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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1.05.07 [인문] 레지스탕스 사형수들의 마지막 편지

< 레지스탕스 사형수들의 마지막 편지 > | 페이로 말베치/조반니 피렐리 엮음 | 임희연 옮김 | 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에서 레지스탕스로 활동하다 체포되어 사형당한 사람들이 남긴 편지글이다. 정치적인 신념과 불의의 대항하는 활동을 한 사람들이기에 과격하고 울분에 넘치는 편지를 남겼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하지만 편지 하나하나 읽어가다 보면 정치적인 색깔보다는 죽음을 눈 앞에 둔 한 인간이 남기는 담담한 글이 대부분인 것 같다.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정치적인 차이가 있지만 죽음을 눈 앞에둔 시점에서는 복잡한 정치적인 것보다는 가족에 대한 걱정과 심적인 편안함을 더 느낄수 있는 글들인 것 같다. 만약 개인적인 불이익에 대한 저항이었다면 더욱 울분에 찬 글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하지만 큰 정치 체제에 대한 저항이었기에 도리어 더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사실 레지스탕스에 대한 언급은 많이 들었지만 이탈리아에서 일어난 저항 운동에 대해서는 잘 아는 바가 없다. 특히 이탈리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도 잘 모른다. 하지만 이탈리아에서도 파시즘에 대항한 운동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 편지를 통해 그들이 느꼈던 다양한 감정을 일부나마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도 근대사에서도 비슷하게 독재에 대항한 다양한 활동이 있었다. 먼 이탈리아에서 일어난 일이 남의 같지 않은 느낌을 가지는 것도 그 이유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차이라면 우리 근대사에 일어난 독재에 저항한 활동은 최소한의 소식마저 남기기 힘든 상황이었다는 것 같다. 여전히 의문에 쌓인 죽음이 존재하고 그 해결은 아직 요원한 실정인 것 같다.

죽음은 눈앞에 두고 담담함을 유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확실한 소신을 가지고 행동한 사람이라면 그 죽음마저도 자신이 받아들일 운명으로 여기는 듯 하다. 죽음을 마주하고 있는 레지스탕스가 가족과 지인에게 써 내려간 편지를 읽어가다보면 잔잔함 너머에 있는 강인한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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