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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누가 김부장을 죽였나

2022. 5. 17. 13:47 | Posted by 꿈꾸는코난

< 누가 김부장을 죽였나 > | 김영선 지음 | 한빛비즈

 

2018년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고 있고 있다. 이후 4년이란 시간이 지났지만 현실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 또한 여전히 택배사의 택배기사나 우체국 집배원의 과로사가 종종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법적으로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제한되어 있지만 계속 늦은 시간까지 야근하거나 주말근무가 생기는 이유는 무엇을까?

대다수 언론이나 정책 입안자들은 고용자 측의 입장을 많이 대변하는 것 같다. 직원의 생산성이라던가, 한국에 적용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던가, 과도한 비용으로 경쟁력이 약화된다던가 등 다양한 핑게와 이유를 대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논리는 대부분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넘기는 듯한 느낌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기업이 변화하지 않고 노동자들의 근로시간 연장만으로 이익을 추구하려다 보니 기업 자체의 경쟁력이 계속 떨어지고 이로 인해 제도 도입이나 적용에 주저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주 52시간 근무에 맞춰 우리나라의 노동 현실을 살펴보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주 52시간에 반대하는 논리를 하나 하나 세심히 분석하면서 잘못된 점을 꼬집고 있다. 또한 향후 우리나라가 건전한 노동 환경에 발맞추어 가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언급한다. 1장에서는 시간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한다. 일단 우리나라가 제대로 된 쉼이 없는 사회로 언급하면서 학자들이 언급하는 시간에 대한 허구성을 꼬집는다. 사회에 대한 배경없이 시간론을 펼치는 것은 현실을 무시한 분석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제대로 된 사회에 기반한 시간론이 필요하다는 것을 주장한다.

2장에서는 시간마름병이라는 시간기근 사회의 질병에 대해 설명한다. 특히 게임회사에서 출시를 앞두고 빈번하게 시행되는 크런치모드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한다. 관행적으로 시행되고 있었던 크런치모드가, 게임환경이 모바일 게임 환경으로 전환되면서 보다 짧은 주기로 반복적으로 시행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기술의 발달로 인해 메신저와 같은 SNS를 기반으로 업무시간과 무관하게 자행되는 업무 지시에 대해 설명하면서,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노동시간이 단축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업무와 생활이 구분되지 않는 현상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장시간 노동 사회에서 민주주의의 토대가 허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은 그래서 눈여겨볼 만하다. 정치사상가인 더글라스 러미스는 민주주의의 필요조건으로 ‘자유시간’을 언급한다. 그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논의를 빌려 다음과 같이 여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사람들이 모여 의논을 하고, 합의를 하고, 정치에 참가하는 데에는 시간이 든다. 그러한 틈이 없으면 정치는 불가능하다. 여가 시간이 있어야 정치를 하고, 문화를 만들고, 예술을 만들고, 철학을 한다.” 시간 박탈로 관계를 상실하면 지역 참여의 쇠퇴는 물론 장기적으로 사회 보수화까지 연결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3장에서는 왜 우리가 시간기근에 허덕이는지 원인을 파악해 본다. 가장 큰 이유는 비용 절감을 위해 2~3명의 몫을 한명이 담당하도록 하는 근무 환경이다. 분명 새로운 인원을 뽑아서 일을 시켜야 하지만 고용에 따른 추가 지출을 막기 위해 기존 인원들이 연장 근로를 통해 일을 나누는 형태로 진행되어 오고 있다. 물론 연장 근로에 따른 수당을 받기는 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연장 근로를 해야 하는 시간을 모아보면 새로운 인원을 충원해서 일을 해야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리고 현재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언급도 빠질 수 없는 것 같다. 플랫폼 노동자는 기업과 노동자로서의 계약이 아니라 고용주가 없는 근로 형태가 된다. 따라서 고용없는 노동이라는 현실적이지 않는 노동 형태가 발생했으며 이에 따른 위험이나 불안은 오로지 플랫폼 환경에 뛰어든 노동자들이 짊어지게 되는 불합리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

4장에서는 어떻게 해야 시간 예속의 문제를 해체할 수 있을지 소개한다.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일단 여유가 있어야 새로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은 노동자들의 노동 생산성을 언급하지만 연장 근로와 휴일 근무를 해야 하는 환경에서 노동 생산성 증가는 기대하기 어렵고 또한 노동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 발굴 더더욱 어려워진다고 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여유를 가지는 삶이 필요하며 정상적인 근로 시간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언론이나 기업에서 주로 사용하는 용어들을 새롭게 정의해서 문제의 핵심이 제대로 드러나도록 할 필요가 있으며, 제도 개혁과 성과 장치에 대한 개선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새로운 시간 투쟁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우선 ‘연결되지 않을 권리’는 주목할 만한 새 언어다. 우리는 신기술이 이미 설계 단계부터 자본화된 의미를 담고 있다는 문제 제기를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기술 설계 단계부터 시간권리를 보장하는 방식을 제일 먼저 떠올릴 수 있다. 독일의 다임러가 시행하는 ‘휴가 기간 중 업무 관련 메일이 자동 삭제되도록 한 장치’가 이에 해당한다"

책을 다 읽고 나니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4년전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업들도 여전히 같은 소리를 반복하고 있고 과로사에 대한 기사도 끊임없이 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의 책임도 무관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정권이 바뀌었지만 이 부분에 대한 개선은 기대하기 힘들 것 같다. 하지만 노동자의 권리를 끊임없이 주장하고 제도를 제대로 바꾸고자 하는 노력은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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