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돌아온 여행자에게

2019. 1. 28. 19:33 | Posted by 꿈꾸는코난

< 돌아온 여행자에게 > | 란바이퉈 지음 | 이현아 옮김 | 한빛비즈


보통 여행을 이야기하면 여행동안 있었던 일에 초점을 맞춘다. 어딜 다녀왔는지, 어느 코스를 다녀왔는지, 어떤 음식이 맛있는지 등 여행 자체에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것 같다. 당연히 여행 자체만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행을 결정하게 된 이유가 사소한 이유라도 있을 것이고 다녀 온 이후의 변화도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한빛비즈에서 이 책을 받았을 때는 타이완의 타이페이로 출발하기 이틀 전이었다(우연하게도 이 책의 저자인 란바이퉈가 타이완 출신이다). 묘한 느낌을 가지고 이 책과 함께 4일 간의 타이페이 여행을 하게 되었다. 이번 여행은 고3이 되는 아들과 같이 가는 가족여행이었고 아이가 남은 1년동안 열심히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결정한 것이다.


여행이 그저 시간 낭비일까? 그렇지 않다. 차분해지는 것을 배워야 뭐든 차분하게 배울 수 있다. ( - p.45 - )


어떻게 보면 책의 이 구절이 내가 고3이 되는 아들을 포함한 가족여행을 결정하게 된 마음과 같다고 생각한다. 살아가야 할 삶이 까마득한데 과연 4일이란 시간이 과연 낭비만되는 것일까와 돌아와서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던 것이다.


생각해보면 여행을 항상 시간이 여유롭고 금전적으로 부담없고 마음이 즐거운 상태로 떠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어떤 여행은 현재의 삶에 대한 도피일 수도 있고, 어떤 여행은 단지 머리를 식히기 위해서일 수도 있고, 어떤 여행은 뭔가 새로운 것을 느끼기 위해 떠날 수 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자신의 삶에 어떤 변화를 줄 수 있느냐인 것 같다.


유랑하면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어른이 된다. 돌아온 사람은 뜻대로 되지 않는 인생을 받아들이고 무한한 욕망을 억제한다. 삶의 모든 것에는 자체의 질서가 있다고 믿게 될 것이다. 하지만 필요할 때는 하늘에 맞선다! ( - p.77 - )


여행이 가지는 묘미 중의 하나가 이런 것 같다. 어떤 식으로 여행을 떠나든 돌아올 때는 무엇인가를 느끼고 현실을 살아갈 힘을 얻게 되는 것 같다. 특히 20대의 경우라면 가끔 마음내키는 대로 하고 자기 자신의 마음의 소리를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고 생각든다. 젊음의 가장 큰 적이 끊임없는 순종과 복종 아닐까?


자기 자신을 데리고 나가 걷고, 자기와 대화하며, 능력이 충분하다면 가족과 함께 떠나보자. 이런 게 여행자의 자기 훈련법이다. ( - p.196 - )


여행을 꿈꾸고 계획하는 즐거움도 분명 존재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직접 떠나 뭐든 해보는 것이라 생각한다. 혼자라도 좋고 가족과 함께 다양한 여행을 즐겨보면 더 좋을 것 같다. 그러한 여행을 통해 자녀들도 여행에 대한 꿈과 새로운 것에 대한 동경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무릇 지나가면 족적을 남겨야 하고 썼으면 필적을 남겨야 한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다음에는 노트를 가지고 여행을 떠나 삶의 모든 순간을 증거로 남겨야겠다. ( - p.297 - )


이 책은 여행에 대한 책이면서 여행에 관한 책은 아닌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여행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고, 여행을 잘 다녀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행을 끝마친 후 일상으로 얼마나 잘 돌아오느냐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리고 그 여행이 어떤 식으로든 현재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면 더욱 가치있는 여행이 되는 것 같다. 20대라면 젊음으로 현실을 박차고 마음이 가는 대로 떠날 수 있을 것같고 30대라면 생각을 비우고 여행을 떠날 수 있을 것 같다. 나이가 많거나 여러가지 이유로 멀리 떠나지 못한다면 가까운 곳으로라도 여행을 떠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