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북극을 꿈꾸다

2024. 3. 15. 12:43 | Posted by 꿈꾸는코난

< 북극을 꿈꾸다 > | 베리 로페즈 지음 | 신해경 옮김 | 북하우스

 

지구상에 존재하지만 섣불리 다가가기 힘든 곳이 여럿 있는 것 같다. 그 중에 대표적인 곳을 뽑으라면 북극이지 않을까 싶다. 남극은 그나마 얼음으로 된 땅이라도 존재하지만 북극은 실제로 바다위에 존재하기 때문에 쉽게 접근하기 힘든 곳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지 남극과 북극에 관련된 자연 다큐멘터리가 종종 TV에서 방송이 되고 쉽게 접하지 못하는 광경에 경탄하곤 하는 것 같다.

이 책은 저자가 북극 곳곳을 다니며 느끼는 다양한 풍경과 감정을 담아낸 글이다. 총 9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북극의 다양한 면을 바라보게 해 준다. 어떤 장에서는 동물에 관한 것으로, 어떤 장에서는 지역에 관한 것으로, 또 어떤 장에서는 땅에 대한 것으로 북극의 자연과 삶에 대해 저자만의 다양한 시각을 엿볼 수 있다. 섣불리 접근하기 힘든 지역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저자가 바라보고 느끼는 시각과 감정을 그대로 느낄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하지만 그 감정을 우리 자신도 공감하고 받아 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마치 북극을 같이 거닐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해주는 것 같다. 뿐만 아니라 북극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과 생명의 신비, 그리고 자연을 있는 그대로 느끼게 해 준다는 점에서도 색다른 경험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해 주는 것 같다.

자연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이런 글을 쓰기 어려울 것 같다. 그리고 자연을 면밀히 관찰하고 지켜보지 않는다면 그 미묘한 변화를 느끼기도 어려울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저자인 베리 로페즈의 면모가 잘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자연을 사랑하고, 특히 북극을 느껴보고 싶다면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북극 자체뿐만 아니라 그 안에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감정  경험을 공유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 > | 이나다 도요시 지음 | 황미숙 옮김 | 현대지성

 

한때 주말마다 영화 소개하는 TV 프로그램을 보곤 했다. 신작뿐만 아니라 예전 영화도 자세하게 소개를 해주는데 다 보고 나면 마치 내가 영화를 실제로 본 듯한 느낌이 들때가 많았다. 그래서 어느 순간 내가 그 영화를 본 것인지 아니면 소개 프로그램에서 본 것인지 헷갈릴때도 종종 있었던 것 같다. 실제 영화를 보지 않고도 마치 본듯한 느낌이 들고 다른 사람들과 얘기할때도 그 영화를 아는 척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OTT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나타나는 현상 중의 하나가 1.5배속 이상으로 빨리 보는 현상인 것 같다. 그리고 스킵(10초 앞으로, 10초 뒤로 등) 기능도 종종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것일까? 그리고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것과 책을 속독하는 것은 같은 의미로 봐야 할까? 이 책을 통해 그 의미를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다.

예전과 달리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가장 큰 이유 중 몇 가지는 보고 싶은 영화 수와 가성비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한해 쏟아지는 영화의 수가 워낙 많고 사람들의 관심사가 각각 다르다. 따라서 영화에 대한 대화에 끼어들기 위해서는 적어도 대략적인 영화 줄거리와 인상적인 장면을 알 필요가 있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봐야할 영화의 수는 많기 때문에 어쩔수 없는 선택으로 빨리 감기를 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유튜브 등을 통해 아주 짧게 줄거리를 요약하고 있는 동영상도 많기 때문에 더더욱 영화를 건너뛰어 볼 수 있게 된다.

다른 한편으로 OTT 서비스의 출현으로 인한 동일한 요금으로 무제한에 가까운 영화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예전에는 영화를 볼려고 할 때마다 돈을 지불했기 때문에 천천히 음미하며 봤지만 현재는 영화 편수에 상관이 없기 때문에 되도록 많은 영화를 볼려고 한다. 따라서 가성비 측면에서 보면 진지하게 한 영화를 오랫동안 보는 것보다는 빠르게 여러 영화를 보는 것을 더 선호한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이런 측면 때문에 요즘 영화와 같은 컨텐츠를 본다는 표현보다는 소비한다는 용어가 종종 사용되는 것 같다.

