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미학 스캔들

2023. 8. 25. 22:32 | Posted by 꿈꾸는코난

< 미학 스캔들 > | 진중권 지음 | 천년의 상상

 

미학에 대한 관심이 생겨서 읽어본 책이다. 해외로 출장을 가거나 또는 국내에서도 상황이 되면 미술관을 꼭 들러보는 편이다. 관심은 있지만 관련된 지식이 없어서 예술 작품을 보더라도 느껴지는 것이 크지 않다는 것을 매번 인지하고 있다. 미학에 대한 책을 보면 예술 작품을 보는 안목이 생길까 싶어 선택해서 읽어본 책이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미학 자체보다는 조영남 그림 대작 사건에 대한 저자의 견해를 밝힌 책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중세부터 다양한 작품을 만든 사람들과 그들의 작업 방식, 그리고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소개한다. 하지만 궁긍적으로는 예술 작품에 대한 대작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지를 잘 보여주는 것 같다.

 

오늘날 ‘예술’이라 하면 흔히 한 개인의 고독한 ‘창작’을 떠올린다. 하지만 그 시절 예술의 생산은 성격상 여러 기술자들 사이의 협업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공방에는 제작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오랜 시간에 걸쳐 확립된 조직체계와 작업절차가 존재했다. 이 작업자 집단의 꼭대기에 장인이 있었고 그 아래로 조수나 제자가 고용되어 있었다. 물론 그 장인도 한때는 다른 장인의 조수 혹은 제자였을 것이다. 다빈치 같은 거장도 어린 시절에는 명장 베로키오의 공방에서 조수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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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들이 조수를 쓰는 관행에 그토록 분노했던 이유가 드러난다. 그들의 머릿속에서 미술은 여전히 온갖 아우라를 뒤집어쓰고 있다. 미술이란 “예술가 자신의 혼”을 담아내는 활동, 즉 타인의 손을 빌리지 않은 “독자적 화풍”으로 “창작자”의 “개성과 독창성”을 표현하는 활동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19세기 미학에 사로잡혀, 그들은 차마 들어주기 민망한 거창한 어휘로 기어이 미술을 거룩한 활동으로 만들어놓고야 만다. 그런데 애써 이룩해놓은 이 거룩한 아우라를 딱히 족보도 근본도 없어 보이는 가수 나부랭이가 깨버렸으니 그들로서는 분노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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