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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4.24 [건축] 발전소는 어떻게 미술관이 되었는가

< 발전소는 어떻게 미술관이 되었는가 > | 김정후 지음 | 돌베개


한때 한 국가 또는 한 도시의 경제를 뒷바침했던 다양한 산업시설들이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있다. 가장 쉬운 방법으로는 전체를 철거하고 새로운 건물을 짓거나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규모가 클수록 해체비용도 엄청나게 들 뿐아니라 한때 의미가 있었던 공간을 그냥 허무는 것은 그리 내키지 않는 선택일 수도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현재 사용하지 않고 있는 공장 부지들, 폐 철도 선로 등의 산업 유산을 재활용하는 시도가 꾸준이 시도되고 있고 성공을 거두고 있다. 기존 산업 유산의 원형을 훼손하지 않고 산업 유산의 공간과 시간의 기억을 유지하면서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파리, 런던, 빈, 카를스루에, 헬싱키, 마드리드, 뒤스부르크, 에센, 함부르크, 암스테르담, 볼로냐, 더럼, 취리히 등 유럽 전역에 고르게 퍼져 있는 산업유산의 재활용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산업유산의 기능은 도시철도, 양조장, 가스공장, 가스 저장고, 탄약공장, 감옥, 발전소, 제철소, 보일러실, 탄광, 항구, 제빵공장, 도축장, 조선소 등 그야말로 다양하다. 과거에는 하나같이 우리의 삶을 위해 필요했던 시설들이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 기능이 쓸모가 없어지면서 일상의 밖으로 밀려나 방치되어 왔던 곳들이다. 이런 곳들이 경쟁이라도 하듯 유럽의 여러 도시에서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토대로 새롭게 변화하여 다시 일상 속으로 성큼 들어와 있다.


책에서 다루는 도시들은 산업유산의 성공적인 재활용을 위해 다양한 입장에서 서로 다른 의견을 나누고 합의해가는 과정을 인내하며 거쳐왔다. 이런 시간은 한 사회가 더욱 성숙한 논의와 협의 과정을 이루어가는 훈련이 되었을 것이고, 이렇게 경험한 토론과 토의의 과정은 이후 그 사회가 당면할 수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노하우로 작동할 것이다. 다시 말해 이 책은 산업유산의 재활용을 통해 그 도시가 얻는 것이 비단 관광지로서의 명성, 경제적인 이익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하나의 건물, 하나의 지역을 되살리는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오랜 시간 논의와 토론, 설득과 이해를 구하는 과정 역시 그 도시가 산업유산의 재생 프로젝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가치임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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