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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스파이크

2022. 7. 14. 14:29 | Posted by 꿈꾸는코난

< 스파이크 > | 마크 험프리스 지음 | 전대호 옮김 | 해나무

 

뇌과학에 관심이 좀 있어서 관심가는 뇌과학 관련 책을 찾아 읽어 보고 있다. 이번에 접한 스파이크라는 책은, 기존 뇌의 구조에 대해 또는 뇌가 작용하는 방식에 대해 복잡하게 설명하는 책과 달리 스파이크라는 개념에 맞춰 뇌의 작동에 대해 설명한다. 사실 스파이크라는 개념은 이 책에서 처음 접했지만 종종 그래픽으로 표현한 뇌에서 마치 전기가 흐르는 것처럼 나타낼 때가 있다. 이 개념이 아마 여기서 설명하는 스파이크와 유사하지 않을까 싶다.

스파이크의 핵심은 뇌에 존재하는 뉴런이 어떤 자극에 반응하여 다른 뉴런에게 정보를 전달할 때 스파이크를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물론 그 정보가 넘어가는 동안에 다시 물질 이동으로 전환되긴 하지만 처음부터 물질을 전달하는 방식보다는 훨씬 멀리 그리고 빠르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스파이크라는 관점에서 사물을 인지하고 행동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설명한다. 특히 회의 석상에서 한개 남은 쿠키를 발견하고 머리속으로 고민한 후 쿠키를 집어들기까지 2 초 남짓한 시간에 걸친 변화 과정을 설명한다. 즉 이 책에서 설명하는 것은 2초 남짓 일어나는 인지와 행동의 변화이다. 하지만 짧다면 짧은 이 시간 동안에 무수히 많은 스파이크가 발생하고 행동으로 이어지기까지 스파이크 및 정보가 이동하는 과정을 상세히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많은 스파이크, 어쩌면 대다수 스파이크는 외부 세계에 있는 원인에 의해 발생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렇게 요청받지 않았는데도 발생하는 듯한 스파이크들을 뭉뚱그려 뉴런의 자발적 활동, 자발적 스파이크라고 부른다. … 눈을 감아보라. 눈으로 들어오는 빛은 없다. 겉질의 시각 부분들로 전송해야 할 것도 없다. 이 순간에 스파이크는 당당하게 휴식을 취하리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우리의 시각겉질은 끊임없이 스파이크를 일으킨다. 눈이 떠 있든 감겨 있든 상관없고, 보이는 것이 있든 없든 상관없다. 실제로 뇌 영상화가 보여주었듯이, 눈을 감고 고요히 쉬고 있는 동안 피질 구역들로 이루어진 한 연결망 전체는 역설적이게도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다.”
- p.265 -

한편으로 뇌가 모든 인지 가능한 자극에 반응한다면 수도 없이 발생하는 스파이크에 의해 초흥분상태에 매번 빠져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무리 많은 자극이 들어오더라도 편안한 상태에서 자극을 받아들이고 판단하고 행동한다(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특히 뇌전증 환자의 경우 이런 부분에 문제가 있어 항상 뇌가 활성화되어 있는 상태이다). 이런 과정은 암흑뉴런과 의도된 시냅스 실패 메커니즘에 의해 꼭 필요한 스파이크만 받아 들이거나  동시에 유사한 스파이크가 전달되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또한 일부 뉴런은 외부 자극과 무관하게 혼자 스파이크를 발생시키고 있는 것을 알수 있다. 이는 우리가 학습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 자발적 스파이크이다. 즉 현재 일어나고 있는 자극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누적되어 있는 정보를 기반으로 스파이크가 발생하고 이는 우리가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예측을 미리할 수 있게 해 준다. 이러한 자발적 스파이크가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미래의 스파이크 연구는 한가한 사변을 밀어내고 확고한 지식을 제공할 것이다. 우리가 더 많은 스파이크를 기록하게 되리라는 점은 기정사실이고, 지난 여행에서 우리의 뇌를 누비며 마주친 모든 현상에 대하여, 즉 스파이크 군단과 스파이크의 의미와 암흑뉴런과 자발적 스파이크에 대하여 훨씬 더 많이 배우게 될 것이다. … 또한 우리는 다양한 스파이크를 얻게 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다양한 뇌 장애 환자에서 유래한 (현재 우리가 전혀 모르는) 스파이크들, 인간의 사고 과정에서 발생한 (우리가 아직 건드리지도 못한) 스파이크들, 주관적 경험의 와중에 발생한 (우리가 아직 1개도 기록하지 못한) 스파이크들, 인간으로서 산다는 것의 의미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풍부하게 해줄 스파이크들이 확보될 것이다. 우리의 다음 여행은 그런 미래로 향해야 마땅하다.”

개념을 단순하다고 볼 수 있지만 그 동작 메커니즘은 심오한 무엇인가를 담고 있는 것 같다. 스파이크가 뇌의 계층과 겉질을 통해 전달되는 과정 또한 생소하지만 흥미로운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책에 종종 언급되지만 뇌과학자들이 뇌 부위나 동작하는 방식에 붙이는 이름은 확실히 무미건조하고 단순한 것 같다. 뭔가 심오한 의미를 지닌 명명법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기능에 따라 이름을 붙이는 방식을 택하고 있기 때문에 뇌에 대한 책을 읽으면 딱딱한 느낌을 더 많이 받는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이름이 종종 나오더라도 스파이크라는 개념에 따라 새로운 이야기가 펼지지기 때문에 흥미롭게 책을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뇌에 대해 전반적으로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일부 동작 방식에 대해 알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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