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노트의 품격

2021. 5. 21. 18:53 | Posted by 꿈꾸는코난

< 노트의 품격 > | 이재영 지음 | 푸른들녂

 

한때 노트를 열심히 사용한 적이 있었다. 나름대로 효율을 위해 사용할 때마다 페이지에 선을 긋고 왼쪽, 오른쪽, 아래쪽을 용도에 맞게 나누어 쓰곤 했다. 참고해야 할 내용이 있다면 조그만 글자로 프린트해서 노트에 붙였었다. 1년을 그렇게 작성한 후 새해에는 새 노트를 가지고 동일하게 반복해서 노트를 작성했었다.

 

주로 회사 일을 하면서 적은 노트들이라서 퇴사하면서 노트는 그냥 버려지는 신세였다. 가끔씩 그 노트를 모아둘 걸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크게 후회는 들지 않는다. 노트에 적힌 내용이 아니라 열심히 작성한 노트가 가끔 아쉬운 것이니 없어도 크게 불편하거나 그런 부분은 없었던 것 같다.

 

요즘은 전자기기를 이용해서 노트하는 사람이 많이 늘어난 것 같다. 블루투스 키보드로 작성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펜으로 직접 태블릿에 적는 사람도 많아졌다. 기술의 발달로 인해 종이 노트에 적는 것이나 태블릿에 적는 것이나 불편함의 차이는 별로 없는 듯하다.

 

예전부터 종이에 주로 쓰는 것이 버릇이 되서 그런지 나는 전자기기를 사용해서 노트하는 것은 영 불편하다. 그리고 제대로 저장해놓지 않으면 금새 어디에 보관해뒀는지 까먹는 것 같다. 프린트를 해 두어도 책상 곳곳을 돌아다니가 어느 구석에 처박혀 있는 문서를 종종 보게 된다.

 

많은 유명한 학자들이 노트를 충실히 활용해 온 것 같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노트하고 오랜 시간 잘 보관해 온 것을 알 수 있다. 노트가 그러한 사람을 만든 전부는 아니겠지만 상당부분 연구에 영향을 미친건 분명한 것 같다. 노트하는 습관을 통해 머리속에 든 것을 정리할 수 있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위한 원동력을 사용할 수 있는 것 같다.

 

이 책에서도 언급된 사람이지만 오래전 읽은 책이 문득 생각난다. 정신세계사에서 나온 <시간을 지배한 사나이>라는 책이다. 아직도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데 그 사람은 알렉산드로 알렉산드로비치 류비세프다. 자신이 하는 일을 분단위로 잘 정리하고 매주, 매월, 매년 통계를 내어 시간을 관리한 사람이다. 그만큼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도 간략히 잘 정리한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만큼은 아니더라도 노트하는 습관은 각자의 삶의 방식을 바꾸고 생각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습관중의 하나인 것 같다. 노트를 통해 생각을 정리하고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 삶에 지치고 사랑도 무너져갈 때 > | 흔글 지음 | 경향BP

 

힘겨웠던 2020년이 지났고 2021년도 벌써 절반 가까이 흘러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 현실에 대해 지쳐있고 그로 말미암아 사람들과의 관계도 삐걱거리는 소리가 주변에서 들리는 것 같다. 하긴 지금의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항상 삶은 힘들고 지치기 마련인 것 같다. 그리고 사람들과의 관계와 사랑도 무너지는 상황은 항상 있어 온 일이었던 것 같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이런 삶의 무게와 사랑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헤쳐나가는 과정의 연속이다. 하루 하루 작은 일상속에서 위로를 찾고 한편의 짧은 글에서 삶의 위안을 얻는다면 다음날을 또 시작할 자그마한 행복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삶에 대한 그런 자그마한 위안을 주는 책인 것 같다.

