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시체를 보는 식물학자

2021. 11. 12. 08:04 | Posted by 꿈꾸는코난

< 시체를 보는 식물학자 > | 마크 스펜서 지음 | 김성훈 옮김 | 더퀘스트

 

아무런 사전지식없이 제목을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공포소설 또는 추리소설 정도로 생각하기 쉬울 것 같다. 사실 일반 상식으로 시체와 식물학자를 연결하는 고리를 생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은 법의식물학자에 관한 내용이다. 다양한 법의학자에 대한 책은 읽어봤지만 법의식물학자에 관해서는 본적도 들어본적도 없는 생소한 용어이다. 법의식물학자라는 용어는 아직 공식적인 용어는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영국에서는 법의식물학을 통해 범죄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를 찾아내고 있다.

런던자연사 박물관에서 일하던 저자는 우연한 기회에 범죄에 관련한 전화를 받고 조사하는 과정을 통해 법의식물학자로서의 길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전문 법의식물학자로 활동하면서 법의식물학과 생태계의 다양성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매체에 출연하고 있다.

책에 소개되는 여러 건의 시체 유기 사건에서 다양한 식물을 통해 시신이 그자리에 있었던 기간을 밝혀 낸다. 물론 법의식물학이 사망 원인까지 밝혀내지는 못하다. 시신의 사망 원인을 규명하는 일은 여러 법의학자들이 해야 할 역할이다. 다만 시신이 오래되고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경우 언제부터 그 자리에 있었느냐는 그 사람의 신원을 밝히기 위한 소중한 정보가 되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시체가 있으면 식물이 거기에 반응한다.
주변 식물은 시체를 완전히 둘러싸기 때문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말해 줄
중요한 단서를 품은 타임캡슐이 될 수 있다"

책의 초반에 소개되는 이 문구가 법의식물학자에 대한 많은 것을 설명해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식물이지만 그 식물을 통해 시체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꽃가루는 오랜 시간 버틸 수 있다.
환경조건만 적당하다면 꽃가루는 흙 속에서 몇천 년이나 살 수도 있다.
이런 특성때문에 범죄과학은 꽃가루의 분포 패턴을 이용해
사람과 특정 장소를 연관 짓는다"

용의자가 피해자를 유기한 장소를 명확하게 얘기해 주지 않더라도 용의자에게서 획득가능한 다양한 정보로 대상 지역을 좁힐 수 있다. 특히 특정 지역에서 자생하는 식물 꽃가루가 있다면 그 범위는 매우 제한적으로 좁힐 수 있을 것이다.

"미생물과 균류가 우리와 상호작용하는 다양한 방식을 이해해야 한다.
최근 DNA 추출 기술의 발전으로 혁명을 일으킬 수 있는 잠재력도 확보됐다.
이런 발전들이 뒷바침된다면 법의환경학은
법정에서 핵심 증인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