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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1.05.26 [에세이] 그럴수록 산책
  2. 2020.09.30 [에세이] 보통의 언어들

[에세이] 그럴수록 산책

2021. 5. 26. 18:54 | Posted by 꿈꾸는코난

< 그럴수록 산책 > | 도대체 지음 | 위즈덤하우스

 

동일한 공간에서 같은 곳을 향해 길을 걸어 가고 있지만 아마도 각자의 머리속에 담겨 있는 생각은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주변의 꽃을 느끼며 걷는 사람이 있고, 같이 걷는 사람과 대화에 빠져 있는 사람도 있다. 물론 나와 같이 정해진 목적지에서 돌아오기 위해 열심히 걷기만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끔씩 주변의 변화를 느끼고 가던 걸음을 멈출 때가 있다. 갑자기 새로운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거나 전날 비가 많이 와서 하천게 물이 많이 불어나서 물줄기가 달라진 경우도 있다. 하늘이 너무 맑아 앞만 보고 걷기에 너무 아깝다고 느낄 때도 있다.

날이 좋아서, 기분이 꿀꿀해서, 바람이 불어서, 그냥. 산책을 하고 있지만 매일 매일의 산책길이 그날의 색다른 기분이 만들어 주는 것 같다. 그리고 원하는 목적지를 찍고 돌아 왔다는 뿌듯함은 덤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이 책을 펼쳤을 때는 산책을 예찬하는 에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산책 자체보다는 산책길에서 느낄 수 있는 소소한 감정과 일상적인 사물에 대한 느낌을 적은 글이었다. 물론 지금 저자는 산책이 아니 산길을 걷고 있지만 큰 차이는 없을 것 같다. 산길도 어찌보면 산을 걷는 산책 아닐까? 보고 느낄 수 있는 것은 일반 도심 산책보다는 많겠지만 주변의 소소한 것을 인식하는 것에는 별 차이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걷다 마주하는 돌맹이 하나, 비둘기 한쌍, 버려진 의자에도 반가움과 색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무심코 지나친다면 의미없는 존재이지만 눈길을 주고 작은 관심을 줌으로써 다른 사람은 느낄 수 없는 나만의 존재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것 같다. 김춘수의 <꽃>에서 보듯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자신이 존재를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는 산책길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모든 사람이 나에게 의미있는 사람이 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그 중에서 조그만 의미라도 가지도록 사람을 대한다면 이 세상은 조금은 더 재미있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에세이] 보통의 언어들

2020. 9. 30. 22:38 | Posted by 꿈꾸는코난

< 보통의 언어들 > | 김이나 지음 | 위즈덤하우스


작사가가 일상의 언어를 어떻게 풀어쓰는지 알고 싶어서 읽기 시작한 책이다. 읽기는 어렵지 않지만 수월하게 읽어 내려가 지지는 않는 그런 책인 것 같다. 뚜렷하게 어려운 단어나 문장이 있는 것은 아닌데도 그렇다.


<컨텍트>라는 영화에서 인간보다 고등한 외계인들의 언어는 파동에 가까운 형태를 띤다. 결국 이들이 인간에게 건네준 것은 그들의 언어, 아니 소통이었다. 이 메시지는 여전히 나에게 깊은 울림으로 남아 있다. 감정이 원형 그대로 전달될 수 있으려면, 글자로는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때로는 불가능하다. 인간은 같은 언어를 서로 미세하게 다르게 사용하기 때문이다.

- 본문중 -


개인의 머리속에 담겨있는 생각과 감정을 그대로 글로 표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것 같다. 생각이 아니라 기술적인 문서를 작성할 때도 그런 것 같다. 감정이 거의 담겨있지 않은 문서인데도 간혹 내 생각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는 것을 느낄때 글자로 표현하는 것에 대한 한계를 느끼는 경우가 있다.


사랑하는 게 좋아하는 것의 상위감정이라고 믿어 왔지만, 언젠가부터 나는 이 두 감정이 각기 다르게 소중하게 느껴졌다. 더 솔직히 말하면 '좋아한다'는 감정이 더 반갑다. 좋아하는 마음이 사랑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좋아하거나 사랑하거나 만나면 반가운 건 마찬가지다. 그러나 헤어져 있는 어느 때 못 견디게 보고 싶으면, 사랑일 확률이 높다.

- 본문중 -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감정은 종속관계나 연관관계는 아닌 것 같다. 그리고 어느 것이 더 좋다거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닌 것 같다. 비록 자신의 마음을 자신이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는 있겠지만 각각의 감정이 소중하고 충분히 존중받을만 한 것 같다.


일상의 언어를 특별하게 생각할 수는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그 특별함이 다른 것과 구분되는 특별함은 아닌 것 같다. 어느순간 감정적으로 느껴지는 특별함, 그런 특별함이 어느 순간 일상의 언어에서 느껴질 때가 있는 것 같다.


책을 전자책으로 읽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제대로 집중해서 읽지 못한 것 같다는 느낌도 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실제 책으로 한번 읽어볼까 한다. 인쇄된 활자로 보면 일상의 언어에 대한 특별함을 새롭게 느끼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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