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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2.05.04 [인문] 벌레가 되어도 출근은 해야 해

< 벌레가 되어도 출근은 해야 해 > | 박윤진 지음 | 한빛비즈

 

제목만 보면 너무 슬픈 이야기이다. 카프카의 소설 <변신>에서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연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오래전 지하철 사고 소식을 뉴스로 접한 적이 있다. 정확하게 기억은 안나지만 출근시간대에 지하철을 타다가 스크린도어와 차량사이에 끼어 사망한 직장인 뉴스였다. 그때 그 상황에서 그 사람이 했다고 한 말이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다. "회사에 늦을 것 같으니 누가 회사에 연락 좀 해달라"는 말이었다.

한편으로 너무 슬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이 뭐길래 그 긴박하고 목숨을 잃어가는 상황에서도 직장 늦는 것을 더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된단 말인가? 그 회사의 분위기가 그런 분위였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니면 부서 분위기가 그럴 수도 있다. 직장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상황에 그런 말이 나오는 것은 뭔가 주객이 전도된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직장인이라면 누구가 퇴사를 꿈꾸지 않을까 생각한다. 요즘 유행은 파이어족이라고 한다. 30대 말이나 늦어도 40대 초반까지는 조기 은퇴하겠다는 목표로, 회사 생활을 하는 20대부터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이며 은퇴 자금을 마련하는 이들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한편으로는  불합리한 회사 조직과 과도한 업무로 인해 품속에 사직서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도 종종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회사 생활에서 고통받는 12명의 직장인을 보여주면서 그들이 각각 다른 책을 통해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거나 새로운 방안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책 제목에서 예상할 수 있는 대로 카프카의 변신으로 시작해서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한나 아렌트의 인간의 조건,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등 우리가 한번쯤은 읽어봤거나 적어도 제목 정도는 알고 있는 책이 소개되고 있다.

 


저자도 오랜 경력의 회사원이다. 보통 사람들과 비슷하게 회사 생활을 하는 동안 몸과 마음에 상처를 받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독서 모임과 철학 모임을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몸과 마음이 단련되는 것을 경험하고 책까지 쓴 이력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의 목차만 봐도 대충 어떤 사람인지, 직장 내에서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2장은 <사무실에 CCTV를 설치하겠단다>이며, 5장은 <해외 파견이 이토록 괴로울 줄 몰랐다>이다. 8장은 <고졸이란 이유로 잡일을 떠맡았다>이고 ,11장은 <회사 부품으로 살아가는 느낌이 든다>이다. 직접 경험하지 않더라도 한번쯤은 느껴볼 만한, 또는 주변을 통해 들었을만한 직장인 이야기이다. 직장인으로서 하고 싶은 얘기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살고 있지만 책을 통해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각 장을 시작할때마다 반페이지정도 현실과 생각해볼만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솔직히 본문의 내용보다 이 부분이 더 확실하게 와 닿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부 이야기는 언급된 책의 내용과 회사원의 사례가 정확히 매칭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드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언급된 책의 내용을 정확히 알지 못해서 그럴수도 있지만 정확히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직장인의 애환과 어려움을 소개하면서 주도적으로 헤쳐나갈 수 있는 용기를 준다는 점에서는 충분한 의미와 공감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월요일만 되면 출근하기 싫은 직장인들. 막상 현실에서는 대놓고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지 못하더라도 이 책을 통해 위안과 공감을 얻으면서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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