과학] 전략가, 잡초

2021. 4. 23. 08:04 | Posted by 꿈꾸는코난

< 전략가, 잡초 > | 이나가키 히테히로 지음 | 김소영 옮김 | 더숲

 

점심을 먹은 후에 산책하다보면 주변에 다양한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나고 있다. 분명 한겨울에는 아무것도 없이 흙만 존재했는데 어느새 크게 자란 풀들이 시야를 가리고 있다. 새삼 이런 풀들의 생명력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 같다.


한편으로 이런 풀들이 어떻게 이렇게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을까 궁금증을 가진 적이 있다. 도로변을 걷다 보면 보도블럭 사이, 건물 아래, 가로등 아래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온갖 잡초가 자라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잡초는 관심밖의 생명체이다. 물론 농작물을 재배하는 사람에게는 눈엣가시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무심코 지나치는 존재중의 하나인 것 같다.

이 책은 잡초에 대한 전반적인 것을 잘 설명해 주는 책이다. 잡초의 정의부터 출발해서 잡초의 생태, 그리고 잡초의 생명력, 그리고 마지막으로 잡초의 특별성까지 우리가 한번도 깊게 생각해보지 않은 잡초에 대해 매우 공감이 가도록 잘 서술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잡초는 강하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연약한 생명이다. 하지만 경쟁하지 않고 살아남는 강인함이 있고, 상황에 따라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럼 인간이 멸망한 후에도 잡초는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저자는 그렇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잡초는 인간이 만들어낸 특수한 환경에 적응해 특수하게 진화한 식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이 만들어낸 특수한 환경을 벗어나서는 생존하기 힘든 상황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 그 시점이 되면 잡초는 또 다른 환경에 적응해서 지금보다 훨씬 더 잘 살아남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예상밖으로 잡초는 키우기가 매우 어려운 식물이라고 한다. 밭에서 작물을 키우는 것처럼 씨를 뿌린다고 바로 싹을 틔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시기에 발아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 부분이 잡초가 살아남는 가장 큰 장점중의 하나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재배하는 작물처럼 한날 한시에 싹을 틔우고 발아한다면 한꺼번에 잡초 제거가 되니 말이다. 각자 서로 다른 조건에서 서로 다르게 싹을 틔우는 것이야 말로 꾸준히 살아남는 비결중의 하나인 것 같다.

"잡초는 아직 그 가치를 발견하지 못한 식물이다"

미국의 철학자 랠프 왈도 에머슨이 내린 잡초의 정의이다. 대부분 잡초는 아무짝에서 쓸모없는 훼방꾼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현재 인간에게는 쓸모없다고 여겨져서 천대를 받고 있지만 나중에 그 잡초가 가진 가치가 발견되어 잡초의 정의가 새롭게 매겨질지도 모르겠다. 사실 잡초는 인간의 관점에서 볼때의 구분이지 실제 자연 생태계에서 구분하는 개념은 아닌 것이다. 지극히 인간적인 관점에서 인간의 필요에 따라 나눈 인위적인 구분인 것이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지는 잡초, 의미없이 여겨지는 잡초도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한 생명체로서 충분한 의미를 가진 존재임을 알게 된다. 또한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은 대단한 우연으로 지금 시대를 같이 살아가고 있다. 그것은 먹고 먹히며 싸우고 빼앗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모든 것이 기적과 같이 반짝반짝 빛나는 생명인 것이다.

평소 잘 읽지 않는 분야의 책이긴 하지만 흥미있게 잘 읽은 책 중의 하나이다. 번역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잘 된편이라서 매끄럽게 잘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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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밌어서 밤새 읽는 수학 이야기 > | 사쿠라이 스스무 지음 | 장은정 옮김 | 더숲

 

수학을 어려워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재밌는 수학이란 주제로 수학 관련 서적이 많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의도와는 다르게 재미없게 쓰여진 책도 제법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그런 측면에서 보면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재미와 흥미를 충분히 주는 것 같다. 수학이 항상 어려운 것이 아니고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현상도 수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학에 대한 부분과 수와 숫자에 대한 의미적 구분에 대해서 특히 흥미있게 읽었던 것 같다. 또한 수를 이용한 다양한 놀이와 신기한 수의 세계도 책을 읽는 사람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소수에 대한 부분은 조금 어려운 측면도 있지만 관심이 있다면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가된다.

살아가면서 수학이 무슨 도움이 되냐고 말하는 사람을 종종 보게 된다. 하지만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많은 현실과 과학의 발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학문중의 하나가 수학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수학적인 논리적 사고를 통해 우리가 세상을 바로 보고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에세이] 시간이 멈춘 방

2021. 2. 18. 14:55 | Posted by 꿈꾸는코난

< 시간이 멈춘 방 > | 고지마 미유 지음, 가토 하지메 사진 | 정문주 옮김 | 더숲

 

유품정리인이라는 조금은 생소한 직업을 가진 저자가 다양한 고독사 현장을 청소하고 정리하면서 느낀 감정을 정리한 책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현장을 보다 생생하게 보여주기 위해 미니어쳐로 제작하여 일반 대중에 공개를 하고 있다. 가장 확실한 것은 사진이겠지만 여러가지 법적인 이유로 있는 그대로 공개하는 것을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저자가 선택한 대안이 미니어쳐로 만들어 가상의 현장을 보여주어 생상한 현장감을 더하는 것이다.

 

현장에 있었던 혈액과 헝클어진 이부자리 등을 통해 고인의 고난한 삶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현장의 모습을 통해 죽음을 맞이했을 때 어떤 상황이었는지와 어떤 상태였는지를 미루어 짐작하는 것도 가능하다.

 

우리는 흔히 고독사하면 주변에 아무도 없는 혼자만의 쓸쓸한 삶만을 생각한다. 하지만 혼자있는 시간에 불의의 사고로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다. 다만 발견이 늦어졌을 뿐. 고독사라는 말을 별도로 사용하는 것도 별로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한 사람의 죽음에 대해 고독사라는 말로 단정지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예전에 읽었던 비슷한 책이 생각난다. <죽은자의 집청소>라는 책인데 이 책의 저자와 마찬가지로 특수청소업을 하는 사람이 지은 책이다. 그 책을 읽었을 때는 너무 감정을 만들어 내서 책에 쓴듯한 느낌이 있었는데 이 책은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잘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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