 

누군가는 특별한 경험을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보통의 사람들은 다들 비슷한 고민과 유사한 삶을 살아가는 것 같다. 그런만큼 누군가가 담담히 써내려간 짧은 글에 공감이 느끼며 위안이 되는 경우를 가끔씩 보게 된다. 다들 내색은 하지 않지만 자신이 바깥으로 쉽게 내뱉지 못한 말을 대신 하는 글을 통해 답답함과 힘듦을 해소하는 경험을 하는 것 같다.

 

순간은 뒤로 미루지 말고

좋은 건 굳이 마다하지 않으며

행복이 오면 행복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당신은 당연히 그럴 자격이 있다

 

삶과 사랑에 대해 너무 걱정이 많은 것 같다. 항상 조급하고 조그마한 행복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순간의 여유도 허락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순간 순간 삶을 즐기고 행복을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여유가 필요한 것 같다. 자신이 원하는 것에 집중하고 다른 사람의 시선에 너무 얽매이지 않는,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필요하다.

 

짧게는 한 페이지, 길어도 두 페이지는 넘지 않는 짧은 글들이지만 그 의미는 결코 작지 않은 것 같다. 너무 진지하게 읽을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너무 가볍게만 넘어가지는 않는 글인 것 같다. 한번쯤 나를 생각하고 주변의 사람을 생각하게 하는 그런 글인 것 같다.

[역사] 만화로 배우는 서양사 - 중세2

2021. 5. 18. 16:53 | Posted by 꿈꾸는코난

< 만화로 배우는 서양사 - 중세2 > | 파니 마들린 글 | 다니엘 카사나브 그림 | 김수영 옮김 | 한빛비즈

 

한빛비즈 만화로 배우는 시리즈 중 중세에 대한 이야기이다. 특히 중세2에서는 십자군의 원정로를 따라가는 시간여행이다. 시기적으로 본다면 1146년부터 1291년까지, 12세기부터 13세기에 걸친 시기이다. 1146년 베르나르 드 클레르보가 루이 7세와 엘레오노르 다키텐 앞에서 십자군을 선전하는 설교로 시작해서 187년 살라딘이 예루살렘을 재탈환하고 제3차 십자군 시작, 1215년 제4차 라테란 공의회와 1209년 십자군 소집, 1214년 부빈 전투로 이어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1291년 생장 다크레의 함락과 십자군 국가의 종말로 마무리된다.

 

중세1과는 좀 다르게 현재의 두 주인공이 과거로 돌아가 12세기와 13세기 성지순례를 체험하는 여행길 형식으로 이야기기 전개된다. 중세2의 부제는 십자군 원정로이지만 이야기의 전개는 단순 십자군에 머무르지 않는다. 십자군 원정로를 따라가며 십자군 운동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 주는 것 같다.

 

12~13세기가 십자군의 시대이기도 했지만 대성당의 시대이기도 했다. 십자군과 대성당이야말로 이 시기에 서양에서 시작되는 팽창의 역동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요소로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역동성은 지리적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교회 권력이 뿌리내리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이 역동성으로 인해 대성당이 생겨났지만 그에 못지않게 이교도 화형이나 유대인 대학살과 같은 암울한 시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학이 생겨나고 새로운 지식이 확장되면서 봉건주의 왕국이 현대적 국가로 변모하는 정치적인 변환의 시대이기도 하다.

 

두 주인공이 십자군의 원정로를 따라가며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 그 시대의 생활환경과 신앙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중세에서 빠질 수 없는 교회와 그로 인한 서민의 힘든 생활을 같이 느낄 수 있다. 전반적으로 중세1보다는 조금 수월하게 읽을 수 있고 좀 더 중세라는 시기를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만화의 형식이긴 하지만 일반 책 못지 않게 많은 글자가 있는 것 같다. 특히 글자 크기가 너무 작은 듯한 느낌이 들어 보기에 조금 불편한 점도 있었다. 하지만 제한된 페이지에 많은 내용을 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책의 뒷 부분에는 만화로 표현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상세한 설명이 덧붙여져 있다. 본문을 읽으면서 조금 부족하다고 느낀 부분을 조금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