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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2.11.03 [에세이] 나는 멈춘 비행기의 승무원입니다

< 나는 멈춘 비행기의 승무원입니다 > | 우은빈 지음 | 애플북스

 

코로나로 인해 한동안 멈췄던 비행기가 다시 세계 각지로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2년여 넘는 기간동안 항공기 운항이 제한되어 있어서 이미 많은 승무원들이 자리를 잃게 되었다. 이 책은 항공사를 그만 둔 전 승무원이 쓴 에세이이다. 승무원하면 부러운 시선으로 많이 바라본다. 일의 힘듦보다는 전 세계 각지를 다닐 수 있고 장거리 노선의 경우 해당 도시를 돌아다닐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때문에 그런 것 같다. 하지만 기내에서 승무원이 하는 일 및 일부 승객들의 갑질, 그리고 비행 준비를 위해 항공사에서 요구하는 다양한 제약들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거나 무시했던 상황인 것 같다.

국내 한 신생 항공사는 2020년 젠더리스 유니폼을 도입하며 성 상품화를 지양하고 안전에 중점을 두겠다는 뜻을 밝혔다. 2019년 영국의 A 항공사는 승무원이 화장해야 한다는 조항을 삭제했다. 그리고 내가 면접을 봤던 국내 한 항공사는 여전히 최종 면접에서 자사의 치마 유니폼을 입혀 지원자를 같은 기준으로 두고 면접을 진행한다. 유니폼을 입은 다음 면접관들의 가까이 오란 말에 반 팔 간격으로 다가가 멀뚱히 서 있던 나는 나의 생각과 의지가 아니라 몸뚱이로 평가받고 있다 느꼈다.
- 벗어날 수 없는 승무원상의 늪 중에서 -

이 책의 저자는 여태 본 승무원들과는 다르게 승객과의 대화를 중시하는 사람이다. 대부분 승무원들이 기내에서 업무에 치이고 승객 요구사항을 맞추기 위해 정신이 없기 때문에 일일이  승객을 바라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사이에도 승객과 짧게라도 대화하려고 노력하는 저자의 모습이 새삼 머리속에 그려지는 것 같다.

도쿄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사탕 하나를 입에 물었다. 내 돈 주고 사 먹어본 적 없는 홍삼 사탕. 캐리어 끄는 소리가 울려 퍼지는 거리에 할머니가 해주신 말이 작게 깔리는 듯했다.
“먼저 정 주는 겨. 먼저 잘해주고, 정 주고 그랴.”
누군가는 그렇게, 그 사람이 했던 말이나 이야기로 기억에 남는다. 그날의 할머니 승객은 내게 이 대사로 남아 있다. 나는 누군가의 기억에 어떤 말을 한 사람으로 남을지 잠시 생각했다.
- 그렇게, 먼저 정 주는 일 중에서 -

승무원을 목표로 하는 예비 승무원뿐만 아니라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재미있게 이 책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기내 서비스를 담당하는 승무원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 것 같다. 그들도 한명의 소중한 사람이며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 같다. 

‘승무원’이라는 단어는 ‘외모’라는 표현과 붙어다닐 때가 많다. 면접 준비에서도 외모 관리가 큰 비중을 차지하며 그렇기 때문에 대학의 관련 학과에서는 외모 지적을 서슴지 않는다. 외모를 중시하다 보니 일터에서의 환경은 열악해진다. 유니폼은 일하기 편하고 실용적이기보다 예쁘게 보이도록 디자인되었고, 구두를 신고 장거리 비행을 하고 나면 발은 퉁퉁 붓게 마련이다. 항공사에는 외모 및 복장 규정이 있어 항상 매니큐어를 발라야 하고, 머리도 정해진 방법으로 스타일링해야 한다. 이런 환경에서 승객의 편안하고 안전한 비행에 충분히 신경 쓸 수 있을까?

저자는 승무원으로 일하는 자신뿐 아니라 승무원이 되어 앞으로 함께 일하게 될 후배와 준비생을 위해서도 전현직 승무원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하며, 외모 관리보다 더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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