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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2.11.28 [트랜드]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

<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 > | 이나다 도요시 지음 | 황미숙 옮김 | 현대지성

 

한때 주말마다 영화 소개하는 TV 프로그램을 보곤 했다. 신작뿐만 아니라 예전 영화도 자세하게 소개를 해주는데 다 보고 나면 마치 내가 영화를 실제로 본 듯한 느낌이 들때가 많았다. 그래서 어느 순간 내가 그 영화를 본 것인지 아니면 소개 프로그램에서 본 것인지 헷갈릴때도 종종 있었던 것 같다. 실제 영화를 보지 않고도 마치 본듯한 느낌이 들고 다른 사람들과 얘기할때도 그 영화를 아는 척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OTT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나타나는 현상 중의 하나가 1.5배속 이상으로 빨리 보는 현상인 것 같다. 그리고 스킵(10초 앞으로, 10초 뒤로 등) 기능도 종종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것일까? 그리고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것과 책을 속독하는 것은 같은 의미로 봐야 할까? 이 책을 통해 그 의미를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다.

예전과 달리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가장 큰 이유 중 몇 가지는 보고 싶은 영화 수와 가성비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한해 쏟아지는 영화의 수가 워낙 많고 사람들의 관심사가 각각 다르다. 따라서 영화에 대한 대화에 끼어들기 위해서는 적어도 대략적인 영화 줄거리와 인상적인 장면을 알 필요가 있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봐야할 영화의 수는 많기 때문에 어쩔수 없는 선택으로 빨리 감기를 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유튜브 등을 통해 아주 짧게 줄거리를 요약하고 있는 동영상도 많기 때문에 더더욱 영화를 건너뛰어 볼 수 있게 된다.

다른 한편으로 OTT 서비스의 출현으로 인한 동일한 요금으로 무제한에 가까운 영화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예전에는 영화를 볼려고 할 때마다 돈을 지불했기 때문에 천천히 음미하며 봤지만 현재는 영화 편수에 상관이 없기 때문에 되도록 많은 영화를 볼려고 한다. 따라서 가성비 측면에서 보면 진지하게 한 영화를 오랫동안 보는 것보다는 빠르게 여러 영화를 보는 것을 더 선호한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이런 측면 때문에 요즘 영화와 같은 컨텐츠를 본다는 표현보다는 소비한다는 용어가 종종 사용되는 것 같다.

빨리 보기 측면에서 보면 책과 영화가 다른 점이 무엇이냐고 반문할 수 있다. 책은 글자와 문맥을 얼마나 잘 읽어내느냐에 따라 속독으로도 충분히 저자의 뜻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영화는 감독의 세심하게 배치한 장면 하나 하나가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빨리 보기로 그 장면을 건너뛰어 버린다면 감독의 의도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거나 왜곡시킬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빨리 보기라는 행위는 같지만 책 읽기와 영화 보기는 큰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영화 빨리 감기로 보는 현상과 같은 컨텐츠 시청 습관을 현대인의 라이프 스타일과 인간 관계 측면에서 잘 분석해 놓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를 빨리 보는 습관을 무심코 지나쳤지만 그 안에는 미디어의 변화와 인간 관계와 같은 복잡한 사회 전반적인 현상이 내포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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