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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맨박스 Man Box

2019. 5. 21. 20:07 | Posted by 꿈꾸는코난

< 맨박스 Man Box > | 토니 포터 지음 | 김영진 옮김 | 한빛비즈


"피해를 입지 않은 자가 피해를 입은 자와 똑같이 분노할 때 정의가 실현된다."

- 그리스 철학자 솔론 -


대부분의 남자들이 자기 자신을 착한 남자라고 생각한다. 대부분 그럴 것이다. 여자친구나 아내를 때리는 그런 사람은 분명 소수일 것이며, 본인은 자신의 여동생이나 아내가 다른 남자로 부터 위협을 받는다면 당장 나서서 해결할려고 할 것이다.


이런 착한 남자들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 있는데, 남자들만의 특권과 그릇된 남성성의 사회적 학습이 가정 폭력, 십대 데이트 폭력, 성폭력, 성매매 그리고 여성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적대감을 불러 일으켰다는 점이다.


맨박스는 사회적으로 강요된 남성성 규범을 말하며, 이를 통해 소년들이 진짜 남자란 이런 것이라고 배운다. 대부분의 평범한 남성들이 이렇게 배운대로 행동하게 된다. 그리고 그 대부분의 남성들이 맨박스에 따른 주장과 행위들이 우리 사회를 여성 폭력 문제의 온상으로 만든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맨박스에 대한 인식은 우리 사회 여성들과 소녀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맨박스에는 이성애 우월주의와 호모포비아가 깃들여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많은 선량한 남성들이 여성이 남성의 소유물이라는 주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본인이 인지하든 인지하지 못하든).


저자는 폭력을 방관하는 남자들에 대한 상담 중에 '쇼핑몰 시나리오'에 대한 예를 든다. 두개의 시나리오로 구성되는데 첫번째 시나리오는 남성인 당신이 쇼핑몰 푸드코트에 혼자 앉아 식사를 하고 있다. 그리고 근처에서 커플로 보이는 두 사람 중 남자가 여성을 때린 듯한 상황을 목격하는 상황이다. 두번째 시나리오는 여전히 남성인 당신이 쇼핑몰 푸드코트에 혼자 앉아 식사를 하고 있다. 그리고 구걸하는 한 남성이 테이블 이곳 저곳을 다니며 구걸하다가 한 여성을 때린 상황을 목격하는 상황이다.


이 두 상황 모두에 대해 각각 당신은 어떻게 하겠느냐고 질문은 던진다. 첫번째 시나리오에서는 구체적인 상황을 모르는 상태에서 개입하지 않겠다는 답변이 대다수이지만, 두번째 시나리에서는 적극적으로 말리겠다는 답변이 대다수이다. 상황의 차이는 무엇일까? 이 답변의 차이는 단지 관찰자의 관점에서 그 여성이 혼자 있었느냐 아니면 폭력을 사용한 남성과 사귀는 사이로 보였는가 하는 문제이다. 분명 여성이 남성에게 속한 물건과 같은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 대처 방법에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이를 통해 일부 폭력적인 남성들에게 굉장히 지나친 권리를 행사하도록 내버려두었음을 알 수 있다.


폭력을 사용하는 남성을 반드시 힘으로 제압하라는 것은 아니다. 조정 과정은 여러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남성들은 잘못된 행동을 하는 다른 남성들에게 확실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여성 피해자가 자신이 아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반드시 잘못을 지적해야 한다. 이를 통해 여성은 남성의 소유물이라는 뿌리 깊은 믿음을 갖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평범하고 선한 남성들이 이러한 움직임에 동참하는 것이다. 평범한 남성들이 손을 놓고 있으면 여성 폭력 문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착하게 살아온 평범한 남성들이 폭력 문제를 해결하는 움직임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맨박스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까지 익숙하게 살아왔던 행동을 바꾸기 위해서는 노력과 인내심, 용기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지식이 주는 불편을 덜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새로운 지식을 배운 후 그게 옳은 일이란 걸 알면서도 잘못된 행동을 바꾸지 않으면 일종의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불편을 느끼는 다른 남성들과 함께 맨박스를 해체하다 보면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남성들은 원래의 익숙함보다 새로 알게 된 지식이 주는 불편함을 더욱 크게 느낄 때 변하기 시작한다.


사회적 변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두려움과 불안감을 떨쳐내고 새로운 행동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변화는 누구에게나 힘든 과정이다. 사회적으로 학습한 맨박스의 규범을 무시한다고 해서 나약하거나 무른 이상을 주진 않을까 걱정해선 안된다. 맨박스에서 벗어나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남자의 모습이라는 걸 깨달아야 한다.


남성들이 여성 폭력 문제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인정할 때 비로소 사회적 변화의 길에 접어들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진실한 태도와 책임감 그리고 말뿐만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일관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남자다움이 새롭게 정의되는 날이 오게 되면 모든 연령의 남성이 다정하고 정중하게 행동하며 우리의 딸과 어머니, 누나와 여동생, 아내와 여자 친구를 비롯한 모든 여성들이 안전한 세상이 만들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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