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랩걸

2021. 1. 29. 11:15 | Posted by 꿈꾸는코난

< 랩걸 > | 호프 자런 지음 | 김희정 옮김 | 알마

 

여성 과학자의 성공적인 커리어를 엿볼 수 있고, 진솔한 자기 성찰과 이웃과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과학자를 꿈꾸던 저자가 시행착오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부닥친 사회의 높은 벽을 온몸으로 겪어내면서 자연과 과학을 향한 사랑과 동료에 대한 믿음으로 꿋꿋하게 연구자의 길을 걸어 한 명의 과학자가 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여성 과학자가 느끼는 벽은 여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그러한 벽을 깨고 당당하게 본인의 능력을 한껏 펼쳐보이는 저자를 보면 뭔가 새로운 용기가 샘솟는 듯한 느낌이 든다.

 

작가는 자신의 실험실을 이렇게 묘사한다. “내 실험실은 내가 하지 않은 일에 대한 죄책감이 내가 해내고 있는 일들로 대체되는 곳이다. 부모님께 전화하지 않은 것, 아직 납부하지 못한 신용카드 고지서, 씻지 않고 쌓아둔 접시들, 면도하지 않은 다리 같은 것들은 숭고한 발견을 위해 실험실에서 하는 작업들과 비교하면 사소하기 그지없는 일이 된다.”(본문 35페이지) 작가에게 실험실은 단순한 연구 장소가 아닌 자신의 이름을 담은 ‘집’이자 ‘교회’, ‘글을 쓰는 곳’으로서 소중한 보금자리인 것이다.

[심리]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2020. 7. 14. 17:56 | Posted by 꿈꾸는코난

<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 | 올리버 색스 지음 | 조석현 옮김 | 알마


제목만 보면 유머스러운 소설로 생각할 수 있는 그러한 제목이다. 하지만 이 책은 다양한 정신질환(정신질환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지는 모르겠다)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 대한 관찰기이다. 정신질환이란 표현을 피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이유는, 이 책의 저자가 환자를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에 있다. 병을 앓고 있는 환자 관점보다는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의 내면을 바라보는 것 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정신질환, 신경질환이라고 하면 거리감을 두고 보게 된다. 한편으로는 안타까움, 한편으로는 무서움 등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저자는 환자 자체 보다는 병이 발생한 원인, 그리고 그 경과, 그리고 마지막에는 한참 후의 뒷이야기까지 그 사람의 인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환자로서 보다는 한명의 인간으로, 병을 앓고 있음으로 어쩔수 없이 생기는 제약과 함께 남들과 다른 특별한 장점을 부각시키고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을 한다.


한편으로 안타까운 점은 현재 정신 신경학적 의학이 분명 개개인의 뛰어난 면이 있는데도 일상생활이 가능한 수준으로 개선한다는 명목으로 뛰어난 점을 묵혀버리는 것이다. 저자도 그러한 부분에 대해 많이 안타까워 한 것 같다. 뛰어나다고 판단단하는 부분이 실제로는 개인의 능력이 아니라 정신 또는 신경적인 질환이라고 하더라도 발전시킨 가능성이 있을것이다. 그런 부분을 부각시키면 좋을텐데 평범을 가장한 모든 능력이 떨어지는 개인을 만들어낸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비슷한 책으로 중국 의사가 지은 < 천 명의 눈 속에는 천 개의 세상이 있다>라는 책이 문득 떠오른다. 이 책을 읽을 당시에는 제목에 대해 별 신경을 쓰지 않았는지 다시 생각해 보니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모두 다를 수 있고, 특히 각자의 정신 세계에 따라 완전히 새로운 세상으로 바라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과 차이가 아닌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는 정신질환자도 있지만 지극히 순수한 하면의 인간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현명한 선택이 필요할 것 같다.

< 서울을 거닐며 사라져가는 역사를 만나다 > | 권기봉 지음 | 알마


서울을 거닐며 사라져가는 역사를 만나다 는 서울을 일상·문화·의미·장소라는 네 가지 코드로 구분해, 우리가 지금까지 잘 몰랐거나 잘못 알고 있던 역사적 사실에 대한 오해와 오류를 바로 잡고 있는 책이다. 


너무나 익숙한 이름이자 장소인 서울. 

많은 사람들이 무심하게 일상을 엮어가는 대도시 서울. 

하지만 우리는 서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우리가 안다고 생각한 것 이면에 전혀 다른 역사적 이야기와 의미가 숨어 있지는 않을까?


저자는 세종로가 늘 권력의 입맛에 맞게 개조되어 온 장소였다고 지적한다. 이승만 정권 때에는 이순신 동상 자리에 이승만의 동상을 세웠고 이승만 대통령 동상이 4·19혁명 때 시민들에 의해 철거된 이후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은 세종로라는 이름에 걸맞은 세종대왕 동상이었으며 반공이 국시였던 1960년대 후반,‘상무尙武’를 중시하던 권력자는 세종대왕 동상의 대안으로, 왜를 물리친 ‘구국의 영웅’ 이순신 장군을 그 자리에 세웠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서울 우이동 북한산 초입에 있는 소원,지금 강북삼성병원에 위치한 상해임시정부의 마지막 청사였던 경교장, 지하철2호선 신촌역 7번 출구로 나가 400미터 정도만 걸으면 기업은행 뒷편에 있었던 와우아파트 등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서울의 일상적인 풍경에서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역사의 흔적들을 되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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