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쟁과 과학, 그 야합의 역사

2009. 6. 30. 13:01 | Posted by 꿈꾸는코난

전쟁과 과학 그 야합의 역사
카테고리 정치/사회
지은이 어니스트 볼크먼 (이마고, 200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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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지 몇년이 지난 책이지만 가끔씩 책의 내용이 머리속에 떠오르곤 한다. 현대 문명의 발전에 많은 영향을 끼친 과학의 발전이 실상은 순수한 과학으로서의 측면보다는 전쟁이나 정권에 대한 유지를 위한 용도로 발전이 이루어졌고, 그 후에 실제 생활에 접목되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 깊이 있는 과학적인 내용을 다루는 책이 아니라서 편하게 읽을 수는 있지만 읽는 과정동안 많은 것을 생각하고 느끼게 해주었다. 과학자가 과학자로의 본분보다는 정치적인 의도로 과학을 내세우거나 더 나아가서 권력에 대한 욕망때문에 과학을 철저하게 이용하는 측면도 많음을 보여주고 있다.

다음 책의 일부 내용을 보면...

최초의 우주인은 어떤 종류의 우주 유영이나 비행 훈련도 받아 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실제로 그는 비행기도 한번 타본 적이 없었다. 전하는 바에 따르면 식료품 가게의 점원이었다고 하나, 역사에는 단지 'L'이라고만 알려져 있는 그 유대인 남자는 1942년 봄 독일 다카우의 강제수용소에 설치된 감압실(減壓室)이라는 방으로 떼밀려 들어갔다. 그는 실험실의 공기압이 대기권 밖의 수준으로까지 떨어지자 남은 생애의 마지막 몇 분을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단말마의 고통 속에서 보내게 되었다. 마침내 죽음의 자비가 그의 고통을 종식시켜주었을 때, 그의 몸뚱아리는 방에서 질질 끌려나와 쓰레기 소각장에 내던져졌다. 그리고 타고 남은 그의 유해는 삽으로 퍼내져 도랑에 뿌려졌고, 거기서 이름 모를 또다른 수천 명의 희생자 유해와 뒤범벅이 되었다. 흰색의 실험실 가운을 걸치고 L의 끔찍한 죽음을 무신경하게 지켜보면서 그 광경을 녹화까지 하고 있던 10여 명의 사람들에게, L은 소위 '과학적 연구'라는 미명하에 폐기되어 버리는 인간 쓰레기와 전혀 다를 바 없었다. 그들의 실험 대상이었던 L은 제대로 선별된 인간 이하의 존재였다. 왜냐하면 강제수용소의 수감자로서 L은 생체 실험용 생쥐와 다를 바 없는 지위를 지닌 자였기 때문이다. 그는 그해 봄에 수용소의 외딴 병동으로 무리지어 보내졌다가 전쟁의 절박한 사정 때문에 희생되고 만 수백 명의 수감자들 중 한 명이었다

나중에 핵무기 개발 부분은 전쟁과 과학의 야합에 대한 결정체를 보여준다. 미군측에서는 독일이 핵무기를 만들기 시작했고 그 위력이 대단하기 때문에 미국쪽에서 먼저 만들어야 된다고 공공연히 말했지만 실상 독일측에서는 핵무기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원자로 자체를 만들지 못했고 그 성공 가능성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다만 그 핵무기 개발이 주는 군사적 우위 선점을 포함한 다양한 매력을 결코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과학도 의미가 없지만 인류의 살상이나 파괴를 목적으로 하는 과학도 무의미해 보인다. 좀 더 순수하고 진실된 과학으로서의 발전 방향은 힘든것일까?


목차

옮긴이의 글 - 전쟁과 과학, 그 파멸의 변주곡
머리말 - 전쟁과 과학, 그 저주의 관계가 시작되다

1. 인간의 용맹이 전쟁터를 지배하던 시대는 끝났다
2. 중세 유럽으로 밀려 들어온 이슬람의 과학지식
3. 유럽을 중심으로 만개한 군사과학
4. 항해술의 발달과 제국주의의 탄생
5. 정치라는 재갈을 물게 된 과학
6. 과학자의 양심이 먼저인가, 애국심이 먼저인가
7. 현대산업은 1·2차 대전에 헌신한 과학의 산물이다
8. 인류 최악의 과학 드라마, 원자폭탄의 개발
9. 엄청난 파괴력을 소유한 현대과학은 어디로 갈 것인가
10. 냉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기꺼이 정치의 시녀가 된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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