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많이알았던사람:앨런튜링과컴퓨터의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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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데이비드 리비트 (승산,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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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튜링은 현대적 컴퓨터를 발명하여 제2차 세계대선 중에 독일군이 에니그마라는 암호기로 만든 암호를 해독했다. 구속과 자살로 인해 현대 컴퓨터의 발달에 대한 튜링의 기여는 오랫동안 최소한밖에 인정되지 않았고, 어떤 경우에는 아예 묵살되기도 했다. 그래서 본래 튜링이 내놓았다고 봐야 할 아이디어들에 대한 공적도 노이만에게 돌려지곤 했다. 앨런 튜링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쓸모없게 여기는 순수수학의 머나먼 영토와 산업계를 멋들어지게 연결하는 다리를 놓았다.

앨런 튜링이 1936년에 내놓은 논문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수학적 과제 가운데 하나에 도전하고 나선 것으로 유명하다. ‘결정가능성문제(decidability problem)’라고 불리는 수학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는 ‘계산하는 기계’를 상정했다. 그것이 바로 컴퓨터의 시초인 ‘튜링기계(turing machine)’로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군의 암호기 ‘에니그마’의 암호를 해독해 연합군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전쟁이 끝난 뒤 튜링은 인공지능의 최고 권위자가 되었고, 인간의 의식이란 개념에 도전하기 위하여 ‘튜링테스트(turing test)’를 고안했다.

후일 튜링이 쓴 많은 논문들과 마찬가지로 '지능기계'에도 엄밀한 전문적 분석과 함께 철학적이고 때로 여흥과 같은 사색이 곁들여져 있다. 이 논문의 핵심은 기계도 지적인 행동을 보여줄 수 있는지의 여부에 대한 논의이다. 그런데 튜링은 이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이에 대해 가장 흔히 제기될 것으로 보이는 다섯 가지의 반론을 열거한다. 첫째는 인간 이외의 지적 존재를 생각한다는 데 대한 거부감이고, 둘째는 그런 기계를 만든다는 것은 프로메테우스적인 불경스러운 행위라는 종교적인 믿음이고, 셋째는 그때(1940년대)까지 나온 기계들의 아주 미약한 능력에 근거한 예상이고, 넷째는 괴델과 튜링의 발견 때문에 나온 것으로 어떤 경우 기계는 전혀 답을 내 놓을 수 없는 상황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며, 끝으로 다섯째는 기계가 지능을 가진다는 생각은 단순히 그 창조자가 가진 지능을 가리키는 데에 불과하다고 보는 생각이다.

이 다섯가지에 대해 튜링은 각각 반론을 제시하여 첫 두가지 반론은 순수하게 감정적인 것이며, 셋째에 대해서는 에이악이나 에이스와 같은 기존의 기계들만 해도 단순 반복도 하지 않고 고장을 일으키지도 않으면서 엄청 큰 수를 계산할 수 있다는 자료를 제시했다. 넷째에 대해서는 지성에 대한 필수적 요건으로 오류가 없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얘기했으며, 다섯째에 대해서는 학생의 발견을 선생에게 돌리는 비유로 반론을 제기 했다.

이러한 반론 과정에 튜링은 기계들을 몇가지 부류로 나누었다. 첫째로 이산기계는 그 상태가 이산적인 집합으로 서술될 수 있는 것으로, 이런 기계는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옮아가면서 일한다. 둘째는 연속기계는 그 상태가 연속적인 다양체를 이루며, 따라서 그 행동은 이 다양체위의 곡선으로 묘사된다. 셋째로 제어기계는 정보만을 다루지만 넷째로 능동기계는 어떤 명확하고도 연속적인 효과를 창출하도록 만들어진 기계이다.

튜링은 '뇌는 연속제어기계이지만... 이산기계와 아주 비슷하다. 이들 가운데 이산제어기기계가 지능을 보여줄 가능성이 가장 높다. 그런데 뇌는, 이산제어기계는 아니지만 이 부류에 아주 가까우며, 사실 그 본질적 특성을 전혀 바꾸지 않고도 이 부류에 속하도록 만들어질 수 있었을것이라고 볼 충분한 이유가 있다'. 뇌를 이처럼 신경기계로 분류한 튜링의 생각은 컴퓨터를 전자두뇌로 보는 일반적 시각을 명료하게 뒤엎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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