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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 중력의 키스

2020. 6. 2. 13:36 | Posted by 꿈꾸는코난

< 중력의 키스 > | 해리 콜린스 지음 | 전대호 옮김 | 오정근 감수 | 글항아리


몇년전 중력파 관측이 됐다는 기사를 접한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그때는 막연히 중력파가 관측이 되었구나 정도로 생각했었고 난 당연히 중력파에 대한 부분이 이미 잘 알려져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중력파 검출을 위해 물리학자를 포함한 다양한 사람들이 40년 이상을 노력해 왔고 20015년 드디어 이론으로 존재하던 중력파를 실제 검출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중력파에 대한 물리학적인 이론을 설명하기 위한 책은 아니다. 물론 중간 중간 복잡한 설명과 일부 수식이 존재하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중력파 검출 현장에 있었던 한 사회학자가 관찰한 공동체 이야기이다. 중력파 검출을 위해 라이고-비르고 협력단 약 1000여명의 인원이 중력파 관측소인 라이고와 비르고를 건설하고 운영해 왔고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면서 관측을 진행해 왔다. 그리고 마침내 중력파가 이 관측소를 통해 검출된 것이다.


< 미국 루지애나 리빙스턴에 위치한 라이고 연구소 >

4km의 진공관이 설치되어 있다.


물론 이전에도 중력파를 검출했다는 학자는 있었지만 모두 잘못으로 밝혀졌다. 또한 많은 과제비를 투입한 연구에 참여하는 연구자들의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기 위해 임의로 생성한 신호들(암행주입 - 다른 책에서는 블라인드 인젝션으로 표현했다. 개인적으로 볼때 영어를 그대로 옮긴 표현이지만 블라인드 인젝션이 좀 더 명확하게 이해되는 용어같다) 때문에 관측된 신호가 과연 정상적인 중력파가 맞는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했다. 하지만 여태까지의 측정과는 다르게 너무 명확한 신호가 검출되었기에 다들 중력파 검출이 이루어졌다는 공감대는 형성된 상태였다.



또한 추가적으로 2번의 중력파 검출이 더 이루어지게 됨에 따라 점점 추측이 확신으로 변화하게 된다.




물론 첫 중력파 검출이 이루어진 이후 최종 논문 제출 및 기자회견까지 무수한 논쟁과 의견 수렴이 이루진 것을 볼 수 있다. 물리학자가 아닌 사회학자로서 볼 때 이해하기 어려운 아쉬운 부분이 존재했다는 것으로 보여준다. 일단 엄격한 전문가주의로서 명백한 발견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수 추정을 다듬고 논문을 쓰고 수정하는 작업에 대한 의문을 제시한다. 이 과정은 학자로서 모든 것을 정확하고 옳게 만들려는 결심이 강해서 발생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론 6개월 이상을 내부적으로 비밀에 붙인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새로운 관측이 이루어지면 그 사항을 다른 과학자나 언론에 알리고 그 사실을 검증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하지만 특이하게 이번 중력파 검출은 논문이 제출되고 기자회견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철저하게 비밀이 유지된다. 첫 발견에 대한 명예를 놓치지 않기 위한 것과 혹시라도 잘못된 검출일 가능성에 염두를 두긴 했지만 그리 바람직한 결정은 아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실제 참여한 물리학자가 아닌 관측자로서의 사회학자가 좀 더 객관적으로 중력파 검출에 대한 과정을 설명하고 조금이라도 쉽게 개념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된 점이 좋았던 것 같다. 또한 오랜 시간을 중력파 검출이란 하나의 목표를 위해 많은 물리학자들이 매달려 연구하는 과정과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을 마치 현장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과학, 특히 물리학에 대한 흥미가 없더라도 큰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연구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노력과 논쟁, 의견 대립 등을 보완해 나가는 과정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기회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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