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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유류품 이야기

2023. 1. 13. 14:12 | Posted by 꿈꾸는코난

< 유류품 이야기 > | 로버트 젠슨 지음 | 김성훈 옮김 | 한빛비즈

 

얼마전 할로윈 데이에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참사가 발생했었다. 그 참사에 대한 책임을 두고 정치적인 공방과 무책임한 책임 회피가 자행되면서 유족들을 더욱 절망에 빠지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 이전에도 유사한 형태의 무고한 학생들의 죽음이 여러 차례 있었다. 이러한 참사에 대한 사전 예방과 사후 수습 모두 지켜보는 입장에서 이해되지 않고 유족들은 남인양 뒷편으로 밀려나는 듯한 느낌을 받은 적이 여러번 있는 것 같다.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자연재해와 불의의 사고, 또는 테러로 인한 사고 등 우리가 피할 수 없는 재난 상황은 벌어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그 수습을 얼마나 잘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고를 수습하는 입장에서는 빠르게 마무리 짓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사고를 당한 사람들의 가족 입장에서는 제대로 된 신원 확인과 사고의 원인, 그리고 어떻게 하면 동일한 사고가 재발되지 않고 안전한 사회에서 살 수 있도록 만드는지 중요한 것 같다. 이 차이는 사고 유족들을 대하는  사고 수습 책임자 및 담당자의 인식이 많이 좌우하는 것 같다.

이 책은 대규모 재난 상황에서 사고를 수습할 때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알려준다. 대체로 빠르게 사고를 수습하고 빠르게 신원을 확인하고  사고의 원인을 찾는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 중의 하나가 그 사고를 당한 사람의 유족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 인 것 같다. 분명 사고를 수습하는 사람과 유족 사이에 의견의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고 서로가 서로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경우도 종종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순간 가장 절박하고 힘겨워할 사람들이 사고의 유족임을 안다면 어떻게 그 유족의 마음을 편하게 달래주고 안심시키느냐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 같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피해자가 남긴 조그마한 것, 즉 유류품도 신경써서 유족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한 측면중에 하나인 것 같다.

저자는 미국 전사자 예우 담당국 예하의 육군에 근무하면서 대규모 재난 사고 수습을 위해 노력해 왔다. 전역 후 재난수습 기업인 케니언 인터네셔널에 입사하여 재난 전문가로 역할을 다해오고 있으며, 911 테러와 허리케인 카트리나, 남아시아 쓰나미, 아이티 대지진 등 큰 재난 현장에서 유해를 수습하고 시신과 유품을 가족들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일을 하고 있다. 이 책을 읽어 가다보면 저자가 바라보는 재난 수습과 유족들에 대한 생각과 신념이 얼마나 확실한지 잘 드러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의 존엄이며, 이를 위해서는 비록 시신이라고 하더라도 함부로 대하면 안된다는 것과 유족들에게 성심 성의껏 진심을 담아 대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려주고 있다.

다양한 사건 및 사고, 테러 상황에서 어떻게 그 상황을 수습하고 여러 기관과 협력해 왔는지 잘 보여준다. 재난 상황을 접하지 못해본 책임자들이 어떻게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는지와 그들을 어떻게 설득해서 제대로 된 방향으로 상황을 수습할 수 있었는지도 잘 설명되고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가 유족들을 대하는 태도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그 상황에 마주했을 때 최소한의 이성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는데 다양한 상황을 고려하고 여러 사람과 제대로 된 방향으로 일을 이끌어 나가는 것을 보면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또한 보편적인 인간의 존엄이라는 생각이 확실하게 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다양한 재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재난에 대한 수습과 더불어 원인을 파악하고 그 재난이 다시 되풀이 되지 않도록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재난을 수습하는 사람과 유족들이 그 재난 상황으로 부터 제대로 된 회복을 해 나가도록 뒷바침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회복 과정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족하고 신경을 많이 쓰지 않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제대로 된 책임소재를 밝히고 책임질 사람이 알아서 책임을 지는 그런 분위기가 궁극적으로 유족의 회복에 영향을 미치고 사회적인 치유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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