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고 싶다, 사는 동안 더 행복하길 바라고 > | 전범선 지음 | 포르체

 

살아오면서 고기를 먹지 않는 비건을 두번 만난적이 있다. 한번은 프로젝트때문에 만난 인도 사람이고 다른 한번은 같은 회사에서 일한 사람이다. 같은 회사에서 일한 사람은 원래 고기를 먹었었는데 동물 도살 다큐를 보고 고기를 끊은 경우이다. 이 사람들을 통해 우리가 채식주의자라고 알고 있는 비건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만난  사람들은 그 중에서도 고기(소나 돼지 등)를 먹지 않는 비건이었다.

비건으로 살아가는 사람도 그 첫 시작은 다양한 것 같다. 건강상의 이유도 있고, 종교적인 이유도 있고, 동물복지에 대한 이유도 있는 것 같다. 이유야 어찌되었던 비건으로 살아가면서 동물 복지에 대한 관심은 더 많아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은 비건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비건에 대한 이야기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어떻게 생각하면 평등이라는 관점에서 비건을 언급한다. 특히 동물 복지 차원에서 비건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동물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에 대한 평등 문제로 시각을 돌릴게 된다. 남녀에 대한 평등, 부모에 따른 평등 등등 태어나고 타고난 환경에 따라 불평등한 사회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우리는 종종 정의를 언급하곤 한다. 하지만 정의와 평등은 많이 다른 것 같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비건의 끝은 인간의 성별에 대한 차별뿐만 아니라 동물의 종 사이에 대한 차별까지 그 범위를 확장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 주변의 모든 동물이 평등하고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책의 중간 중간 나오는 녀남(남녀), 소 한명(소 한마리) 등 흔히 쓰지 않는 형태로 단어를 사용하는 것을 보게 된다. 처음에는 오타라고 생각했지만 책 전반에 이런 용어들이 사용되는 것을 보면 평등 관점에서 저자가 의도적으로 사용하는 용어인 것 같다. 처음 볼때는 생소하다고 느껴졌지만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남녀에 대한 순서를 정하고 종에 대한 우월관계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구 환경 문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제 문제도 평등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많이 해결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무의식적인 차별 의식을 가지고 있고 계속 그 생각이 사회에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에 쉽사리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궁극적인 평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계속 퍼져나가고 공론화될 수록 성 평등과 종 평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조금은 발전된 평등 사회로 나아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처음 책을 읽기 시작할때는 조금 거북스러운 느낌이 들었지만 책장을 덮는 순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