빨리 보기 측면에서 보면 책과 영화가 다른 점이 무엇이냐고 반문할 수 있다. 책은 글자와 문맥을 얼마나 잘 읽어내느냐에 따라 속독으로도 충분히 저자의 뜻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영화는 감독의 세심하게 배치한 장면 하나 하나가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빨리 보기로 그 장면을 건너뛰어 버린다면 감독의 의도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거나 왜곡시킬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빨리 보기라는 행위는 같지만 책 읽기와 영화 보기는 큰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영화 빨리 감기로 보는 현상과 같은 컨텐츠 시청 습관을 현대인의 라이프 스타일과 인간 관계 측면에서 잘 분석해 놓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를 빨리 보는 습관을 무심코 지나쳤지만 그 안에는 미디어의 변화와 인간 관계와 같은 복잡한 사회 전반적인 현상이 내포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에세이] 나라서 될 수 있는 하루

2022. 5. 10. 08:11 | Posted by 꿈꾸는코난

< 나라서 될 수 있는 하루 > | 김유영 지음 | 북스고

 

"당신은 뒤쳐지지 않았다. 또한 이르지 않았다.
당신은 당신의 시간에 맞춰 아주 잘 가고 있다. 그 무엇에도 연연하지 말고, 그 어떤 것에도 의식하지 말고 뚜벅뚜벅 묵묵히 걸어가자. 그게 당신의 시간이자 단싱의 길이다"
- < 자신의 시간 자신의 길 > 중에서 -

요즘 들어 삶에 대한 위로와 위안을 주는 글을 종종 읽게 되는 것 같다. 물론 성공을 거둔 사람들의 이야기가 흥미도 있고 앞으로의 삶에 보다 적극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 주긴 한다.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일상적인 삶에서 우리가 걸어가는 걸음 하나 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다른 사람 시선보다 자신의 생각과 방향에 따라 자신의 길을 갈 수 있는 마음가짐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이 한때 염세주의자였지만 삶과 사람 그리고 자연이 알려주는 사랑의 본질적 의미를 깨달으며 긍정주의자로 탈바꿈했다고 말한다. 자신의 삶에서 활력을 얻고 항상 능동적으로 활동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염세주의 비슷한 경향에 빠진 사람도 많다고 생각한다. 현실이 그런 것 같기는 하다. 주변을 둘러봐도 뭔가 나아지는 것 같지 않고, 자신이 웒나는 것을 하기에도 어려운 그런 현실에 마주하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염세주의에 빠져 하루 하루를 보낸다고 삶이 달라지지는 않는 것 같다. 어찌보면 염세주의에 빠지는 요인 중의 하나가 주변 시선을 의식하고 다른 사람과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면서 생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도 해 본다. 그렇다면 그런 생각에서 벗어나는 첫 걸음은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 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주변의 시선에 대해 조금만 덜 의식한다면 자신의 삶이 조금 더 행복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크게 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는 지나온 어제를 후회하지 않도록, 2장에서는 오늘의 내가 희미해지지 않도록, 3장은 혼자가 아닌 내가 외롭지 않도록, 4장은 나만의 속도를 잊지 않도록, 5장은 걸어 갈 내일이 불안하지 않도록이란 주제를 가지고 있다. 제목을 봐도 알 수 있지만 책에 담긴 내용을 어찌보면 너무 당연한 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삶에 지치고 자신이 뒤쳐졌다고 느꼈을 때 중간 중간 이 책이 주는 메시지는 자신을 돌아보고 어떤 길을 걸어가야 할지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다.

"좋은 일이 있다고 쉽게 들뜨지 않고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낙담하지 말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 그것이
인생이라는 마라톤을 달려가는 최상의 방법이다"
- < 흔들리더라도 꺾이지 않도록 > 중에서 -

어떻게 생각하면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머리속으로는 그 당연함을 떠올리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다. 그럴 때 이런 책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을 다시 당연하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 같다. 그리고 이를 통해 다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출발할 수 있는 계기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