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고양이들은 배고프지 말 것 > | 이상교 지음 | 한빛비즈

 

책제목과 큰 관련없이 소소한 일상을 사계절로 나누어 쓴 에세이이다. 중간 중간 고양이에 대한 내용이 많이 나오고 에필로그에도 특별히 고양이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것을 보면 고양이에 대한 특별한 애정이 있는 듯하다. 짧은 글과 함께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을 같이 표현해 놓고 있는데 글을 읽으면서 따뜻한 느낌을 함께 가질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저자의 글에도 한껏 따뜻함이 묻어난다. 

눈 돌리는 곳마다 지천으로 피어난 벗꽃으로 하여
누구든, 어떤 일이든
모두 용서하고 싶은 날이다.
용서받고 싶은 날이다.
- 벚꽃 환한 알 -

글 하나 하나에 저자의 생각이 녹아 있고 그 생각을 어렵지 않게 공감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길지 않은 글로 일상을 편안하게 표현하고 있어서 더욱 공감이 가는 것 같다.

안개가 자욱하다.
안개 떄문에 추운 줄도 모르겠다.
앞서 걸어가는 사람의 다리가
보였다 안 보였다 한다.
오늘 아침나절은 둥둥 떠다녀도 되겠다.
- 안개 -

큰 목차이면서 사계절을 표현한 문구가 정겹다. 봄은 고양이 한 마리 무릎에 와 앉는 봄으로, 여름은 데굴데굴 한낮의 복숭아처럼 발그레한 여름으로, 가을은 시려운 이슬에 귀뚜라미도 잠 못 드는 가을로, 겨울은 여린 달빛 내리는 빈집의 겨울로 표현해 두었다. 책 설명대로 평생 어린아이의 눈높이로 살아온 저자의 눈높이와 그 순수함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 같다.

모든 것이 틀에 박히고 제한된 시간속에서 쫓기듯 살아가는 우리의 생활속에서 계절의 여유로움과 일상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속에 녹아져 있는 순수함은 덤으로 얻어 갈 수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