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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감정을 할인가에 판매합니다

2022. 4. 4. 19:40 | Posted by 꿈꾸는코난

< 감정을 할인가에 판매합니다 > | 신조하 외 6인 | 네오픽션

 

이 책은 신진 작가 9인이 쓴 감성 SF 단편 앤솔러지이다. 저자들의 이름은 처음 봤지만 각 소설의 구성이나 내용은 흥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유토피아적인 또는 디스토피아적인 SF의 세계가 아니라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미래에 생길 수 있는 상황을 소설로 잘 표현한 것 같다. 엄밀히 말하면 조금은 디스토피아적인 면이 더 드러난다고 봐야 할 것 같긴 하다. 하지만 각 소설에서 보여주는 기술은 현재도 한참 이슈가 되고 있는 인공지능, 휴머노이드, 가상세계를 기반으로 펼쳐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기술의 발전을 통해 '인간다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것 같다.

 


가장 흥미있게 빠져들면서 읽었던 소설은 <인간의 대리인>이다. 주인공은 뇌가 없는 변호사이다. 무뇌증으로 태어난 주인공이 투명한 뇌기술을 통해 살아갈 수 있다. 사회의 많은 영역이 인공지능으로 대체되고, 특히 인공지능 판사를 통해 재판을 진행하게 된다. 제약사가 임상실험한 약의 부작용으로 많은 치매환자들이 좀비상태로 빠지면서 소송이 진행되고 주인공이 피해자 변호사를 맡게 된다. 주인공의 의도되지 않은 투명한 뇌의 작용으로 재판에서 이기고 피해자가 승소하게 된다. 뇌가 없는 변호사, 좀비로 변한 임상실험자들이 원하는 생각 등 인간이 아닌 존재가 느끼는 인간다움, 또는 인간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어떤 것일지 생각할 수 있었다. 미래의 세상에서 다양한 존재가 자신이 인간임을 증명해야 한다면 결코 인간이 될 수 없다는 것은 강한 여운을 남기는 부분인 것 같다.

스키마 리셋터는 또 다른 측면에서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다. 다른 사람의 의식으로 조작해서 내가 원하는 생각을 주입할 수 있는 기계인 스키마 리셋터를 이용해 자신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주인공인 조교수가 실험을 강행한다. 노사분규가 임박한 시점에 본사 대변인, 노조 임원, 그리고 협력업체 대표가 각자의 견해를 가지고 대립하고 있다. 이에 주인공은 본사 대변인과 노조 임원에게 스키마 리셋터를 빌려주고 그 결과는 분석하려고 한다. 바깥으로 드러난 결과는 노사가 서로 상대방을 이해하고 합의점을 찾는 것으로 나왔지만 실제 스키마 리셋터는 주인공이 의도한 방향대로 사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종 결과는 누가 봐도 스키마 리셋터를 이용하여 상대방의 의식을 조작한 것처럼 보인다. 이미 인간은 이런 기계의 도움없이도 상대방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존대라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이런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결정에 얼마나 영향을 줄 수 있는지는 깊게 생각해 볼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 이외 다른 소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특히 모든 소설이 인간의 감정적인 면을 부각시키고 있다. 특히 미래에는 감정적 체험을 위해서는 돈을 지불해야 하는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미래의 모습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알 수는 없지만 인간이 가진 감정을 다양하게 가공하고 처리되는 상황은 흥미롭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오싹한 면도 있는 것 같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하지만 생각할 부분도 좀 있는 그런 SF 소설 모음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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