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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내 아버지들의 자서전

2020. 11. 27. 12:19 | Posted by 꿈꾸는코난

< 내 아버지들의 자서전 > | 오도엽 지음 | 이현석 사진 | 한빛비즈

 

아버지라는 존재와 노동이라는 개념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요즘의 아버지와는 조금 다를 수 있지만 근대의 아버지를 떠올리면 대체로 근대화와 산업화라는 명목하에 정신없이 일을 하고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넘쳐나는 분들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자신의 안위보다는 가족을 먼저 생각하고, 비록 자신이 힘들더라도 가족을 위해 더 많은 희생을 하신 분으로 기억된다.

 

노동에 대한 개념은 세월이 지나면서 조금씩 변화되는 것 같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노동이 일로 변화되고, 그 일이 또다시 일자리로 변화하는 것을 보게 된다. 사람이 중심이 되어 본인의 노력으로 하는 노동이, 기계에 종속적인 맡은 업무를 처리하는 일로 변화하고, 그 일이 본연의 일에서 자리로 변화하는 것이다. 주위에서도 종종 일이 아니라 일자리라는 표현을 종종 쓰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일보다는 자리가 우선이고 그 자리를 얻기 위해서 노력하는 지금의 세대들을 바라본다. 일자리를 중심으로 전공을 선택하고, 일자리에 맞춰 개인별 적성을 익힌다. 일자리에 맞게 얼굴을 성형하고 성격마저 개조한다.

 

그럼 진정한 일(노동)이란 무엇을까? 일이란 나만의 독특한 무엇을 개발해 부를 쌓는 욕망이 아니다. 일이란 철저히 사회속에서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서만 의미와 가치를 찾을 수 있다. 따라서 일이란 삶이라는 과정의 총체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반면 자리는 삶의 특정 시기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다. 어떤 일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 자리를 얻어야 가정에서 인정받고, 대기업에서 일하고 싶은 게 아니라 대기업에 다녀야 결혼도 할 수 있다는 사회 환경과 인식이 만들어 낸 모순을 나타내는 것 같다.

 

이 책에 10명의 아버지의 삶은 일반적인 아버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 10가지의 일을 가진 10명의 아버지는 자신만의 노동으로 누구보다 뛰어난 실력을 쌓고 여전히 그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시는 아버지들이다. 현재 많은 일들은 직접 하는 일보다는 대리하는 일들이 많은 것 같다. 세탁소만 하더라도 직접 세탁하는 것도 있지만 본사에 대행하는 것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가전제품 수리도 직접 하지 않고 본사로 단순 위탁하는 것도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에서 소개하는 아버지의 노동은 이런 편함을 추구하는 노동이 아니다. 순전히 자신의 능력과 힘으로 본인이 모두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아버지들이다.

 

현재 우리는 편함의 시대에 살고 있다. 고장이 나면 고치는데 수리비가 더 많이 들고 유행도 바뀌기 때문에 그냥 버리는 경우가 많다. 각 기업에서도 만드는 제품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예전보다는 잔 고장도 많고 그에 따라 쓰지 못하고 버리는 제품이 더 많이 늘어나는 것 같다. 경제적인 원리로 보면 맞을 수 있지만(기업의 영속을 위해서는) 이전의 제품과는 분명 다른 것은 분명한 것 같다.

 

편함의 시대를 되돌려 예전의 시대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만큼 현재의 편함에 물들어있고 그만큼의 가치도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모든 것을 편함의 논리로 몰아가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이 동일한 형태로 만들어지는 기존 제품 속에서 어느 누군가의 온전한 노동을 만들어지는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제품 또는 장인정신으로 수리된 제품의 가치는 단순 경제적으로만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진정한 노동과 아버지들의 발자취를 느껴볼 수 있는 책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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