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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2.03.17 [에세이] 비로소 내 마음의 적정 온도를 찾다

< 비로소 내 마음의 적정 온도를 찾다 > | 정여울 지음 | 이승원 사진 | 해냄

 

솔직히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데이비드 소로가 누구인지 잘 몰랐다. 그러다 보니 윌든 자체도 모르는 것이 당연했다. 책을 읽어 가면서 소로가 어떤 사람인지, 소로에게 윌든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중간에 나오는 "시민 불복종"이란 책을 언급하는 것을 보면서 그 인물을 모르지만 그 사람이 남긴 책은 제목이나마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이 책의 시작을 보면 그냥 일반적인 자연인의 삶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북적북적한 도심의 삶을 피해서 한적한 호수에 터전을 잡고, 세속과 연을 끊고 살아가는 그런 삶을 연상하게 되었다. 하지만 책을 읽어 가면서 그 생각이 잘못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비록 자연속에서 살아가지만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단절하는 것이 아니라 그 관계를 좀 더 돈독하게 하면서 살아가는 삶을 느낄 수 있었다. 누구라도 자신의 오두막을 찾아오고 같이 이야기하면서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그런 삶이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작가들이 소로를 찾아오고 같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또한 사람과의 관계를 이어가면서 그 관계를 유지하려는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는 노예제도를 옹호하는 정부에 반항하기 위해 인두세를 거부하고 투옥되고, 감옥에서 시민불복종이라는 책을 저술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사람들과 동떨어진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전파하고 영향을 주고자 하는 노력을 끊임없이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윌든이라는 책을 읽지 않았고 윌든 호수를 방문한 적은 없지만 마치 그 책을 읽고, 그 책속에서 언급된 윌든 호수를 눈앞에서 바라고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마도 이 책의 저자인 정여율 작가가 가진 능력중의 하나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책의 시작도 그렇다. 저자가 윌든 호수로 독자를 초대하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마음을 내려놓고 걱정과 슬픔을 벗어버리고 소로와 함께 숲과 호수를 산책하는 길로 인도한다.

이 책은 총 2부로 구성되어 있다. 2/3 가량을 차지하는 1부에서는 소로의 삶과 윌든 호수를 통해 우리의 마음을 편안하게 인도하고 자연과 어울려 사는 진정한 삶이 무엇인지 차근차근 설명해 나간다. 중간중간 소로의 글을 소개하면서, 윌든 호수와 그 주변을 고즈넉한 분위기를 사진으로 보여주면서 우리 발걸음을 조금씩 소로의 삶으로 인도한다. 복잡한 사람과의 관계와 경쟁적인 삶을 벗어나서 한순간이나마 한적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길로 인도하고 있다. 2부에서는 윌든을 통해 알 수 있는 다양한 인문학적 관점을 설명한다. 윌든의 경제생활로 부터 시작해서 인문학, 윤리학, 생태학까지 우리의 삶이 아름답고 자연과 공생하며 살 수 있는 다양한 관점을 보여주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면 소로라는 인물이 없었다면 윌든 호수는 그저 그런 호수로 남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누군가가 그곳에 오두막을 짓고, 자연과 주변 사람들과 공생하는 삶을 사는 것을 보여줌으로 특별한 장소로 기억되고 남게 되는 것 같다. 소로와 함께 한다면 굳이 윌든 호수가 아니더라도 주변의 산책길과 나무가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올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소유하지 않고 더불어 사는 삶, 자연을 이용하지 않고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사는 삶은 그 나름대로 우리 마음을 편하게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소로의 윌든을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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