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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그럴수록 산책

2021. 5. 26. 18:54 | Posted by 꿈꾸는코난

< 그럴수록 산책 > | 도대체 지음 | 위즈덤하우스

 

동일한 공간에서 같은 곳을 향해 길을 걸어 가고 있지만 아마도 각자의 머리속에 담겨 있는 생각은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주변의 꽃을 느끼며 걷는 사람이 있고, 같이 걷는 사람과 대화에 빠져 있는 사람도 있다. 물론 나와 같이 정해진 목적지에서 돌아오기 위해 열심히 걷기만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끔씩 주변의 변화를 느끼고 가던 걸음을 멈출 때가 있다. 갑자기 새로운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거나 전날 비가 많이 와서 하천게 물이 많이 불어나서 물줄기가 달라진 경우도 있다. 하늘이 너무 맑아 앞만 보고 걷기에 너무 아깝다고 느낄 때도 있다.

날이 좋아서, 기분이 꿀꿀해서, 바람이 불어서, 그냥. 산책을 하고 있지만 매일 매일의 산책길이 그날의 색다른 기분이 만들어 주는 것 같다. 그리고 원하는 목적지를 찍고 돌아 왔다는 뿌듯함은 덤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이 책을 펼쳤을 때는 산책을 예찬하는 에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산책 자체보다는 산책길에서 느낄 수 있는 소소한 감정과 일상적인 사물에 대한 느낌을 적은 글이었다. 물론 지금 저자는 산책이 아니 산길을 걷고 있지만 큰 차이는 없을 것 같다. 산길도 어찌보면 산을 걷는 산책 아닐까? 보고 느낄 수 있는 것은 일반 도심 산책보다는 많겠지만 주변의 소소한 것을 인식하는 것에는 별 차이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걷다 마주하는 돌맹이 하나, 비둘기 한쌍, 버려진 의자에도 반가움과 색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무심코 지나친다면 의미없는 존재이지만 눈길을 주고 작은 관심을 줌으로써 다른 사람은 느낄 수 없는 나만의 존재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것 같다. 김춘수의 <꽃>에서 보듯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자신이 존재를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는 산책길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모든 사람이 나에게 의미있는 사람이 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그 중에서 조그만 의미라도 가지도록 사람을 대한다면 이 세상은 조금은 더 재미있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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