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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마르케스의 서재에서

2020. 1. 16. 13:58 | Posted by 꿈꾸는코난

< 마르케스의 서재에서 > | 탕누어 지음 | 김태성, 김영화 옮김 | 글항아리


이 책의 부제는 "우리가 독서에 대하여 생각했지만 미처 말하지 못한 것들"이다. 일반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예상보다 책을 읽어 내려가는데 힘이 들었다. 단순히 독서에 대해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의 집중적인 책읽기로 부터 얻은 지혜와 소회, 질의 및 한탄, 유머 등 생각이 깊이가 있는 책이다. 사실 책을 읽어가면 집중하기도 힘들었고 참고로 언급하는 책들도 잘 알지못하는 책도 제법 있었다(이 책의 저자는 대만 사람이다). 오죽했으면 이 책의 번역자가 "개인적으로 이 책이 지금까지 번역한 100권 남짓되는 책들 중에 가장 작업하기 힘들었다" 라고 말했을까? 하지만 뒤이어 "다른 어떤 책보다 더 황홀하고 아름다우며 배울 것이 많았다"라고 단언한다. 이 부분에서는 나도 공감을 할 수 있을것 같다. 책을 읽기는 힘들었지만 책을 읽어 가면서 독서에 대한 사유와 생각하지 못한 다양한 것들에 대해 다시끔 생각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이 책의 주요 목차만 봐도 다른 여느 독서 관련 서적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대표적인 장으로는,

  • 좋은 책은 갈수록 줄어드는 걸까? - 독서의 지속 문제
  • 책을 읽고도 이해가 되지 않으면 어떻게 할까? - 독서의 곤혹
  • 첫 번째 책은 어디에? - 독서의 시작과 그 대가
  • 왜 이류의 책을 읽어야 하는가? - 독서의 전문성
  • 인생의 반환점을 지나서 - 마흔이후의 독서

등을 들 수 있겠다.


당신이 읽을 책은 어디에 있는가? 다음에 읽을 책은 지금 이 순간 당신이 읽고 있는 책 속에 숨어 있다.

- p.28 -


생소함은 아주 작은 곤혹이자 곤혹의 유년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생소함은 우리가 '책을 읽고도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의 첫번째 모습이자 일단 독서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으면 반드시 뛰어넘어야 할 관문이다. 다행스럽게도 마음만 굳게 먹으면 생소함은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 p.99 -


꼭 독서의 세계가 아니더라도 어떤 새로운 세계, 새로운 영역에 들어설 때마다 가장 우리는 엄습하는 것은 두려움과 몰이해, 부끄러움, 어지러움, 어찌할 바 모름, 위험의 감지 등이 서로 뒤섞인 혼란스러운 느낌일 것이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새로운 환경에 대한 흥분도 함께 따라오게 된다. 따라서 우리 모두는 생소함에 대해 나름대로 충분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두번째 책이라는 개념은 독서의 연속성을 나타내고 첫번째 책이라는 개념은 도약, 재기, 미지와 놀라운 기쁨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인과의 사슬에서 벗어나 위험한 자유로 대체한다. 그렇기 때문에 호탕한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 p.158 -


책을 읽는 행위는 결국 무언가에 쫓기면서 여유가 없는 신경질적인 세계에서는 진행되기 어렵다. 독서의 가장 본질적인 특징은 자유와 여유, 확장이기 때문이다.

- p.175 -


시간을 쪼개서 독서를 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본질적으로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없으면 하기 힘든 것도 독서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보르헤스는 미래에는 무엇이든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책 읽는 사람들의 낙관론으로서 나도 절대 잊지 않는다. 내가 믿는 독서는 원래 무궁무진한 가능성과 절망에 대한 영원한 저항을 담고 있다.

- p.346 -


성공의 비밀은 엉망진창의 상처투성이인 제도와 운영 방법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긴 시간동안의 실천이 필요하다. 미국인들이 윌블던 테니스장의 아름다운 잔디를 갖고  싶어 영국인을 초청해서 그 비결을 물었다. 영국인의 대답은 매우 간단했다.

"아주 쉽습니다. 우선 땅을 매입하여 잔디를 심으세요. 매일 시간에 맞춰 물을 줘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이렇게 100년이 지나면 아주 멋진 경기장을 갖게 될 겁니다"


마지막으로 < 어느 겨울밤 한 여행자가> 에 나오는 칼비노 특유의 서적 분류법이 있다. 혹시 각자가 생각하기에 빠진 분류가 없는지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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