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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9.05 [에세이] 나는 스물일곱, 2등 항해사입니다

< 나는 스물일곱, 2등 항해사입니다 > | 김승주 지음 | 한빛비즈


솔직히 내 주변에는 배를 타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배에서 일을 하는 사람에 대해 특별하게 아는 바는 없다. 하지만 배를 타고 거의 반년을 배 안에 갇혀 생활해야 하는 그 심정은 어느정도 공감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나 혈기왕성한 20대라면 더욱 많은 외로움과 시련을 겪지 않을까 생각한다.


행복한 순간이든 힘든 순간이든 어떤 순간도 영원하지 않다고. 힘들다고 너무 좌절하지 말고 상황이 좋다고 너무 방심하지 말라고. 하물며 자연이 이 정도인데 인간이 우리가 어떻게 좋은 순간만 고집할 수 있을까.

- p.217 -



막 학교를 졸업하고 새로운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사회초년생에게는 모든 것이 새롭고 어려운 것 투성이일 것이다. 인간관계와 업무도 어렵게 느껴지고 학교에서 배운 많은 것들이 사회에서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좌절감도 현실을 힘들게 만는 요인이 될 것이다. 그러한 또래의 청춘에게 보내는 위안과 격려가 아닐까 생각한다. 사회의 선배가 보내는 메시지는 흔히 말하는 꼰대로 비춰질 수 있지만 또래가 보내는 메시지를 통해서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를 공감하는 위안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육지를 떠나 있으면 소중한 것에 대한 의미가 새로워진다. 사회적 배경, 남자, 스펙 따위는 아무짝에 쓸모없다. 가장 그리운 건 땅이다. 그리고 그 땅을 밟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뿐이다. 당장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 조건이란 게.

- p.43 -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평범한 삶이 다른 사람에게는 소중한 무엇인가가 될 수도 있다. 매일매일 밟고 다니는, 아무런 느낌없이 다니는 이땅도 몇개월간 바다위를 누비는 그 군가에게는 간절히 소망하는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거창한 뭔가를 바라는 것이 아니고 우리의 일상이 그들이 소망하는 그 무엇인가가 되는 것이다.


혼자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시간도 많아졌다. 배를 타기 전에는 주변를 나를 현혹하는 것들에 둘러싸여 사색에 잠길 틈이 없었는데 이 세상에서 가장 고요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적인 곳, 바다와 나만 존재하는 곳에 오니 온전한 나와 마주할 수 있었다.

- p.213 -



바쁜 현실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가장 가지기 어려운 것이 온전한 자신과 마주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온갖 전자장비와 방송매체에 둘러싸여 있고 항상 주변이 밝은 빛으로 차있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마주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처음 이 책을 읽기 시작해서 1/3 정도 읽었을 때 드는 생각은, 아직 20대가 쓴 글이기 때문에 뭔가 새로운 생각을 읽거나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는 부분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받았다. 절반을 넘어가는 순간부터는 일반적인 사회 초년생이 경험하지 못하는 일을 하는 저자가 자신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좌절하는 청춘에게 공감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서는, 조금은 투박하게 느껴졌던 중간 중간의 글들이 뭔가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 온 것 같다. 화려한 글은 아니지만 자신의 생각을 진솔하게 써내려 간 글에서 가공되지 않은 진실된 마음을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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