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나쁜 유적지들
< 나쁜 유적지들 > | 박민경 지음 | 다른
집단 학살이 반복적으로 일어난다는 사실이 매우 충격적인 것 같다. 한나 아렌트가 "악의 평범성"에 대해 언급했지만 인간 본성에 대해 계속 고민하게 만드는 것 같다. 동일한 현장에서 인간성을 제대로 유지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 상황에 적극적으로 동조하는 사람도 존재하는 것 같다. 의도를 가지고 명령한 사람이 가장 잘못되었지만 잘못된 명령을 충실히 수행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잘 모르겠다. 분명 그 사람들도 평범한 사람 중의 한명이었을텐데. 권위와 복종에 관련된 다양한 실험 사례에서도 피실험자가 전기자극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흘려 보내는 모습을 보면 상황 판단의 문제인지 근본적인 인간성의 문제인지 아님 개개인의 성향의 문제인지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 또한 시간이 흐르면 지금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역사는 어떻게 기록하게 될까?
2장과 3장은 다른 나라에서 일어난 가장 잘 알고 있는 사건과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가장 모르고 있는 사건인 것 같다. 가장 가까이에서, 같은 국민이 당한 일을 저 멀리 외국에서 일어난 일보다 더 모르고 있었던 것에 부끄러운 느낌마저 든다. 제주도를 단순 관광지로만 바라보고 역사의 현장을 들릴 생각을 못한 것도 그렇고... 이제라도 조금씩 알아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르완다 학살을 보면 아프리카가 처해진 상황과 그로 인한 분열을 잘 볼 수 있는 것 같다. 인위적인 개입으로 인한 분쟁이 발생하고 이어서 종족간 학살이 일어나는 상황이 이어지는 것 같다. 그리고 여기에는 다른 나라가 직간접적으로 개입되어 있고 그 상황을 이용해 돈을 벌기 위한 검은 속내가 잘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이 르완다 뿐만 아니라 책의 다른 곳에서도 반복적으로 나오는 것을 보면 인간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캄보디아는 잘못된 지도자 한명의 잘못된 생각이 얼마나 나라를 비참하게 만들고 잔혹한 상황으로 이어지는지 알게 해주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최근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지도자란 표현이 적절한 표현은 아니라고 생각되지만 정책을 세우고 집행하는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게 된다. '눈 떠보니 선진국'에서 '눈 떠보니 후진국'으로 바뀌는게 한순간인 것 같다.
"평화가 이어지기 위해서는 가해자의 진심 어린 사과와 희생자를 잊지 않으려는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이 말은 이 세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가해자와 방관자, 그리고 그 시대에 있었던 사람들이 꼭 알아야 할 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말은 이 책에서 보여준 모든 학살 가해자들에게 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같다. 분명한 제노사이드 현장을 에둘러 다른 말로 표현하거나 언급 자체를 하지 않는 등의 모습으로는 비슷한 학살이 반복적으로 일어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역사의 현장을 보존하고 그 사실을 기억하는 것에서 출발점을 삼아야 할 것 같다. 이름 모르는 조그만 나라에서 일어난 일에도 관심을 가지고 불의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높여야 할 것 같다. 역사는 돌고 돌아 반복된다고 한다.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반복적인 사슬을 끊기 위해서는 진심있는 사과와 인간 존엄성에 대한 인식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방관자로서의 자세를 버리고 좀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