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지스탕스 사형수들의 마지막 편지 > | 페이로 말베치/조반니 피렐리 엮음 | 임희연 옮김 | 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에서 레지스탕스로 활동하다 체포되어 사형당한 사람들이 남긴 편지글이다. 정치적인 신념과 불의의 대항하는 활동을 한 사람들이기에 과격하고 울분에 넘치는 편지를 남겼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하지만 편지 하나하나 읽어가다 보면 정치적인 색깔보다는 죽음을 눈 앞에 둔 한 인간이 남기는 담담한 글이 대부분인 것 같다.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정치적인 차이가 있지만 죽음을 눈 앞에둔 시점에서는 복잡한 정치적인 것보다는 가족에 대한 걱정과 심적인 편안함을 더 느낄수 있는 글들인 것 같다. 만약 개인적인 불이익에 대한 저항이었다면 더욱 울분에 찬 글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하지만 큰 정치 체제에 대한 저항이었기에 도리어 더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사실 레지스탕스에 대한 언급은 많이 들었지만 이탈리아에서 일어난 저항 운동에 대해서는 잘 아는 바가 없다. 특히 이탈리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도 잘 모른다. 하지만 이탈리아에서도 파시즘에 대항한 운동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 편지를 통해 그들이 느꼈던 다양한 감정을 일부나마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도 근대사에서도 비슷하게 독재에 대항한 다양한 활동이 있었다. 먼 이탈리아에서 일어난 일이 남의 같지 않은 느낌을 가지는 것도 그 이유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차이라면 우리 근대사에 일어난 독재에 저항한 활동은 최소한의 소식마저 남기기 힘든 상황이었다는 것 같다. 여전히 의문에 쌓인 죽음이 존재하고 그 해결은 아직 요원한 실정인 것 같다.

죽음은 눈앞에 두고 담담함을 유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확실한 소신을 가지고 행동한 사람이라면 그 죽음마저도 자신이 받아들일 운명으로 여기는 듯 하다. 죽음을 마주하고 있는 레지스탕스가 가족과 지인에게 써 내려간 편지를 읽어가다보면 잔잔함 너머에 있는 강인한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사회] 새로운 가난이 온다

2021. 2. 11. 15:37 | Posted by 꿈꾸는코난

< 새로운 가난이 온다 > | 김만권 지음 | 혜다

 

사람들은 기술의 발전이 많은 사람들에게 풍요와 안정을 가져다 준다고 생각한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노동을 적게 하면서도 더 많은 생산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일에 얽매이지 않고 개인이 하고자 하는 것에 더 투자하고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은 어떠한가?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시간을 노동에 투입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시간당 노동에 투입되어 이전보다 훨씬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는 것 같다. 분명 기술이 발전하면 더 풍요로워 질 것 같은데 현실이 그렇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은 총 6장에 걸쳐 우리가 고민해봐야 할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첫번째는, 우리는 인공지능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이다. 일부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위협할 존재로 보고 있다. 일부는 인공지능은 결코 인간을 뛰어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이 이루어진다면 인간이 그 변화를 예측하기도 전에 급격한 변화가 이루지는 특이점을 이미 경험한 적이 있다. 인공지능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인공지능에 대해 무조건적인 두려움을 가지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에 대해 인간을 위협할 존재로 여기지 말고 인간이 사용하는 도구로서 간주할 필요가 있다. 분명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을 이미 대신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지만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서 그 사람들이 일을 할 수 있는 여견이 마련되고 있다.

 

두번째는 자본의 변화이다. 이전 산업혁명시대를 거치면서 생활 환경이 급격히 변화한적이 있다. 그때에는 민족주의적 국가체제로서 국민의 생존을 국가가 책임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대 국가에서는 개인의 생존은 개인이 알아서 책임지는 형태로 바뀌었고 바뀌고 있는 중이다. 세계화라는 추세에 따라 지구적 자본기업이 출현하고 자본의 경계가 사라진 지금, 개개인은 자신의 생존을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현실에 처해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속에서도 소수의 부자는 급격히 부를 늘려가는 중이다. 기술의 발전이 거듭되면서 전체적인 생산량 및 소득은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최상위 부유층에 그 부의 집중이 급심해지고 있으며, 하위층은 기존과 동일하거나 도리어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기술의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는 계층이나 세대가 생겨나고 있고 이들은 점점 새로운 부를 획득하지 못하는 디지털 디바이드로 나뉘고 있는 실정이다.

 

세번째는 제2기계시대에 따른 노동과 빈곤이다. 자본이 축적되고 많은 풍요로움이 있지만 제대로 된 노동시장이 줄어들면서 빈곤이 증가하는 현실이다. 특히 플랫폼 노동의 현실은 새로운 사회적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플랫폼 노동의 특징은, 1) 노동을 제공하는 개인이 특정 기업에 속하지 않고, 2) 플랫폼을 통해 연결된 고객에게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고, 3) 개인이 일한만큼 벌 수 있다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본인이 하고 싶은 만큼 일하고 그 댓가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기존 기업에 속해 있을 때는 생산수단(차량, 장소, 보험 등)을 모두 회사에서 제공하지만 플랫폼 노동은 모두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그리고 안정적인 고용이 될 수 없고 플랫폼 업체에 종속적으로 일할 수 밖에 없다는 문제점을 고스란히 안고 있다.

 

현재 나타나는 다양한 문제점을 보완할 여러 수단과 방법이 제시되고 있기는 하다. 최근 코로나로 인한 경제 침제로 여러번 언급되고 있는 기본 소득, 그리고 전국민 고용보험 등이 한 예이다. 하지만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만큼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고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으면 정책 추진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현실인 것 같다.

 

기술의 발전이 누구에게나 공평한 부를 제공해 주지 않는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훨씬 그 불균형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글로벌 기업과 플랫폼 기업이 자본과 노동을 통해 어떻게 부를 불려나가는 지도 알게 되었다. 이러한 현실은 당장 우리가 쳐해 있는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가가 개인의 생존을 책임져주지 못한다면 어느 한순간 우리 자신도 생존의 바닥으로 떨어질 수도 있을 수 있는 것 같다.

 

당장 어떠한 대안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꾸준히 대안을 고민하고 사회적인 합의를 거쳐 평범한 우리가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과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든다. 우리와 동떨어진 부자들과 대기업들의 세금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현실에 맞는 정책이 만들어지고 집행될 수 있도록 관심과 연대가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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